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19)|벼룩 잡자고 집에 불지르는 죄_정창균 목사

0
12

 

벼룩 잡자고 집에 불지르는 죄

정창균 목사/합신 교수,남포교회 협동목사 

“내가 전 재산을 날리고 망할지라도 반드시 너를 망하게 하고 말겠다!”라
며 분노에 가득 차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너 죽고 나 죽자!”라는 무서운 말도 있습니다. 

원한 때문에 자기 목숨까지 걸어서야

받은 상처나 쌓인 원한을 갚기 위하여 그 일에 나의 목숨을 거는 일은 정말
이지 어리석은 일입니다. 더욱이 신앙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악한 일
입니다. 
야곱 일가가 세겜에 머무르고 있을 때입니다. 야곱이 레아에게서 난 딸 디나
가 그 땅의 추장 세겜에게 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디나가 강간
을 당한 이 일로 말미암아 야곱 가문에는 큰 근심과 분노가 들끓게 됩니다(7
절). 디나에게 마음을 빼앗긴 세겜은 자기의 아버지를 동원하여 야곱을 찾아
와서 디나와의 혼인을 간청합니다. 그리고 두 족속 사이에 통혼을 통한 연합

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특혜를 베풀 것을 약속하기도 합니다. 
디나의 사건으로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야곱의 아들들은 혼인을 간청
하는 세겜과 그 아비 하몰에게 조건부로 혼인을 승낙합니다. 그들의 모든 남
자가 할례를 받으면 디나를 아내로 주고 두 민족이 하나로 연합하겠다는 것
입니다(15-16절). 말하자면 자기들의 종교적인 전통을 내세운 혼인 조건이었
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들의 종교적 유산을 지키기 위한 신앙심에서 나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상대의 남자들을 한 번에 몰살해버림으로 복
수를 할 기회를 얻기 위한 속임수였습니다.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은 야곱의 아들들이 제안한 혼인 조건을 흔쾌히 받아
들입니다. 그리고 모든 남자들이 다 할례를 받도록 주민들을 설득합니다. 그
들에게는 그들대로 또 다른 꼼수가 있었습니다(22-23절). 실상은 자기의 혼
인 때문이면서도 겉으로는 민족 연합이니 경제부흥이니 하는 구실을 내세워 
할례를 받도록 주민을 속이고, 야곱의 아들들에 대해서는 사실은 혼인을 한 
다음에는 그들의 재산을 빼앗을 계략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온갖 특혜
와 호의
를 약속하는 속임수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야곱의 아들들에게 자신들이 결정적으로 속아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부패한 인간의 본성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악한 사람들과 속이는 자들은 더욱 악하여져서 속이기도 하고 속기도 한다
고 말씀하셨습니다(딤후 3:13).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의 고통이 가장 심하여 활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
진 할례 제3일에 세겜 부족을 기습하여 부족의 모든 남자들을 몰살해버립니
다. 세겜 한 사람에 대한 복수를 그 성의 모든 남자들에게 갚아버렸습니다. 
자신들의 복수심을 발산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복의 언약과 신실하심의 징
표로 주신 할례를 역이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분노와 복수심에서 쏟아져 나
온 살인과 약탈의 현장을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방 족속들에게 조건만 맞으면 연합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방인과 합해서는 안 된다는 하나님의 
명령도 얼마든지 던져버릴 수 있다는 자세를 표명한 것이었습니다. 누이 디
나가 더럽힘을 당한 것에 대한 복수에만 집착했지, 그 통쾌한 복수를 위하
여 사실은 
그들이 하나님을 얼마나 더럽히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았습니
다. 이방족속 세겜은 야곱의 딸 디나를 더럽혔지만, 하나님의 백성 야곱 일
가는 하나님을 더럽힌 것입니다. 
결국 벼룩 한 마리 잡자고 집에 불을 지르는 악을 행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런 류의 일들이 오늘날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을 우리는 잊고 살 때가 있습니다. “신앙”이라는 깃발을 치켜세워서 불신
앙의 행위를 마음껏 저지르고, “하나님”이라는 간판을 내세워 하나님을 모
독하고, “교회의 유익” 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교회를 교회가 아닌 것
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하는 한 가운데는 자주자주 자신의 욕심이나 혹은 자기가 받은 상처
에 대한 분노나 혹은 사리사욕과 한풀이 등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 벼
룩 한 마리 잡자고, 하나님이라는 집에 불을 지르는 것입니다. 
야곱의 일가는 디나 사건을 계기로 차라리 자신들의 모습을 깊이 돌아봐야 
했습니다. 사실, 디나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은 어떻게 보면 야곱의 실수로 말
미암아 온 결과였습니다. 야곱은 세겜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아야 했습니
다. 
하나님께서 야
곱에게 돌아오게 하겠다고 약속한 곳, 그리고 야곱에게 돌아가
라고 말씀하셨던 곳은 세겜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벧엘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31:3,13). 그러나 그는 웬일인지 6-9년 정도를 세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디나 사건은 어쩌면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순종하지 않음으로써 그것이 화
근이 되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거룩한 목적 훼손하는 수단이 문제

하나님이나 우리의 신앙을 빙자하여 자기의 야심이나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
시키는 것이나, 우리의 신앙을 버리고 타협하는 것은 언제나 악한 일임을 알
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