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민, 나의 사랑_이영란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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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민, 나의 사랑

| 이영란 사모,  좋은소식교회 |

 

 

“교회는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의 보금자리 되어야”

 

비가 올 줄 모르고 호숫가에 나갔다가 갑자기 비를 만났다. 다행히도 홈리스 여자 분이 준 우산 덕에 젖지 않고 무사히 올 수 있었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이 사람과의 만남이 나의 고민에 한줄기 빛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공원에서 여러 번 보았지만 무심히 지나치곤했는데 그날따라 새들에게 과자부스러기를 주고 있어서 말을 걸게 되었다. 

요즈음 나는 고민이 있다. 4년이 넘어가는 우리교회가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할지에 관한 것이다. 전에는 아무리 자유하려해도 수적 증가에 대한 고민에 늘 목덜미를 잡힐 수 밖에 없었는데 서서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신학교 동기모임에서 남편이 읽었던 ‘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제럴드 싯처)라는 한권의 책 때문이기도 하다. 

“교회 성장이 나의 우상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하나님 자신을 구하기를 원하십니다.” 공적으로 여러 번 진지하게 고백하는 목사의 권고에 따라 성도들도 함께 읽게 되었다. 우리들 역시 ‘세상을 변화시키지 전에 우리가, 교회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며 변화된 고민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 읽기 시작한 또 하나의 책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을 통해 이러한 고민이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저자 필립 얀시는 어릴 때부터 근본주의 교회(율법적이고 매우 엄격함)에 다녔는데 그에게 교회는 무서운 곳이었다. 청년기가 되어 성도들의 ‘위선’이라는 장애에 걸려 교회를 떠나게 되었지만 그 영혼은 타다 남은 재처럼 되어가고 교회에 대한 그의 연민의 고민은 더 많아졌다. 그리고 세상이 줄 수 없는 것이 교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종내는 다시 보수전통의 교회에 돌아와 섬기게 되었다. 

교회를 떠나 방황하던 중 주일을 사모하게 되고 복음의 위대성을 깨닫게 한 어느 교회를 만난다. 그 교회는 갑부들과 가난한 자들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이 공존하며 온갖 부랑자들과 빈약한 사람들, 중독자들이 가족의 일원으로 한 교회를 이루어 가는 현장을 13년간 경험했다. 주님의 몸을 깨뜨려 인간의 모든 담을 허무시고 한 몸, 한 가족으로 세우신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주님이 세우신 교회가 이 세상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경험적 통찰을 얻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역시 숫자에 대해 민감하기도 했지만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교회의 개척 성도가 가장으로 살아오던 여 성도님 중심이었고 그 이후로 어려움을 가진 분들을 새 가족으로 주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따뜻한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것을 경험하며 필립 얀시의 경험적 고백처럼 ‘교회가 무엇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에 대해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교회는 나의 가족입니다”라는 말없는 고백을 하는 성도들과 함께 하며 나 또한 “이보다 더 좋은 가족은 없다”는 천국 가족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전도하다 보면 교회에 대한 실망으로 신앙의 길에서 돌아선 사람이 많다. 예수님이 허무신 담을 오히려 교회가 더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회 성장이 우상이 되어 천국을 만나야 할 목마른 영혼들에게 또 하나의 고통이 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교회가 어떤 곳인지, 특히 지역 교회로서 어떠해야하는지 요즈음 이런 고민을 더 심화시키고 주님께 엎드리게 하시니 더욱 감사하다. 

소낙비가 내리는데 그녀가 준 우산을 쓰고 오면서 혹시 주님이 보내신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노숙자이고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며 대화중에 빗방울보다 더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던 가난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받았다는 문선명의 책을 가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교인이세요? 나는 개척교회에 다녔어요. 한 50명 되는데 좋은 교회예요, 바로 이 근처인데 오래 다녔어요, 그런데 이제는 갈 수가 없어요!” 하며 갑자기 눈물을 떨어뜨렸다.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 얼마 전에는 수술비와 여러 가지로 큰 도움과 목사님의 사랑을 받았는데 도저히 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돌아오면서 고민은 이어졌다. ‘아침 한 끼는 도움을 주었지만 하루 종일 이 비가 오는데 어디서 어떻게 지낼까. 만일 우리 교회에 온다면 우리 교회는 그녀에게 어떤 곳일까. 과연 교회에서 자도록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전에 다니던 그 교회와 같이 재정적인 도움과 최선의 관심은 주겠지만 결국 한 가족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게 되겠지. 아니야! 주님의 교회라면 그녀가 우리와 가족이 될 수 있어야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집에 돌아와 남편과 이 이야기를 나누고 또 교회에서 독서 토론을 할 때 다시 나누었다. 우리 모두 같이 고민한다. 교회! 하나님의 가장 위대한 선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