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23)| 열 정_정창균 교수

0
7

 

 
 
열 정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남포교회 협동목사 

누가복음 18:35-43

“온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

여리고 외곽 길가에서 평생 구걸을 하며 연명하는 소경 거지가 있었습니다.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나사렛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뜻을 정하였습니다. “나사렛 예수라면 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이다. 나도 나사렛 예수를 만나리라!” 

나사렛 예수의 소문 들어

어느 날 많은 사람이 그의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지나가
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귀로 들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래
서 아무 데나 대고 물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 누군가의 대답
을 들었습니다. “나사렛 예수께서 지나가시고 있네!” 그 순간, 그는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에게는 분명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나사렛 예수는 곧 메시아이시다.” 
그랬기에 그는 귀로는 나사렛 예수라고 들었
는데, 입으로는 다윗의 자손이라
고 소리쳐 부른 것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다윗의 자손은 곧 조상 대대로 기
다려온 메시아의 별칭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또 다른 분명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실 수 있다.” 그랬기에 그는 자기를 불쌍히 여겨달라며 서슴없이 자
신을 그에게 내어놓은 것입니다. 그 믿음을 근거로 그는 오랜 소원과 뜻을 
품고 있었습니다. “나도 이 예수를 만나리라!” 그런데 그 오랜 소원과 뜻
을 실현할 기회가 온 것입니다. 그가 소리를 지른 것은 그 간절한 소원과 뜻
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즉석에서 그가 받은 것은 모욕과 함께 큰 좌절이었습니다. “입 
다물고 조용히 하라!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남다른 장애가 있는 이들은 
사소하게 보이는 일들에도 큰 상처를 받을 만큼 예민한 법입니다. 앞서 가
던 여러 사람들이 거침없이 퍼붓는 이 말이 이 사람 소경에게는 어떻게 들렸
을까요. 
거룩한 뜻을 이루겠다고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 자신의 자존심이 깡그리 무
너지고, 한없는 모욕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현실에 이 사람은 던져진 것입니
다. 분
노에 차서 실컷 함께 욕을 퍼붓고 끝내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
니 그것이 더 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경은 앞서가는 잘난 정상인들이 던
지는 굴욕적인 이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더욱 크게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에게 던져진 그 모든 경
멸에 찬 말들을 못 알아들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귀머거리가 아니라, 소
경이었습니다. 자신의 뜻을 향하여 나아가는 길에 치명적인 장애가 되는 그 
말들을 못 들어서 가 아니라, 의지적으로 들은 체를 하지 않고 더욱 크게 소
리를 지른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겠다는 뜻을 자신의 자존심 상한 것에 의
하여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실천해 나아간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가리켜 “열정”이라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열정을 뜨거운 무
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열정은 온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입
니다. 펄펄 끓는 뜨거움이 아니라, 어떤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길
을 가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열정은 흥분이나 열광과는 
다른 것입니다. 
새해를 준비하는 연말 집회에서 은혜를 
받고 이제는 성가대에서 주님을 찬양
하며 영적인 생활에 힘을 쓰겠다는 결심과 함께 새해를 시작한 분이 있었습
니다. 두어 달 열심히 성가대원으로 헌신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연습시간
에 앞에 앉아있던 다른 대원이 불쑥 말을 던졌습니다. “집사님은 목소리가 
튀어나고 음이 자꾸 틀려요. 집에서 연습 안 하세요?” “그래, 목소리 좋
고 음 정확한 네가 다해!” 그리고 그분은 한동안 화를 못 삭여 씩씩거리다
가 교회를 떠났습니다. .
소리치는 소경을 예수님이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그 군중이 다 보는 앞에서 
둘만의 대면이 이루어졌습니다. “무엇을 해주기를 원하느냐?” “보고 싶습
니다.”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자존심 대신 열정으로 만나

네가 낄 자리가 아니라던 소경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의기양양하게 예수
님을 따르고, 이를 보는 백성은 다 하나님을 찬양하였습니다. 거룩한 뜻을 
향한 열정의 결국은 그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