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칼럼>
감사절 아침의 소원
지난 주일은 추수 감사절이었습니다. 새벽기도 후 감사절 예배를 준비하
고 있는데 갑자기 엉뚱한 노래가락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피리 부는 사
나이. 바람 따라 가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 들고 다닌다… 거친 비바람
이 불어도 모진 눈보라가 닥쳐도 멋진 피리 하나 들고서 언제나 웃는 멋쟁
이.” 20년 가까이 전에 한창 유행하였던 송창식의 “피리 부는 사나이” 였습니
다. 문득 떠오르는 이 노래가락에 잠시 취하는 동안 생각은 다시 엉뚱한 데
로 뻗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감사하는 사나이로 살고 싶다.” 비록
바람 따라 사는 떠돌이 일찌라도 멋진 피리를 불며 떠도는 멋쟁이 사나이처
럼, 비록 이런 일 저런 일, 좋은 일 궂은 일, 기쁜 일 슬픈일, 바람을 마구
맞으며 살아도, 감사의 피리를 불며 사는 멋쟁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저의
소원이 되어 떠오른 것입니다. 그리고는 언제나 감사하며 살아가는 나의 모습
이 미리 연상되기도 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
도 하고, 눈물이 글썽여지기도
하였습니다. 무슨 이유로 감사절 아침에 송창식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은혜
의 끈나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저는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
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하나님께 그렇게 감사하며 살고 싶다는 소원이 생
겼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티끌만큼씩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이 또 하나의 감사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전날인 토요일 저녁에도 우리 가족은 참 은혜스러운 경험을 하였
습니다. 나는 다음날의 감사절 행사를 점검하느라 밤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
갔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식구들을 비상소집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다
섯 식구가 둘러 앉아서 감사절 전야제를 가진 것입니다. 우리 부부와 세 아이
들이 둘러 앉아서 각각 지난 일 년을 지내 오면서 감사한 일들을 이야기 하
며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슬프고 아팠던 일들도 나누며 감사하였습니다. 구
체적으로 생각해보니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힘들었던 일들도 지내놓
고 돌아보니 생각하기 따라서는 얼마든지 감사의 제목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서로 손을 잡고 돌
아가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앞으로는
성탄절 이브만이 아니라, 감사절 이브도 지키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은혜로
운 감사절 전야 였습니다.
사실, 저는 감사할 일이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입니다. 저를 아는 많은 사
람들이 저를 부러워하면서 참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많이 가진 사람입
니다. 작은 일에서 큰 일까지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크게 감사한 것
은 내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예수님을 통해서 나를 부르신
하나님이 계신다는 사실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습니다. 내가 언제라도 부를
수 있고, 붙잡을 수 있고, 아뢸 수 있고, 아무 때라도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고, 생떼를 쓸 수도 있고, 곡조가 어떻게 되든 마음껏
찬양할 수 있고, 하소연 할 수 있는 예수님을 내가 믿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
나 감사한지 모릅니다.내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 그리고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 이것은 모든 감사의 원동력입니다. 아름다운 하늘에 문득 시선이 멈추었
을 때, 흐드러진 꽃들을 보며 그 아름다움에 충격을 받을 때, 바르게 살고 헌
신적으로 살려고 애쓰는 착
하디 착한 교인 한 사람을 만났을 때, 거의 본능적
으로 터져나오는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탄사는 내가 예수를 믿기 때문에 나
도 모르게 나오는 감사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슬픔도 감사가 되고, 비극도
결국은 감사로 변하고, 고통과 괴로움도 끝내는 감사가 되는 비밀을 나는 내
가 예수를 믿는다는 사실에서 발견하곤 합니다. 누군가 속을 썩일 때도, 마음
을 아프게 할 때도, 사는 것이 팍팍하고 서러울 때도, 나는 오히려 그것을 감
사할 수 있는 희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예수 믿는다는 사실에서
오는 비밀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예수님을 믿는 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내게
하나님이 계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바람 따라 사는 떠돌
이 이면서도 언제나 멋진 피리를 불며 다니는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온갖 어
려운 상황을 다 만나며 가는 나그네 인생길을 살면서도 언제나 하나님께 감사
하는 사나이가 되고 싶습니다. 언제나 감사의 멋진 피리를 불며 사는 감사의
멋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이것이 감사절 아침에 감사의 눈물을 찔끔거리며 새
삼스럽게 품는 나의 소원입니다. 그리고 모든 다
른 사람들도 이런 소원을 품
었으면 하는 것이 또 하나 나의 소원이기도 합니다. 문득, 앵무새처럼 외우
고 다니던 말씀 한구절이 떠오릅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고 예
수 안에서 너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