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61)| 한 가지 제안_정창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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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제안 

 

< 정창균 목사, 합신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

 

| 베드로전서 2장 23-25절 |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살린다는 진리 외면 말아야”

설교는 무엇보다도 본문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 설교의 본질입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 설교 현실을 살펴볼 때 근래의 한국교회 설교가 보여주고 있는 압도적인 경향은 설교의 말씀(본문) 이탈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교에서 성경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급기야는 성경을 설교의 기본 텍스트로 삼지 않은 설교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아예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disuse), 성경을 잘못 사용하기도 하고(misuse), 성경을 남용(abuse)하기도 합니다. 

 

설교의 본문 이탈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말씀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씀에 대한 왜곡된 인식입니다. ‘말씀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은 그 안에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러한 생각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말씀의 충족성에 대한 불신입니다. 

 

사도 베드로는 이곳저곳으로 흩어져서 현실적으로는 핍박받는 나그네의 고된 삶을 살아가는 그 시대의 신앙인들에게 여전히 말씀이 최고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거듭나게 된 것도, 영혼을 깨끗하게 한 것도, 형제를 사랑하는 것으로 요약된 이 땅에서의 신자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근거도 다 말씀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라고 사도는 단언합니다. 

 

그 말씀은 살아 있고, 항상 있으며, 세세토록 있으며 이 말씀이 우리의 모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씀만으로는 안 되니 현실적인 필요를 위해서 이런 저런 다른 것들을 붙잡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현실이 어려울수록 더욱 살아있고 항상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최우선에 놓고 집착하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수련회나 캠프를 준비하느라 쩔쩔매는 사역자들을 보며 그 열정에 고마운 마음과 그 힘들어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나를 사로잡곤 합니다.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해서든지 아이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재미있고 기발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들이 때로는 너무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몇몇 초대형교회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교회도 아이들이 교회 밖 어디에선가 누리는 재미보다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교회 안에서 제공하여 아이들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재정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인력으로도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재미있기 위해서라면 아이들이 굳이 교회 수련회에 올 이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재미는 자기들만 통하는 다른 곳에서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교육부서 사역을 하는 제자들에게 간간이 권면하는 것이 있습니다. 담임 목사님과 진지하게 말씀을 나누어 당분간 부서에 아이들이 상당수 감소한다 할찌라도 모험을 해보기로 서로 의기가 투합하면, 교육부서의 수련회에서 모든 다른 오락성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고 성경수련회 혹은 성경 캠프로 운영해보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아이들의 기대나 현실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면 게임, 오락, 체험 등은 다른 곳에서 즐기라고 하고, 교회 수련회에서는 2-3일 동안 오직 성경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나누고 발표하고 그리고 힘을 다하여 기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담임목회자의 결단과 부서 담당 교역자의 치열한 기도준비와 교재준비 그리고 말씀 준비가 필수적입니다. 

 

그런 식으로 수련회나 캠프를 진행하기에는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리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을 너무 무시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나아가서 말씀의 주인이신 성령님을 무시하는 것일런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아이들을 놀이의 아들과 딸이 아니라, 성경의 아들과 딸로 키워야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시도해보니 아이들이 의외로 성경공부를 좋아하고 은혜를 받는다는 보고를 간혹 듣곤 합니다.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열심히 성경을 배우고 그렇게 깊이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는 보고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각 교육부서에서 ‘다니엘서 성경 수련회’ ‘요한복음 성경 캠프’ 등으로 이름 붙인 수련회나 캠프로 여름 행사를 바꾸는 운동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교회들도 이제는 앞에 ‘특별’자를 붙인 무슨 무슨 집회나 이벤트보다는 차라리 ‘출애굽기 성경집회’ ‘하박국서 성경 집회’ 등으로 이름 붙여진 집회로 교회 행사들을 진행하는 운동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벤트 준비와 프로그램 진행을 위하여 쏟는 그 열정과 그 헌신과 그 수고를 말씀 연구와 준비와 실천에 쏟을 수만 있다면 이런 캠프나 집회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목회할 때 이 생각을 못하고, 이런 캠프를 시도해보지 못한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결국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살린다’는 진리를 무시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도 베드로의 말씀처럼 우리를 살리는 ‘살아 있고 세세토록 있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