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가버릴까봐
당신이 그만 나를 버리실까봐
차라리 내가 먼저 돌아서고저
새하얀 나의 옷을 벗었답니다
잊을까봐서
당신이 나를 그만 잊으실까봐
차라리 내가 먼저 잊어버리려
어색한 보라옷을 입었답니다
한 여름
그 넓은 대지 위에
음산함만 자리잡고
당신의 빛이 나의 손등을
잠시 스쳐 지나갔을 때
하늘 가득 먹구름은 소나기 되어
나의 초라한 영혼을 유혹 했지만
내 마음을 적시우진 못했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음지에 웅크리고 앉아
외롭지 않노라고 미소 지으며
오가는 바람을 움켜 잡지만
오늘도 나는요.
당신이 찾아줄 날 기다리면서
울먹이며 변해야 할
수국입니다
시/ 최미화 사모(사랑의교회)
그림/ 소예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