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리의 대상과 방식과 목적 <제5장 1항>
<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교수 >
5장 1항: “만물의 위대한 창조자이신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들, 행동들 그리고 일들을, 가장 큰 것으로부터 가장 작은 것에 이르는 것조차, 그의 지극히 지혜롭고 거룩한 섭리에 의하여, 그의 무오한 예지 그리고 그 자신의 의지의 자유롭고 불변하는 계획에 따라, 유지하시고, 관리하시고, 배정하시고, 통치하시며, 자신의 지혜와 능력과 공의와 선과 긍휼의 영광을 찬미하도록 하십니다.”
“창조 이후에 하나님에게서 독립된 지위를 누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1. 창조주 하나님은 창조하실 뿐만 아니라 또한 섭리하십니다.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며 또한 섭리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실 뿐만 아니라 또한 섭리를 행하신다는 말은 어떤 이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세상은 우연에 의하여 움직여질 뿐이라고 하거나, 또는 이미 결정된 운명에 의하여 다스려질 뿐이라고 하는 말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하게 교훈합니다.
아울러 18세기 이후에 하나님은 창조를 하신 후에 창조하신 만물과 그것들의 행동과 일들에 관여하지 않으신다는 이신론(理神論, Deism) 또한 잘못된 것임을 뜻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하나님은 마치 시계공과 같아서 시계를 만들어 놓은 후에 태엽의 힘으로 기계적 작용을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듯이 창조한 세계가 스스로 작용하도록 일체의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물리적이며 화학적이며 그리고 도덕적 법칙을 정하셨으며, 창조된 만물은 스스로 그러한 법칙들에 의하여 움직여 나갈 뿐이며, 하나님은 이러한 만물의 활동과 작용에 간섭하지 않으신다는 주장입니다. 21세기 지금까지도 자연주의적 과학관과 진화론에 갇힌 사람들은 이러한 주장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만일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만물의 작용에 어떤 개입을 조금이라도 하신다면 적어도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첫째, 이 세상은 물리적이며 화학적인 법칙에 따라서 마치 시계와 같이 하나의 체계를 갖춘 기계적 작용에 의하여 움직여 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어떠한 개입을 하신다면 그것은 곧 기계적 작용을 방해하는 것이 되어 세상에 커다란 혼란과 파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둘째, 이성적 존재인 사람과 천사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유롭게 살도록 되어 있으며 도덕적 법칙에 따라 판단을 받을 뿐인데, 하나님께서 어떠한 개입을 하신다면 그것은 곧 자유의지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잘못된 전제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우선 하나님께서 만물 가운데 작용하도록 정하신 물리, 화학적 원리들이 ‘법칙’으로 인식이 될 정도로 일정한 규칙성을 부여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들이 절대적 의미에서 법칙은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뜻에 따라 이러한 물리, 화학적 법칙들을 정하신 후에, 또 자신의 뜻에 따라 잠시 유보하시기도 하실 수 있는 자유로움과 권능을 가지신 분이십니다. 그러한 일로 인하여 이 세상에는 성경이 기록하고 있는 바대로 많은 이적과 기사가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발견이 되는 ‘자연법칙’이라는 것은 결코 이적과 기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으로 폐쇄적인 법칙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섭리를 행하실 때 일반적으로는 자연법칙을 훼손하거나 인간의 자유의지를 침해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영원한 작정을 시간 안에서 실행을 하시는 섭리를 행하실 때 통상적으로 말해서 오히려 만물의 작용원리인 제2원인들을 확립하시고 그것들을 통하여 실행을 하십니다. 만일 물리, 화학적 법칙이나 도덕적 법칙의 자유의지가 하나님의 섭리의 실행을 부인할 만큼 절대적인 것으로 전제가 된다면, 그것들은 이미 하나님에게서 독립된 지위를 누리는 것이 됩니다.
하나님에 의하여 창조되었으나 그 후에는 하나님에게서 독립된 지위를 누리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주장입니다.
2. 섭리의 대상은 크던 작던 모든 피조물과 그것들의 행동과 일들을 망라합니다.
하나님의 섭리의 대상이 크던 작던 모든 피조물과 그것들의 행동과 일들을 망라한다는 사실입니다. 섭리의 대상이 크던지 작던지 모든 것을 망라한다는 것은 이성적 피조물이건 그렇지 않은 것이건, 선택받은 자이건 그렇지 않은 자이건, 선한 행동이건 악한 행동이건, 우연적이건 필연적이건, 사회적 변화이건 자연적 변화이건 제한이나 구별함이 없이 이 모든 일들이 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일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울러 세상의 만물을 하나의 단일한 목적으로 이끌어 갈 뿐만 아니라, 만물 각각을 또한 개별적으로 살피고 관리함을 뜻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특별히 성경의 예들을 통해서 확인이 됩니다. 이를 테면, 느부갓네살은 교만으로 인하여 하나님에게서 심판을 받아 총명을 잃고 들짐승과 같이 지내는 일곱 때를 다 보내고 나서 이제 깨달아 이르기를 “땅의 모든 사람들을 없는 것 같이 여기시며 하늘의 군대에게든지 땅의 사람에게든지 그는 자기 뜻대로 행하시나니 그의 손을 금하든지 혹시 이르기를 네가 무엇을 하느냐고 할 자가 아무도 없도다”(단 4:35)고 하나님의 권능과 통치를 찬양했습니다.
이처럼 한 나라가 일어나고 망하는 것과 같이 커다란 일이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또한 참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일이나(마 10:29), 우리의 머리털을 헤아리는 일(눅 12:7)과 같이 매우 작은 일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사람이 출생하여 살아가는 인생의 길도 하나님이 정하신 바대로 실행이 됩니다.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시 139:16).
요셉이 형들에 의하여 애굽에 종으로 팔리게 된 일은 형들의 악행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것을 넘어 요셉을 미리 이곳에 보내어 생명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섭리가 실행이 되는 과정이었습니다.(창 45:5) 크고 작은 일들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짐을 교훈하는 이러한 예들은 성경에 가득 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