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칼럼> 목자가 되고 아비가 되어

0
13

<정창균 칼럼>

목자가 되고 아비가 되어

“나로 하여금 우리 교인들에게 목자가 되고 아비가 되게 하소서. 저에게 목자
의 마음을 주시고, 아비의 마음을 주소서.” 작년 한때 새벽마다, 그리고 틈
만 나면 처절한 마음으로 주님께 애원한 저의 기도였습니다. 걸핏하면 교인들
에게 서운한 생각이 들고, 사람들이 야속하다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고, 때로
는 아무것도 아닌 문제로도 혈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르고, 목회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 목회를 그만두고 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허
우적대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을 어느날 문득 발견하고 부터였습니다. 목회자
라 할 수 없을 참으로 몹쓸 모습으로 변절해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이
런 목사에게 기만당하고 있는 우리 교인들이 한없이 불쌍하고, 그런 제 자신
이 더없이 비참하고 서러워서 이대로는 살 수 없다하여 시작한 기도였습니
다. 끝까지 그 모습 그대로 갈 것이라면 차라리 골목 한귀퉁이 포장마차에서 
야식 우동을 팔든지, 아니면 들판에 나가서 쑥이라도 캐다가 
노상에 펼쳐놓
고 팔아서 죽이라도 먹으며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수백년 
전에 어떤 성자는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하고 차원 높은 기도
를 했다는데, 저는 아직 제 갈길도 확고하지 못해서 낑낑대고 있는 모습에 화
가 나기도 하여 이제는 어떤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
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니 그것은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상당수의 
목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요, 적지 않은 교회들이 앓고 있는 가슴 앓이의 원인
이 바로 이 문제이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요즘 이 나라 교회의 심각한 문제
들 가운데 하나는 많은 목사들이, 그리고 더 많은 목회 지망생들이 목자가 되
고 아비가 되려하기 보다는 사장이 되고 최고 경영자가 되려하는데 있습니
다. 헌신된 사역자가 되려하기 보다는 화려한 영웅이 되려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 방면의 책들이 불티난 듯이 팔리고 
금방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라갑니다. 그러다보니 명칭은 목자인데 하고 있
는 일은 오히려 정 반대인 현상들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것입니다. 때로
는 우리들
이 사랑했던 선생님이신 박윤선 목사님의 말년의 아우성이 다시 들
리는 듯합니다. “한국 교회는 목자가 양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양을 잡아먹
습니다.” “(목사에게 교인들을 맡겨놓은 것이)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은 것과 같습니다.” 

사려깊지 못하게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을 꺼내서 목사들을 매도하거나, 스스
로 누워서 챔뱉자는 것이 아닙니다. 심각한 고민을 함께해보자는 충정일 따름
입니다. 목회를 하고 있는 동안은 이 소원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싶은 것입
니다. “나로 하여금 우리 교인들에게 목자가 되게 하소서.” 그들의 신음 소리
와 노래 소리를 민감하게 구별하고, 그들의 필요를 미리미리 감지하여 살길
로 인도해나가는 목자. 그들을 위험에서 건지는 일에 내 목이라도 기꺼이 내
놓는 목자. 속썩이고 딴 길로 가려고 기를 쓴 양이라도 기꺼이 품에 안고 기
뻐 뛰며 돌아오는 목자. 그런 목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목자의 마음
을 가진 목사였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나로 하여금 우리 교인들의 아비가 
되게 하소서.” 끝 없이 사랑하되, 무조건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아부하지 않

고, 책망할 때와 권면할 때와 위로할 때를 분별하여 그들의 유익을 위하여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 아비. 그런 아비와 같은 목사, 그
런 아비의 마음을 가진 목사였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사실 교인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은 목자처럼 아비처럼 신뢰하며 따를 수 있는 목회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자가 되고 아비가 될 책임은 우리 목사들에게 있
는 것입니다. 지난 주간, 신학생 시절 이후로 피붙이처럼 절친하게 지내는 친
구 목사의 영광스러운 위임식에 불려가서도 그래서 저는 이것을 권면하였습니
다. “평생토록 목자가 되고, 아비가 되는 목사가 되십시오!” 

아직도 갈길은 멀기만한데, 목자의 모습으로 아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제 모습은 더디기만 합니다. 그러나 일년이 될지 이년이 될지, 아니면 평생
이 될지 주님이 제게 목회의 길을 허락하시는 동안은 목자가 되고 아비가 되
어 이 길을 가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불림받은 
신실한 목회자들이 그 마음에 한결같이 품고 있는 소원이 바로 이것이라고 저
는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