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칼럼>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교인들에게 자기들과는 언제나 일정한 거리 밖에 있는 존재로 인식되
는 목사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멀리 떨어진 높은 강단에서 언제나 위엄을
가지고 가르치고 주장하는 모습으로만 교인에게 이미지가 박혀있는 목사여서
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곁에 바짝 붙어 앉아서 서로 속내를 드러낼
수 있고, 함께 울 수도 함께 웃을 수도 있는 목사임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거룩하고, 언제나 아무런 문제없이 형통하게 잘 지내고 있는 수퍼 맨
목사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럼 없이 보여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부드러
운 목소리로 옆에서 속삭이고, 따스한 마음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마음을 어
루만지는 오랜 친구 같은 목사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떠벌려 광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여, 어느 날부터 주
보 한편에 “사랑하는 교우들께 드리는 목회자의 편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목
회편지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나
의 중심이 전달되기 시작했는지 저의 목회
편지를 교인들이 좋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일 날 교회에 와서 자리에 앉으
면 주보를 펼치고 제일 먼저 목회편지를 읽는다는 교우들이 늘어가기 시작하
였습니다. 어떤 교우는 자기 회사의 게시판에 우리 주보의 목회편지를 붙여놓
고 직원들이 같이 읽는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고등부 아이들은
저의 팬클럽을 만들었다며 달려왔습니다. 몇 잔 술에 거나하게 취하면 제게
전화를 걸어서 형님 같다며 괴로운 심사를 털어놓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그러다가 2년 반 전 IMF 한파가 몰아치면서 파탄 난 나라의 온갖 처참한
모습이 온 나라를 벽지 바르듯 뒤덮어가고, 삶이 고달픈 많은 사람들의 감성
이 메말라 가고 있을 때, “몇 줄 글이라도 써서 다만 몇 사람의 마음 한구석
일 망정 어루만질 수 있다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기독교 개혁신보에 “정창
균 칼럼”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변의 잔잔한 이야기들, 그러나 진한 감동
을 주는 사연들을 함께 나누며 마음들을 어루만지고, 오른쪽 뇌들을 자극하
여 감동을 주고 싶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고정 독자가 생기기 시작하
였고, 여
러 사람의 입에서 “잔잔한 이야기, 진한 감동”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
다. “우리는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 아니고 사소한 일에도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그 글들을 쓴 저의 작은 소망의 성취
였습니다. 오래 전에 은퇴하신 연로하신 목사님 한 분은 목사들이 많이 모인
어느 곳에서 저를 보시자, “아, 칼럼 쓰시는 목사님!”하시며 저를 알아보시
고 그렇게 반가와 하셨습니다. 여러 다른 나라에 나가 있는 분들이, 그리고
나라 안의 여러 곳에서 여러분들이 저의 칼럼을 즐겨 읽는다며 저를 알아봐
주었습니다.
안팎에서 여러 사람들이 책으로 엮자고 하였으나 그럴만한 것들이 아니고
염치도 없어서 미루었는데, 어떤 연유로 이번에 그 글들이 모여서 한 권의 책
이 되어 나왔습니다. 제 얼굴이 표지의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을 받아들
자, 마치 자신의 설교를 녹음한 테이프를 처음 들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같고, 왠지 어색하고, 쑥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별것도 아닌 나의 이야기들에 깊은 관심과 호의를 가지고 읽어
n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는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은
근히 자기 책 선전하는 거냐고 오해를 받을 지라도, 이런 글 쓰려면 그만두라
고 신문사에서 목이 잘릴 지라도 이번 한번은 다른 이야기를 제껴두고 이렇
게 이 난을 채워야겠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감사합
니다.
이 작은 책이 가능하면 여러 사람에게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의
돈벌이를 걱정해서도 아니고, 알량한 제 이름 석자에 대한 인기를 염려해서
도 아닙니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점점 더 각박해져만 가는 이 나라의 메마르
고 매서운 마음들이, 그리고 크고 작은 상처로 얼룩진 마음들이 잠시라도 감
동을 누리고, 어루만짐을 받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
떤 이야기들은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잊
었던 추억을 가지고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들은 눈가에 이슬을 가지
고 다가오기도 할 것입니다. “잔잔한 이야기, 진한 감동” 그것이 그 책에 실
린 작은 글들의 소망입니다. “감동”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본질이기도 하
고, 모든 변
화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감동이 있는 삶, 감동이 있는 가정,
감동이 있는 교회. 이것은 저의 작은 소망이요 소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