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칼럼>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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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 칼럼>

스승 

나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몇년째 가르치고 있으나, 나는 나 자신을 스승이라
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나같은 조무래기 선생에게 감히 붙일 
수 있는 칭호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전후하여 재학생들
은 물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몇몇 졸업생들로부터 스승의 날 인사를 받았
습니다. 스승의 날이라며 전해오는 인사를 받으면서 한쪽으로는 염치가 없고 
어색하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은근히 기분이 좋기도 하였습니다. 밤 11시
가 다되어 부부가 함께 와서 감사하다며 놓고간 화장품을 저녁마다 얼굴에 발
라댔습니다. 화장품을 처음 구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한 제자가 주일 오후예
배 마치고 그 먼길을 찾아와서 놓고간 양말을 하루에 두번씩 갈아 신기도 하
였습니다. 양말을 신어 본 적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카드와 함께 혹은 전
보로 혹은 메일로 전해 온 저에 대한 찬양성 몇마디 말들이 그 내용이야 사실
이건 말건 저의 가려운 귀를 긁어주 듯 기분을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나
는 아직 스승
이라는 칭호로 불릴 수 없는 사람이다” 하는 생각을 여전히 하
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아지면서 은근히 사람 키우는 보람같은 것이 가
슴을 파고 들어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학부형들에게 돈 봉투를 받는다는 오해의 소지를 없앤다며 스승의 날에 아예 
학교 문을 걸어잠가버리는 지경까지 되어버린 것은 이 사회의 커다란 비극입
니다. 스승의 날에 정작 스승을 만날 수 없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큰 불행입
니다.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버리면 오히려 떳떳하고 좋겠다고 말하는 그 
선생님의 속 마음은 얼마나 쓸쓸하고 억울할까요? 우리 사회에는 참된 스승
이 없어서 문제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참된 사도의 길을 가기를 거부
하는 소위 스승된 이들에 대한 질타와 책임 전가겠지요. 그러나 참된 스승 만
들기와 참된 스승 모시기를 거부한 학생과 부모들 그리고 이 사회 풍조가 만
들어낸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점수를 좀더 올려주는 족집게 선
생 앞에서는 두꺼운 돈 봉투를 드리밀며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참되거라 바르
거라 하시며 몇 대 때려준 교실의 선생님께는 폭력 운운 하면서 멱살을 잡고 

설을 퍼붓고 경찰을 향하여 핸드폰을 눌러대는 그런 주제에 참된 스승의 빈
곤을 입에 올릴 수 있나요?

지난 15일 스승의 날, 경상도 어느 감옥소 앞에서 있었던 스승의 날 행사 소
식은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습니다. 1700여명의 사람이 감옥소 정문 앞에 모
여 줄을 섰습니다. 포항에 있는 한동대 학생과 교수들 그리고 학부모들이었습
니다. 그들은 손에 카네이션 한송이씩을 들고 있었습니다. 자기들을 가르치
는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얼마전 법정구속되어 그 감옥소 안에 갇혀 있는 자기
들의 스승 김영길 총장과 오성연 부총장을 위한 스승의 날 행사를 치루기 위
해서 였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그 자리를 본 사람의 말에 의하면 눈물 범벅이 되어 그들은 이 노래를 불렀
다 합니다. “총장님, 부총장님 사랑합니다”는 말과 함께 들고 온 카네이션
을 감옥소 정문 앞 땅바닥에 내려놓고 묵묵히 그 자리를 떠났다 합니다. 어
떤 이는 그 자리가 사제의 사랑이 천지를 흔든 자리였다고도 하였습니다. 경
찰들은 그들이 혹시 집단 행동을 일으킬까 하여 바짝 긴장 하였다 하고, 혹자
는 그들의 그러한 
행동은 스승의 날 행사를 빙자한 단수 높은 데모행위 였다
고 말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동
대의 그들이 자기들의 학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불타는 사명감으로 
그 학교를 그 정신 위에 그 분위로 그렇게 일구어 온 자기들의 스승들을 얼마
나 사랑하고 신뢰하고 존경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그 노래와 그 눈물과 그 기도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진심임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어떤 판사가 무엇을 어떻게 보
고 그 대학의 김총장과 부총장을 ‘죄질이 나쁜 자’로, ‘도주할 염려가 있
는 자’로 판단을 하여 법정 구속을 하였는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 알 수 없
지만, 이 시대에 이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스승과 제자의 감동적인 관계
를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일이 속히 잘 풀리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두분
은 비록 감옥에 갇혀있으나 어쩌면 이 시대의 행복한 스승이라는 생각도 듭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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