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만남_허태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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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만남 

허태성 목사/ 은곡교회

나의 은사이자, 전에 부목사로 섬기던 강변교회의 담임목사 김명혁 교수님의 
말씀처럼 ‘인생은 만남이고 목회도 만남이고 선교도 만남’이라는 평범한 진
리를 다시 생각해 본다. 

지금부터 3년 5개월 전에 목자장 되시는 주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목장 은곡
교회에 와서 새롭게 여러 성도들을 만났다. 그 만남을 통하여 목회도 이루어
지고 목회의 행복도 맛보게 되는 것 같다. 은곡교회에서 만난 여러 성도들이 
내게는 다 소중하고 귀한 분들이지만 그중에서도 N권사님을 만난 것이 내게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N권사님은 혼자 사신다. 남편도 없고 같이 사는 자녀도 없다. 가끔 편찮으셔
도 물 한 그릇 떠다 줄 사람도 없다. 심방을 가서 들은 바로는 일찍 혼자가 
되셨는데 그후론 지금껏 혼자 사신다고 한다. N권사님은 연세가 이미 80이 
다 되셨다. 그래서 귀가 많이 어두워지셨다. 전화도 큰 소리로 해야 겨우 목
소리를 알아 들으실 수 있다. 그래서 설교
를 제대로 듣지 못하신다. N권사님
은 내가 부임하기 훨씬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많이 다치셨다. 지금은 
머리 부분에 인공 구조물을 넣고 사신다. 

권사님은 내가 알기로 모아 놓은 재산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얼굴에는 늘 기
쁨이 충만하다. 웃음이 그 얼굴에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주일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신다. 

권사님은 조그만 손수레를 끌고 이른 새벽부터 저녁때까지 골목골목을 다니시
며 폐지나 빈병을 모으신다. 그렇게 해서 하루에 이천원 정도 버신다. 잠시
도 쉬지 않고 일을 하시기에 권사님의 손은 여자 손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을 자신을 위해서 쓰지 않고 모으신다. 3년 전에는 1년 
동안 모은 돈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극동방송을 물어물어 찾아 가서 선교
비로 드리고 오셨다. 그리고 자신이 ‘전파선교사’가 되었노라고 그렇게 기
뻐하셨다.

2년 전에는 그렇게 모은 돈을 내게 가지고 오셨다. 그래서 그 돈을 장애인선
교회에 보내 드렸다. 그 선교회 이사장 장로님의 감사 전화를 받고서는 자신
의 선행이 드러난 것을 알고 나에게 와서 항의하신다. 아마 내가 이런 
글을 
써서 신문에 당신의 이야기가 알려지는 것을 아시면 또 나를 나무라실 것이
다. 지난 해 말에 앞으로는 절대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말라며 큼지막한 돼
지 저금통을 들고서 또 담임목사방을 찾아 오셨다. 이 귀한 물질을 어떻게 사
용해야 할지를 놓고 아직 결정을 못하여 녀석의 배를 가르지 못하고 있다.
권사님은 예배에 빠지는 법이 없다. 그 연세에도 새벽기도회에 꼭 오신다. 그
냥 오셨다 가시는 것이 아니라 제일 오랫동안 기도를 하신다. 나는 한 번도 
권사님보다 기도를 더 오래 한 적이 없다. 

권사님의 기도는 다 중보기도이다. 나를 위해, 교회를 위해, 민족을 위해 새
벽마다 기도하신다. 날이 밝는지도 모르시고 손바닥을 치면서 때로는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기도하신다. 그러다가 흘러간(?) 찬송을 
부르시다가 방언으로 기도하시다가… 새벽마다 혼자 부흥회(?)를 하신다.
권사님은 나를 보면 언제나 환하게 웃으신다. N권사님은 나의 목회의 열매가 
아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나에게 붙여주신 기도의 동역자이며 위로자이다. 가
끔 게을러지거나 불평이 생길 때마다 권사님을 생각한다. 그리고 곧 회
개한
다. 정말 목회는 만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