“나는 어쩔 수 없는 목사입니다” 황대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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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쩔 수 없는 목사입니다”

황대연 목사_한가족교회

“목사님, 먼저 차를 폐차하고 이번에 차를 하나 샀습니다. 예배를 드려야 
할까요?” 

수화기 넘어 L자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어찌하든지 믿음대로 살려
고 애쓰는 자매입니다. 

“와~! 축하합니다! 참 잘된 일이네요. 그런데 이런 경우, 믿지 않는 사람들
은 해(害)를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내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그렇
게는 하지 않지요… 이번 주일, 교회오시면 함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기
도를 드립시다.” 

저는 그렇게 격려합니다. 

“목사님, 저… 아르바이트 한 군데 더 하기로 했어요. 지난 주일에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오후 모임에 참석 못하고) 일찍 갔어요.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학원강사이기도 한 K형제의 전화입니다. 자기의 근황을 목사님은 
아셔야 할 것 같다면서 몸이 아프면 누구라도 일찍 갈 수도 있는 것인데, 그
는 내게 죄송하다고 말합니다. 

“몸은 
좀 어때요? 밥은 잘 먹고 다녀요?” 

아직 싱글이라 혼자 자취를 하는 그의 형편을 생각하며 안부를 묻습니다. 
“예. 괜찮아요…” 
“내일 수업은 어떻게 되요? 응? 괜찮다구? 아, 우리 그럼 내일 대부도에 바
람이나 쐬러 갑시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대부도를 다녀왔습니다. 자동차가 휘청거리도록 바람이 
부는 바닷길 삼십 리, 시화방조제를 건너 두 사내가 무슨 연애라도 하는 양 
대부도 한바퀴를 드라이브하고,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음식점에서 얼큰한 
두부전골을 곁들인 점심을 들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휴대
폰이 울립니다. 교회의 순장님 한 분이 살짝 귀띔을 해 주십니다. 

“목사님, J자매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요즘 불경기라 남편 하는 일이 
좀 어려운가봐요…” 

교회는 마치 살아있는 몸과 같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 봅니다. 삶들이 녹
아 있고, 늘 이런 저런 변화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목사인 저를 자
기들의 삶의 한 부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저보다 나이가 덜
한 사람뿐 아니라 인생 연륜도 많으신 분도, 심지어 부모님 연배의 어르신들
도 계십니다. 
그럼에도 내게 기도를 요청하고, 격려와 위로해 주기를 원하
고, 또 어떤 방향을 위한 조언도 들려주기를 원합니다. 

“목사님, 목사님의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나는 기쁩니다. 꼭 하나님께서 날 
사랑하신다고 말씀하는 것 같아요…” 

전혀 교회를 다녀 본적이 없다가 근래에 교회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중년의 
K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사실, 제가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그저 환절기에 건
강 조심하시라는 일상적인 안부 외에 별 내용이 없었습니다. 

아… 나는 목사입니다. 
목사란, 인생의 적지 않은 부분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위해 내어놓도록 요구
받는 자리라는 것을 나를 찾는 전화들, 나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통해
서 새삼 확인합니다. 

목사의 자리…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잘 걸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