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인가?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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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인가?

성주진 교수/ 합신 구약신학

사람은 어려서부터 공평한 대우를 요구하며 살아갑니다. ‘내 꺼야’, ‘만지
지 마’ 라는 말과 함께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불공평해’라는 말은 공평
의 개념이 우리 마음속에 일찍부터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른이 되어
서도 우리는 공평이야말로 행복한 삶과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요체라고 
믿고 있습 니다. 

그러나 실상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다지 공평하지 못합니다. 우선 타고
난 건강, 집안형편, 외모와 지능이 다 다릅니다. 건강과 집안형편은 어느 정
도 개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유전적으로 타고난 외모와 지능의 향상에는 한계
가 있습니다. 또 아무리 공평한 사회라 하더라도 같은 조건하에서 같은 노력
을 기울일 경우 항상 같은 결실을 맺고 같은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
것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조건들입니다. 불신자들은 이것을 우연이나 
운명의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반면 그리스도인들은 이렇게 불공평한 일에 
하나님이 어떤 모양으로든 관여하
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자녀들을 공평하게 대하실 것으로 기대
합니다. 특별취급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경건, 그리고 우리의 자녀된 사실 때문
에, 하나님이 우리편을 들어주실 것을 은근히, 때로는 노골적으로 기대합니
다. 

그러나 이러한 공평에 대한 피상적 이해는 불행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음악
영화 ‘아마데우스’는 재능의 불공평성을 다룬 수작입니다. 왕의 인정을 받
으며 성실하게 작곡활동을 벌여온 살리에르는 신동 모차르트가 등장하자 혼란
에 빠집니다. 진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평범한 재능 밖에는 발휘하
지 못하는 반면, 천박하고 불경건한 모차르트가 훨씬 뛰어난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수긍할 수 없었던 살리에르는 결국 하나님을 원망하게 됩니
다. 이 때문에 그는 나름대로의 재능과 뛰어난 감식력에 대해 감사하지 못하
고 시기심과 적개심에 사로잡혀 불행한 여생을 보냅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이, 남과 비교함으로써 상향조정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게 될 때, 
하나님은 공평하지 않다고 불평하기 일수입니다. 다양한 은사
를 인정하지 못하는 획일적인 사회에서 공평의 추구는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
는 경쟁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마치 하나님이 ‘머리가 될지언정 꼬
리가 되지 말라’고 명령하신 것처럼 성도들도 소유와 지위의 경쟁대열에 뛰
어들게 되었고, 어떻게든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는 것이 하나님이 인정하
시는 믿음의 증거라고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하나님을 믿고 살아가는 건전한 삶을 영위한 결과 좋은 열매를 거두게 
되는 것은 하나님이 통치하시고 복 주시는 통상적인 방법입니다. 동시에 우리
는 하나님이 땀흘린 불신자에게도 수고의 열매를 나누어주시고 은사를 방치
한 당신의 종들에게서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으시는, 공평하신 분임을 잊지 말
아야 할 것입니다. 믿는 우리들도, 믿음은 좋지만 의술이 떨어지는 의사보다
는 믿음은 없어도 실력 있는 전문의를 더 신뢰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의 공평하심은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송명희 시인
은 ‘나’라는 시에서 ‘공평하신 하나님’을 노래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보
통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하나님이 육신의 장애를 상쇄할 수 있는 특별한 은사
를 주심으로써 그녀를 공평하게 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이 시
가 육신의 장애문제를 떠나 자신을 은혜로 구원하신 하나님을 찬양한 것이라
고 밝힘으로써 하나님 공평이 산술적이거나 기계적, 또는 보상적인 것이 아니
라 주권적 은혜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주님이 베푸신 탈란트의 비유도 같은 진리를 가르칩니다. 주님이 보시는 것
은 얼마나 가졌느냐, 혹은 얼마나 남겼느냐가 아닙니다. 가진 것을 어떻게 활
용했느냐 하는 것을 충성의 지표로 보십니다. 소유와 소득의 단순비교를 통
해 나타나는 상대적인 불공평 가운데에서 하나님은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은
혜를 충성된 종들에게 베풀어주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가 경험하는 불
공평한 일들을 통하여 우리를 연단하고 빚으심으로써 주권적인 사랑의 손으
로 우리를 붙들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공평을 뛰어넘어 측량할 수 없
는 은혜를 베푸시는 자비로우신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