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버섯
박종훈 목사/ 궁산교회
마당의 잔디밭과 회양목이 심겨진 경계에 작은 통나무로 구분을 삼았다. 며
칠 전에 그곳에 황토색 버섯이 군락으로 솟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
니 자연산 버섯을 먹어 본지가 쾌 오래 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동네 아
주머니들을 따라 재미로 산으로 버섯을 따러 간 추억도 있었지만, 풍요롭고
바쁜 지금 세대는 산하고 숲하고 거리가 먼 것 같다.
이 버섯이 독버섯인가 식용인가 우선 알아봐야 했다. 한 쪽을 따서 혀에 댔
다. 별다른 감각이 없어서 일단 안심했고, 다음으로 서재에서 버섯백과를 가
져다가 모양과 색깔을 비교하며 확인했더니 먹는 버섯이었다. 많은 양은 아니
지만 우리 집 한 끼 식사 반찬은 될 것 같았다.
아내가 아침에 구수한 된장국에 그 버섯을 탕으로 해서 나왔다. 오랜만에 먹
어보는 신선한 버섯을 먹으며 다시금 나무의 고마움을 느낀다. 나무는 죽어서
도 한 줌의 흙이 되는 그날까지도 이처럼 여러 가지 도움을 인간에게 제공
하
고 있다. 화단 둘레에 통나무는 적당히 자르고 땅에 박아놓으면 한 오년 동
안 버틴다. 이 과정에서 습기를 먹은 나무는 버섯을 자라게 해 주는 것이다.
지난여름의 최고의 더위를 겪으며 나무 그늘이 주는 혜택을 절실하게 느꼈
다. 건물 주변에 심겨진 오래된 감나무들은 해가리 하며 열매를 맺었다. 작년
에 많이 감을 수확했기에 올해는 별로 열매가 없었다. 열매 없는 무성한 가
지 잎을 저주했던 주님의 말씀이 각인되어, 나도 모르게 나무에게 서운함을
내비치었다.
하지만, 올해의 여름을 지내면서 편협적인 생각을 지웠다. 나무로 이 땅에 뿌
리내리며 자라다 죽어서 썩어 한 줌의 흙이 되는 그 날까지 모든 것들을 위
해 내어주는 고마운 나무이다. 사랑하면 할수록 더 사랑의 조건을 발견하듯
이, 유난히 나무를 좋아하는 나에게 더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나무들이
주위에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