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사례비 타면
황대연 목사/한가족교회
“여보…”
“응…?”
“이번에 사례비 타면… 저…약 좀 해 먹을까해요..”
“그러지 뭐…”
아내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합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아내는 무척 피곤한 기색이었습니다. 결혼 후 15년을 살아
오면서 아내는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
다. 늘, 옷 한가지를 사더라도, 또 반찬거리를 사더라도 남편인 나 자신이
나. 아들아이를 먼저 생각을 했습니다.
재작년이던가…, 의료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정기적인 건강 검진에서 제
게 “폐결핵”이 의심스럽다며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한다는 연락이 온 적이 있
습니다. 약간 긴장을 했지만, 결국 의사께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 폐결핵이
지나갔다고, 사진에 나온 것은 폐결핵이 지나간 자국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부모님을 뵌 자리에서 간증 삼아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며칠 후 어
머니께서 오셨습니다. 손에는 한약이 들려 있었습니다.
“애비야, 이거 개소주다. 내가 진짜 꿀을 더 넣으라고 가져다주고 지키고 섰
다가 가져왔다. 거르지 말고 먹어라…” 그랬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다
나은 결핵자국에도 가슴이 아프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여의치 못한 살림 중
에도 개소주를 짜서 차를 여러 번 갈아타고 와야 하는 먼 거리를 손수 들고
오셨던 것입니다.
“이런 걸 뭘 들고 오세요? 다 낫다는데…” 저는 짐짓 어머니께 가벼운 타
박을 합니다. 먼 거리를 오시느라 어머니의 코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것을
보고 미안해서, 또 정작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허약한 사람은 아내인데,
내 약 밖에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한 까닭입니다.
아내는 매 끼니마다 정성스럽게 약을 챙겨 줍니다.
“여보, 개소주는 아무나 먹어도 되는 거니까 당신도 같이 먹자구”
하지만 아내는 손사래를 치곤 했습니다. 그러던 아내가 얼마 안 되는 생활
비 속에서 약을 해먹겠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아내가 많이 힘든가보구나…”
개척목회 어언 7년…그 이전의 아프리카 생활까지 생각하면, 결혼 후 15
년 동안 어쩌면 가장 지친 사람은 내 아내일 것입니다. 아
무리 힘들다 힘들
다 해도 나는 목사라고 설교하면서 풀고, 사람 만나면서 풀고, 때때로 맛있
는 밥 한끼도 대접받으면서 그 “힘듦”을 해소할 수 가 있었지만, 아내는 그
렇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아내의 맥을 잡아보고는 아기처럼 기력이 약해 세 번은 먹어야 한다
는 말에 우선 한번만 먹어보겠다고 하면서 십 팔 만원 주고 아내의 약을 지었
습니다.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힘을 냈으면 좋겠습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