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와 닭  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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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와 닭 

박종훈 목사/ 전북노회

주일 예배를 마치고 장년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밖에 나오자 아이들은 서로 
승합차로 달려간다. 중일학년인 남석이가 앞자리에 타려고 손잡이를 잡고 있
고 바로 뒤에서 막내아들인 초등삼년인 서진 이가 서 있었다. 먼저 온 남석이
가 있지만 운전기사이고 목사인 아버지의 빽(?)으로 앞자리에 탈 요량으로 뒤
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일도 공평해야 하기에 먼저 온 남석이를 앞자리에 태웠다. 장
년을 비롯 중학생들과 초등학생들 모두 같이 예배를 드리고 인사를 나누다 보
면 조금 늦게 나온다. 아이들은 서로 앞자리를 타려고 이처럼 줄을 서서 기다
리는 것이다. 

차를 막 출발하려는데 남석이가 앉은자리의 발 밑에서 손가락보다 긴 지네가 
스멀거리며 남석이의 발등에 오르는 것이다. 그러자 기겁을 하며 놀라며 발
을 치우자 지네는 엄지발가락을 물고서는 재빨리 도망 가버렸다. 
남석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스런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지네가 어쩌다 
차안에까지 들어왔는지….. 

우리 집에는 지네가 서식할만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고목이 된 밤나무
가 있고 텃밭에는 닭들이 있어서 닭뼈를 좋아하는 지네가 살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예전에는 닭들을 마음껏 놓아기르기 때문에 지네 같은 벌레를 잘도 
찾아서 먹어치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원이나 채전밭의 피해로 인해 일정한 우리에 가두고 키운
다. 지네는 닭의 뼈를 좋아하고 닭은 지네를 좋아하며 서로가 밥이 되고 먹이
가 되는 자연의 오묘한 상극(相剋)을 보며 우리 인간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지네에 물리면 얼마나 고통스런지 나는 전에 경험을 했다. 몇 년 전에 아들 
방에서 잠을 자는데 몸위로 사각거리며 기어가는 물체에 반사적으로 손을 대
자 주사바늘에 찔린 듯 극심한 통증이 왔다. 

불을 켜서 살펴봤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아픈 부위를 보니 벌겋게 부어 오르
며 무엇에 물린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분명 무엇에 물린 것 같으나 정체
를 알 수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지네에 물린 것으로 판단했다. 그 동안 지네
에 물린 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그 고통 또한 처음 느꼈다. 어린 시절 사
나운 
벌도 쏘이고 쐐기의 독을 쏘이고 여러 독충의 독을 맛보았지만 이처럼 심한 
고통은 없었다. 한 시간정도 지나자 고통이 사그라졌고 결국 지네였음을 발견
하게 되었다. 

남석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통증을 호소하지만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
이라 위로해 주었다. 그 때 함께 타고있던 수정이가 하는 말 ‘우리 할머니는 
닭 벼슬 때문에 죽을 뻔하다 살았어요.’ 

그 때서야 생각이 났다. 민간요법에 지네에는 닭 벼슬의 피가 해독한다는 것
을 들었던 것이다. 수정이는 서울에서 살다가 귀농한 부모님을 따라 이제 시
골 생활 삼 년째이지만 할머니의 지네물린 것을 보고 알았던 것이다. 

아이들을 집에 우선 데려다 주고 남석이는 다시 교회로 데리고 왔다. 가위를 
준비해서 닭장에 들어가니 닭들이 뭐 먹을 것을 주는 줄 알고 달려든다. 그 
중에서 벼슬이 좀 큰 닭을 잡아서 벼슬을 가위로 조금 자르자 피가 한 두 방
울 나온다. 

놀란 닭은 비명도 못 지르고 다소곳이 몸을 맡긴다. 그 즉시 지네가 물린 발
가락에 닭 피를 발라주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통증이 가라앉은 다는 것이
다. 과연 지네의 
독은 닭의 피가 특효임을 증명해 주었다.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지금도 차 안의 어딘가에 숨어있을 
지네의 소탕작전에 나섰다. 조그만 틈새도 들어가는 지네를 불러도(?) 나올 
리 없기에 독가스를 뿌렸다(에프킬라) 지네도 독을 주었으니까 사람이 만든 
독 맛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러자 꼭꼭 숨어있던 지네가 허둥대며 나오는걸 가위로 잡아서 두 마리로 만
들어 주었다.

그리고 아직도 놀란 가슴으로 멍하니 주저앉은 그 닭을 향해 지네를 던져주
자 금방 달려들며 한 입에 삼켜 버리는 것이다. 

참으로 자연은 독이 있으면 해독하는 것도 자연 속에 같이 있다는 것을 아이
들과 함께 체험했다. 극심한 고통을 준 지네의 독을 닭의 피 한 방울이 해독
(解毒)한다면 죄(罪)로 인한 영원한 독(毒)을 예수님이 흘리신 보혈(寶血)이
야 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