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직장인의 신년초 애환
오일섭 집사(송파제일교회)
해마다 신년초가 되면 직장인들에게는 긴장의 시간이 된다. 바로 승진 인사
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인사에서 본인이 바라는 대로 승진이 되면
기뻐하고 그렇지 못하면 절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크리스천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크리스천에게는 직장 승진 문제가 본인의 신앙 생활에
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승진이 마음대로 안되었
을 때 어떻게 그것을 영육간에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에 있다
고 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회사 모 직원의 과거 승진 실패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는 간증은 아주 새겨들을 교훈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좋은 보직을
갖고 있어서 좀 빠르지만 그래도 승진될 줄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안 되
자 크게 낙심하여 생활의 의욕이 없어지고 신앙 생활도 처지고 모든 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무기력해지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를 보낸 후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섬기는 교회당에
어느 날 밤 나가서 대성통곡을 하며 하나님의 뜻을 물었다고 한다. 그곳에
서 하나님은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1년 동안 훈련시키려고 하였으
니 직장과 교회에서 최선을 다하여 섬기라는 감동을 받은 것이다.
그 후 그는 완전히 변했다. 우선 회사에서는 맡은 업무를 적극적이고 헌신적
으로 수행함은 물론 회사에 신우회가 없는 점을 알고 사내 신우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서 그 해 7월에 회사 신우회를 발족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
게 되었다. 교회에서도 섬기는 부서를 정성을 다하여 섬기다 보니 승진에서
탈락된 아픔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생활의 기쁨과 활기가 넘쳐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음해 승진 인사도 별로 걱정이 안되었다. 하나님께서 선한 길
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해 정
기인사에서 그는 1순위로 승진하였다. 특히 사내 신우회원들의 축복을 받으
면서다.
금년 정기인사에서 우리 회사의 아끼는 신우회 후배 직원이 승진에서 탈락하
였다. 그 직원은 섬기는 교회에서 재정을 맡고 있는 등 아주 신실하며 회사
업무
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고 사생활도 깨끗하다. 내가 사장이라면 꼭 승
진시켜 주고 싶은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사회는 냉정하다. 그의 장점보다
는 약점이 부각되어 임직원들로부터 그만큼 신임을 못 받고 있는 점이 너무
나 안타깝다. 벌써 몇 년째 후배 기수들이 자기를 제치고 승진하는 경험을
목도하면서 본인 및 가족들은 얼마나 쓰라린 아픔을 겪었을까는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를 일이다.
그 직원은 현재 부서에서 장기 근무자가 되어 쓸쓸한 처지에서 이번 인사에
서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시련을 잘 극복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도해 본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선택하지 않
았지만 그를 선택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천국에 이르도록 변함 없기 때문
에 반드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줄 믿는다.
그런데 직장에서 승진이 때로는 크리스천 신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다니엘이 바벨론에서 출세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면 왕이 내
린 진미를 먹고 포도주를 마시도록 요구받았을 때 정말 거절하지 못했을 것
이다. 사실 그로서는 왕에게 신임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였는데 그것
을 뿌리치는 것은 보장된 장래를 포기하는 일이요 생명을 거는 모험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뜻을 정하여” 단호히 왕의 진미와 포도주를 거절하였다. 이
것을 오늘의 직장 상황에 적용한다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승진을 포기하는
결단이 될 수도 있다. 신앙의 지조를 포기하면서까지 승진을 위해 노력하거
나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승진을 하게 되면 그러한 승진은 사탄의 유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 아니 하실 지라도”의 신앙 즉 이 회사에서 승
진이 되지 않을 지라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신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