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성주진 교수/ 합신구약신학
올해에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찾아왔습니다. 당면한 일들 때문에 혹시 정신
이 사납고 마음이 분주하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성탄절은 더욱 의
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일에 지친 사람들은 성탄절을 또 다른 휴일
로, 연인들은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상인들은 매상을 올리는 날로, 그리고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다 주는 날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성탄
절의 참 뜻은 과연 무엇입니까?
많은 절기가 그렇듯 성탄절도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의 뜻은 가려진 채 덧붙
여진 하위문화의 옷을 입고 나타납니다. 예수님이 태어난 당시 베들레헴에 함
박눈이 내렸을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산타할아버지는 올해도 어김없이 루돌
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나타나 굴뚝을 타고 내려와서는 벽에 걸린 스타
킹에 선물을 가득 담아주고 사라집니다. 이렇게 상황화된 동화적 덧칠들은 어
린이의 꿈을 키우는 장치로서 크게 해롭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덧칠들은 부정적인 잔상을 남깁니다. 상업적, 민속적, 인도주의
적 덧칠들은 성탄의 독특성을 인간적인 일상성으로 희석시켜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차적인 이미지의 총체에 짓눌려 성탄절의 참 뜻이 잘못
이해되기 쉽습니다. 오해가 쌓이다 보면 성탄 이야기에 담긴 구원의 놀라운
소식은 진부한 교훈과 광고로 전락하게 됩니다. 우리로서는 성탄 이야기 자체
에 가해진 덧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벗겨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동방박사’의 수와 정체에 관한 덧칠이 있습니다. 우리말 찬송가에
도 ‘동방박사 세 사람’ 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도 이들
의 수가 셋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는 이들이 가져온 예물이 황금과 유황
과 몰약, 이렇게 세 가지인 점에서 유추한 것입니다. 또 그들은 당시의 왕이
나 오늘날의 박사와 동일시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마구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 예수를 놓은 ‘구유’는 ‘외양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만, 말들이 ‘실례’하는 보통의 마구간이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어
떤 비평가는 마구간이란 단어가 성경에 나오지 않
는다는 사실을 들어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신빙성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이는 성경이 아닌 사람들
의 상상에 대한 공격일 뿐입니다. 성경 본문은 ‘구유’만을 언급할 뿐 일정한
형태의 마구간을 명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탄생기사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두 군데에 나타납니다. 두 이야기
를 혼동해서 상반된 성탄 이야기를 반영하는, 상호모순된 두 전승으로 보아서
는 안됩니다. 본문은 두 사건이 서로 다른 정황에서 발생했음을 보여줍니다.
목자들의 이야기는 예수의 탄생 직후에 발생한 일이고 동방박사들의 이야기
는 상당한 기간이 흐른 후에 일어난 일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문자보다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 이미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
다. 메시지보다 매체가 중요하고, 매체가 곧 메시지라는 시대에 영상 매체로
전달되는 성탄절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는 성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먼저 말씀에 근거하여 성탄의 이미지를 바로잡을 때 성탄절
에 대한 세상의 오해는 점차 불식되고 우리의 믿음은 강화될 것입니다.
이번 성탄절은 여러 종류의 덧칠을 벗겨내고 성탄의
진리들을 하나씩 묵상하
면서 구원의 은혜를 새롭게 새겨보는 것이 어떨까요? 우선 성탄은 초림으로
써, 주님의 재림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진정한 의미에서 주의 오심을
기대한 사람이 적었던 것처럼 오늘날 주의 재림을 바로 대망하는 사람이 많
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성탄은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신비로운 사건입니
다. 하나님의 아들이 죄인을 구원하기 위하여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내려오신 사건입니다.
주님은 왕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다윗의 후손으로 나신 이, 그는 곧 만왕
의 왕, 만주의 주, 그리고 나의 주님입니다. 그분은 또한 세상의 빛이십니
다. 무지로 캄캄해진 이 땅을 진리의 빛으로 밝히시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
다. 그분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로서, 구원의 역사를 완성하시기 위하
여 오셨습니다. 성탄은 하나님의 구원계획을 성취하는 첫 기적일 뿐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