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복음의 절묘한 조화
지구촌교회 조봉희 목사
지난 20여일 동안 필자는 러시아 선교지 방문과 부흥회, 그리고 곧바로 북한
을 방문하고 돌아 왔다. 홍정길 목사를 단장으로 목회자들, 상암동 월드컵 경
기장 음향을 설치한 음향기기 사업가, 통일문제 연구 교수 등 모두 10명이 초
청을 받아 갔다. 우리 일행은 그야말로 VIP 대우를 받는 특혜를 누렸다. 평
양 순안공항 입국부터 귀빈실로 안내를 받아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하였다.
특히 북한의 조선 그리스도교 연맹 강영섭 위원장과 서기장, 평양 봉수교회
담임목사 등 최고 지도자들이 모두 나와 환영해주었다. 전례 없는 최상의 대
우였다. 그래서 평양을 벗어나 묘향산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왔으며, 남포시
의 서해 갑문도 기꺼이 구경시켜주었다. 물론, 평양시에 있는 모든 중요한 곳
들을 다 안내해주었다. 그들로서는 최대의 특혜를 베풀어준 셈이다.
평양은 통일만 되면 너무나 살기 좋은 도시다. 자연과 울창한 수목으로 아름
답게 조성된 완벽한 전원도시이
다. 숲 속의 도시, 호반의 도시, 공원 속의 도
시이다. 길은 넓고 차량은 적고, 사람도 많지 않은 21세기 현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전원도시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야말로 먹을 것이 절대 부족
한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다. 먹을 것이 정말 없다. 이것이 사회주의 국가의
파멸현상중 하나이다.
필자는 20년 이상을 공산권 선교에 몸담아 일하고 있기에 공산주의 국가가
왜 망할 수밖에 없는가를 잘 알고 있다. 창의적 생산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평양을 벗어나 시골의 그 좋은 농토는 옥수수 밭과 황금 벌판인데도 토실토실
한 알곡보다는 1/3 이 돌피로 무성한 광경을 보았다. 내 논, 내 밭이 아닌 협
동농장이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소비에트 연맹이 힘없이 무너진 근본원인, 즉 공산주의 국가의 “3무
현상”이 북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무관심, 무책임, 무능력’이다.
만일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는 제도라면 그 좋은 논밭에 돌피가
무성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공산주의 시스템은
무능력
하게 무너지고 말 것이 사필귀정이다.
여하튼 북한은 먹을 게 너무 없다. 사람들이 너무나 말라 있고 피골이 상접이
다. 얼굴들이 다 찌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도 조금 적게 먹기 운동을 펼쳐야
할 것 같다. 그들은 못 먹어서 병들고, 우리는 너무 많이 먹어서 병들어 가
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런 극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
이 개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를 적극 초청하여 극
진한 대우를 해준 것 같다. 돈이 필요하고 먹을 것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
다.
이런 전략적 차원에서 일본 고이즈미 총리를 불러들여 경제원조를 요청하고,
신의주와 개성을 경제 특구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홍콩화시키겠다는 과감
한 도약이다. 즉 중국식 사회주의를 채택하여 어느 정도 개인 재산을 인정하
므로 자유무역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궤도수정이다. 이미 평양의 거리에
는 곳곳마다 간이 매점, 소위 포장마차 가게가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마
치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뻬레스트로이카를 선언한 후 첫 번째 나타난 현상이
거리의 매점이었던 현상과 똑같다. 이것이 북한의 새로운 개방 현상이다.
개
방화는 가속화 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우리가 북한을 돕는 일에 있어서는 너무 복잡하게 따질 상황이 아니다. 그들
은 정직하게 호소한다. 지금 자기들에게는 옷도 필요하고 의약품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선물도 다 필요하지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먹을 것이다. 추
운 것도 견딜 수 있고 옷이나 물건은 부족해도 살아갈 수 있지만 굶고는 못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시시비비 피곤하게 따지며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으
로 악을 이겨야 한다. 이것이 사랑의 선교다(로마서 12:21). 원칙적으로 정부
의 대북 정책과 교회의 대북 선교의 근본은 달라야 한다. 우리는 배고픈 사람
에게 우선 먹을 것부터 주는 사랑의 선교를 본질로 해야 한다. 강도를 만나
쓰러져 죽어가고 있던 사람에게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 같은 순수한 사랑의 돌
봄이 필요할 뿐이다.
예수님의 선교는 빵과 복음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예수님은 벳새다 언덕에 모였던 군중들이 말씀으로 은혜를 받았어도 그
들을 배고픈 상태로 그냥 돌려보내시지 않았다. 오히려 제자들에게 참 사랑
의 목자적
심정을 품게 하시려고,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고 사랑의 선교
마인드를 정립해주셨다. 기독교 선교의 본질은 빵과 복음, 즉 영혼과 육체의
전인구원을 지향한다. 기독교 선교에 있어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있고 우리
가 해야할 일이 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순수한 사랑으로 구제하고 보살펴
주어야 한다.
이번에 북한지역과 교회들을 방문하면서 이런 소신과 확신을 얻었다. 우리가
그들을 지원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조용한 누룩혁명운동이다. 누
룩 같은 사랑은 가슴속에 깊이 들어가서 조용한 변화의 혁명운동을 일으키고
야 만다. 바벨탑이 아무리 높아도 그 벽돌들이 물에 젖으니까 힘없이 무너졌
고, 여리고 성을 믿음으로 도는 동안 이미 금성철벽은 그 속에서 산산조각으
로 금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만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 어
떤 세력도 정복할 수 있다.
‘빵과 복음의 절묘한 조화를 통한 사랑의 선교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