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수상/ 변이주 목사>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고원석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발이 움직이지 않아서
내장산 단풍축제에 갈 수 없어도
그 곳이 궁금하지 않으니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손이 움직이지 않아도
얼굴에 붙어 있는 파리와
친구 할 수 있어서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목이 말라도
생활에 힘겨워하는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있어서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촉각은 죽었어도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을 남겨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릴 수 있어서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내가 모시지 못해도
아주 먼 곳에 있는 나에게
“아들아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누가 나에게
그 복들이 부럽다고 말하면
나는 그냥 웃으며 대답하렵니다
당신과 내 복이
다르지 않다고…….
이 시를 지은 고원석 성도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혀 움직이지 못한 채 자
리에 누워 지내온 지 20년이 되는 분입니다. 스스로는 몸도 움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손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파리가 얼굴에 붙어도 누가 쫓아주
지 않으면 그 불편을 고대로 감수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고 외칠 수 있는 것은 신앙의 힘이
아니고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인 줄 압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말할 수
없다면 나와 같은 사람은 살아 있을 수가 없지요.” 다시 말하면 자신과 같
은 사람은 억지로라도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만 그러나 고원석 성도 자신은 신앙이 있기에 정말 복 받은 사람이
라고 했습니다.
신앙을 앞세우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말 속에는 얼마나 깊은 체념과 포기가
내면화하여 승화되었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고원석 성도는 나들이 한번 하려
면 절차도 복잡하거니와 말할 수 없이 힘이 듭니다. 그래서 푸른 숲, 맑은
물, 들꽃 구경하는 것등 정상인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이 그에게는 일생
일대의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어쩌다가 병원에 한 번 갈 일이 생겨도 앰
뷸런스가
동원돼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들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시를 쓰며 신앙을 키워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
해 여러 사람들과 교제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습
니다. 저는 전주에서 활동하는 ‘겨자씨나눔선교회’를 통해 심방봉사와 호
스피스 봉사 및 목욕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고원석 성도를 방문할 때마다
오히려 위로와 힘을 얻고 돌아옵니다.
사지가 멀쩡하고 건강하여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과
불만 속에서 자신을 학대하며 무위의 삶을 사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는 참으
로 많습니다. 그뿐 아니라 상대적 빈곤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이른바
‘가진 거지’들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는 우리 목회자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몇 명 안 되는
교회를 목회하면서 웅장한 교회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상실감에 젖은
채 일손을 놓아버리는 허약함을 보여서는절대로 안 되리라는 다짐을 해봅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