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기도했나 봐” 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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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기도했나 봐” 

성주진 교수/ 합신 구약신학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기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알고 있는 성도들에게 기도
의 응답은 기도의 당연한 전제요 일상적인 상식입니다. 우리는 ‘영혼의 호
흡’인 기도를 빼놓고서 신앙생활을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도
할 때마다 가까이 계셔서 응답하시는 하나님은 믿는 성도의 자랑이자 영광입
니다. 기도의 응답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아버지 되심
에 대한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경험을 통하여 우리의 기도가 항상 그대로 응답되는 것
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했는데 응답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 대해 섭섭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 하나님은 하필 내 기도에 응답해 주시지 않는 것일
까? “괜히 기도했나 봐”하는 외람된 생각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께 ‘삐진’ 사람의 마음을 달래기
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하나님의 말씀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보통 때에는 하나
님이 당장 응답하시지 않는 것은 더 좋은 것을 더 좋은 때에 주시기 위함이라
는 설명이 수긍이 가고 은혜가 됩니다. 그러나 막상 내게 중요한 기도가 응
답받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에는 이러한 좋은 말씀들이 큰 위로가 되지 못하
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님께 대한 섭섭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
니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해 두면 시험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섭섭
함 때문에 교회의 일에 대해 방관적인 태도를, 그리고 신앙생활에 대해 냉소
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응답을 받지 못한 아픔 때문에 기도에 대하
여 회의적이 되고, 매사에 열심이 식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
가 원하는 것을 주시지 않으셨다는 생각이 이렇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원하
게 만듭니다.

그러나 아무리 하나님의 말씀이 얼마동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성도
의 섭섭한 마음을 풀어주시는 분은 역시 하나님이시요, 위로하는 것은 하나
님의 말씀입니다. 처음의 충격과 서운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면 주님의 양

n인 성도는 결국 목자인 주님의 사랑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러
다 보면 기도의 응답여부는 이제 문제되지 않을 정도가 됩니다. 이러한 경험
은 몇몇 특별한 신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구약의 다윗과 신약의 제자들은 기
도응답의 문제에 대한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랑이 크게 이는 갈릴리 호수 한복판에서 불안하게 요동치는 일엽편주가 우
리가 주목하는 첫 번째 장면입니다. 주님이 제자들과 함께 계시는데도 풍랑
은 일어났습니다. 이것은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면 아무런 어려움도 없으
리라는 통상적인 기대에 어긋납니다. 약속의 땅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것만
이 아니고 가뭄과 타는 목마름도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주님
과 동행하기에, 약속의 땅에 들어와 있기에, 기도가 요청되는 어려운 상황
에 처할 수 있습니다.

갈릴리 호수의 또 다른 신비는 제자들이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도 주
님은 여전히 주무시고 계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호수 가운데 폭풍이 있
었고 주님의 응답에 지연이 있었기에 제자들은 주님이 어떠한 분인지를 보다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응답의 지연은 이렇게 
신령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
니다. 때때로 하나님은 신앙의 비상과 특별한 구속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그분의 캄캄한 부재를 경험하게도 하십니다. 

다음 사례는 하나님이 성전을 건축하고자 하는 다윗의 가상한 소원을 거절하
신 일입니다. 이는 더 좋은 것, 곧 왕조를 그에게 허락하시기 위함입니다. 
그 결과 메시야가 그의 후손 가운데 나셨다는 사실이 성도의 기도를 사용하시
는 하나님의 신비롭고 영광스러운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잠시나마 섭섭했
을 다윗의 마음이 기쁨과 감사와 찬양으로 넘쳐 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
다. 

기도응답의 문제는 결국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기도
는 하나님이 나의 ‘아빠’라는 근본적인 믿음과 그분이 나에게 행하시는 일
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확인해줍니다. 하나님이 우리 안에 허락하신 이러
한 믿음과 신뢰가 있기에 우리는 우리의 허약해진 기도의 무릎을 하나님 앞
에 다시 꿇을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