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26)|먹물로 지운 찬송가_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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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요한일서 3:7-8

먹물로 지운 찬송가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남포교회 협동목사 

“유일신 하나님마저 거부하는 운동 일고 있어”

저에게는 종이가 거의 황토색처럼 바래고, 앞뒤 여러 페이지가 찢겨져나간 
오래된 찬송가 한 권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왜정 때 사용하시던 찬송가
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의 어머니께서는 이 찬송가를 제게 보여주시면서 
일제치하에서 어렵게 신앙생활 했던 경험을 말씀해주시곤 하셨습니다. 

일제 때 먹물로 찬송가 가사 지우기도

아마도 70년 이상 되었을 이 찬송가를 넘기다 보면 이곳저곳에 가사가 전혀 
보이지 않도록 새까만 먹물로 지워진 곳들이 있습니다. 어느 찬송은 한 부분
을 지우기도 했고, 어느 찬송은 전체를 새까맣게 지우기도 하였습니다. 하나
님을 왕으로 높이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찬양하는 내용의 찬송들을 부르지 
못하도록 일본 정부가 강제로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가사들을 먹물로 지
운 것입니다. 
우리가 성탄
절이면 가장 많이 불렀던 “기쁘다 구주 오셨네”도 가사 전체
를 먹물로 지운 찬송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수님이 오신 것을 가리켜 만백
성이 맞을 구주께서 오신 것이며, 온 세상의 죄를 사하고 다 구원하실 구주
께서 오신 것이라고 선언하고, 그러므로 온 교회가 함께 일어나 다 찬양하
고, 이 세상의 만물들이 다 화답하고, 만국백성이 구주 앞에 다 경배하여야 
한다고 성탄절의 깊은 의미를 온 세상을 향하여 이렇게 분명하고도 단호하
게 선포하는 것을, 일본 천황이 신이라고 고집을 부리는 일본정권은 견딜 수
가 없었고, 그리하여 이 가사들을 그렇게 모두 지워버려야 했을 것입니다. 
오늘날은 아무도 하나님이 만물의 유일하신 주관자이시며, 예수님이 만백성
의 구세주이심을 선포하고 찬양하여도 그것을 못하도록 강압적으로 먹물로 
지우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제 시대와는 다른 양상으로 오늘날에도 여
전히 그 선포는 심각하게 지워지고 있고, 도전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
니컬하게도 그 일이 일차적으로는 교회 자신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오신 의미를 확인하고 선포하며, 구세주로서 예수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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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일은 뒷전인 채, 이런저런 행사들로 들뜬 축제의 절
기로 변질시키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들 자신에 의해서 성탄절의 선포가 지워
지고 있는 것입니다. 
성탄절을 인류의 구원과 관계된 기독교의 독특한 메시지의 선포와 상관없이 
단순히 하나의 성탄절 문화와 성탄절 상술로 왜곡하는 이 사회에 의하여 성
탄절의 메시지가 지워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근래의 반기독교 운동
에 의하여 성탄의 메시지가 먹물로 지워지듯 도전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 나라에서 확산되고 있는 조직적이고 과격한 반기독교적인 운동들은 그동
안 한국 기독교인들이 불신 사회에 대하여 보여준 윤리적 실패로부터 기인했
다는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우선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
나 이 나라의 반기독교 운동은 반교회운동으로 나아가다가, 이제는 반그리스
도운동 그리고 반유일신운동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예수님만이 유일한 구
원자라는 우리의 신앙, 하나님만이 유일하신 참 하나님이라는 우리의 믿음
을 버리라는 강하고 과격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예수께서 왜 
이 땅에 오셨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신 것은 마귀의 일을 멸하려 하심이라”
(8절). 마귀의 일을 멸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
에 오셨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귀는 누구이고, 마귀의 일은 무엇인가? 마귀의 일의 결과는 무엇이고, 예
수님은 왜 마귀의 일을 멸하셔야 하는가, 그 결과가 무엇인가? 그것을 사도 
요한은 우리에게 말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말씀은 예수님
이 마귀의 일을 멸하신 구체적 방법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물음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입니다.

세상은 예수님마저 거부하고 있어

참으로 모순되게도 마귀의 일을 멸하러 오신 이 분을 감사하고 축하하고 기
념하고 즐거워하는 그 때에, 사실은 마귀의 일을 가장 극성스럽게 하는 일들
이 교회 안팎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비극이기도 합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