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작정에 의한 선택과 유기<제3장 3항>_김병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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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작정에 의한 선택과 유기<제3장 3항>

 

<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교수 >

 

 

3장 3항: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하여, 그의 작정에 의해 어떤 사람들과 천사들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미리 결정되어 있으며(predestined), 다른 이들은 영원한 죽음에 이르도록 미리 규정되어 있습니다(preordained).”

 

 

“선택의 예정은 하나님께서 베푸신 자비와 긍휼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줘”

 

 

3항이 설명하는 바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성적 피조물인 사람과 천사들은 영원한 생명이나 영원한 죽음에 처하게끔 하나님의 작정에 의해서 예정이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예정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흔히 예정론이라 일컫는 교리는 선택과 유기의 예정을 내용으로 합니다. 선택의 예정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미리 결정이 된(predestined) 사실을 말하고, 유기의 예정이란 영원한 죽음을 당하도록 미리 규정이 된(preordained) 사실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과 유기의 예정이 그 예정의 대상인 인간이나 천사들의 조건을 고려함이 없이 오직 하나님의 작정에 의하여서만 이루어진 일임을 말합니다.

 

이성적인 피조물인 사람이나 천사에게 있어서 선택과 유기가 예정이 되어 있으며 그것이 오직 하나님의 작정에 의하여서 주어진다는 사실은 얼른 이해하여 납득하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예정 자체를 부정하거나, 예정 교리를 가르치지 않거나, 예정에 따른 난점들을 해결하려는 임의적인 노력을 교리에 반영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들은 모두 잘못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와 사도들께서 예정 교리를 가르치셨다는 사실을 성경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마 11:25)는 말씀이나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그들에게는 아니되었나니”(마 13:11)의 말씀은 영생의 복음을 듣고 깨닫는 일이 하나님 아버지에 의하여 미리 정하여져 있음을 말해줍니다. 하나님께 속한 자는 진리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말씀하시면서 예수님은 주님의 말씀을 거부하는 유대인들에게 “너희가 듣지 아니함은 하나님께 속하지 아니하였음이로다”(요 8:47b)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런 까닭에 예수님께서 영광의 보좌에 앉아 심판을 행하시며 구원의 복을 받을 자들을 향해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받으라”(마 25:34)고 말씀하실 때, 이것은 단지 이들에게 주어질 천국이 “창세로부터” 예비되어 있었다는 사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천국을 상속받을 자들이 그들임이 “창세로부터” 정하여졌다는 사실을 또한 암시하는 말씀입니다.

 

이들의 이름은 이미 하늘에 기록이 되어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이들에게 그 나라를 주시기를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눅 10:20, 12:32). 이들은 그리스도께서 영생을 베푸시는 자들로서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님께 주신 주님의 양들이며(요 10:27-29), 주님께서 택하여 세운 자들입니다(요 15:16).

 

예수님의 교훈을 받아 사도들도 또한 예정의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쳤습니다. 바울사도는 하나님께서 창세 전에 이미 하나님의 자녀들을 택하셨음을 말합니다.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엡 1:4-5).

 

이러한 말로 바울은 “창세 전에” “그의 기쁘신 뜻대로” “예정하사” “택하신” 일에 대해 교훈합니다. 베드로 사도의 다음의 말도 같은 사실을 전합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9).

 

하나님께서 그의 작정에 의하여 이렇듯이 선택과 유기를 예정하신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시기 위함입니다. 선택을 통하여 택함을 받은 자들이 구원을 받으므로 선택 예정의 목적은 하나님께서 택한 자들을 구원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으며, 또한 유기를 통하여 택함을 받지 못한 자들이 정죄의 심판을 받으므로 유기 예정의 목적은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진노의 형벌로 멸하시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사실은 모두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정의 궁극적인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사람들은 예외가 없이 영원한 멸망에 이르러야 하는 죄인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볼 때, 선택의 예정은 하나님께서는 죄인들 가운데 얼마라도 구원하시기 위하여 얼마나 크신 자비와 긍휼을 베푸셨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유기의 예정은 하나님께서 죄악을 심판하심으로써 하나님의 공의를 나타내십니다. 한 편으로는 하나님의 자비를, 다른 한 편으로는 하나님의 공의를 나타내심으로써 하나님의 크고 온전하신 성품으로 이 모든 일을 행하신 하나님의 주권의 영광을 나타내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바울 사도는 다음과 같이 잘 증거를 합니다.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라”(엡 1:6).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엡 1:12). “이는 우리 기업의 보증이 되사 그 얻으신 것을 구속하시고 그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 하심이라”(엡 1:14).

 

어떤 이들은 하나님의 자비가 어찌하여 죄인들 가운데 일부에게만 적용이 되고 다른 이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지를 물으며, 하나님의 공의와 선하심에 대하여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합니다. 먼저 공의와 관련한 문제제기는 예정의 대상이 모두가 죄인일진대 어찌하여 모든 죄인들에게 구원의 은혜나 정죄의 형벌을 공평하게 시행하지 않는가의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왜 하나님께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하여야만 하시는가에 대해서 먼저 답을 하여야 성립이 되는 질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자신의 뜻을 따라 행하실 권세가 없으신가라는 반문에 답을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에 대하여 잘 답을 주고 있습니다. “혹 네가 내게 말하기를 그러면 하나님이 어찌하여 허물하시느냐 누가 그 뜻을 대적하느냐 하리니 이 사람아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나님께 반문하느냐 지음을 받은 물건이 지은 자에게 어찌 나를 이같이 만들었느냐 말하겠느냐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들 권한이 없느냐”(롬 9:19-21).

 

다음 선하심과 관련한 문제 제기는 왜 하나님께서 선택의 예정을 모든 죄인들에게 다 베풀지 않으시고 일부에게만 제한하셨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공의의 문제는 “공평성”에 관한 것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선하심의 문제는 “선택의 범위”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역으로 하나님께서 아예 아무도 선택하지 않아 구원의 은혜를 베풀지 않으시면 선하신가라는 반문을 통해 답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선택의 범위가 왜 제한적인가는 질문에 기초한 불만은 선택 자체를 행하실 이유가 없으시다는 사실에서부터 풀어져야 합니다.

 

선택의 은혜를 베풀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신 하나님께서 선택의 은혜를 일부에게라도 베푸신다면 그것은 그것 자체로 이미 선하심을 나타내신 것이라는 사실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포도원 품꾼 비유을 통해 가르치신 교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마 20:15-16).

 

끝으로 언급할 것은 천사의 예정에 관한 부분입니다. 성경은 선한 천사들과(막 8:38; 눅 9:26) 악한 천사들이(벧후 2:4; 유 6) 있음을 말할 뿐만 아니라, 택함을 받은 천사가 있음을 또한 말합니다. “하나님과 그리스도 예수와 택하심을 받은 천사들 앞에서 내가 엄히 명하노니 너는 편견이 없이 이것들을 지켜 아무 일도 불공평하게 하지 말며”(딤전 5:21).

 

천사들의 예정은 선택을 받은 천사는 창조 때의 거룩함을 보존하고 끝까지 선한 상태에 있도록 하나님의 은혜를 부여받은 자들인 반면에, 타락한 천사들은 그러한 은혜를 받지 않음으로써 구분이 됩니다. 그러나 천사의 선택은 사람의 경우와 달리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으로서 오직 죄인들 가운데 은혜의 구원을 주시기 위하여 오신 중보자이시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예수님과 사도들에 의하여 확고하게 선포되었던 선택과 유기의 예정 교리는 핵심적인 복음의 요소입니다. 예정의 교리는 매우 신비로운 것이어서 피조물의 어떤 이성으로도 예정의 이유를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성경은 예정의 사실에 대해서는 밝히 말씀하고 있지만, 어떤 이들은 선택으로 다른 어떤 이들은 유기로 예정을 하신 까닭에 대해서는 감추고 있습니다. 다만 아는 것은 그것이 하나님의 작정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드러내신 일을 배우고 가르치기에 소홀히 하는 것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는 악한 일이 될 것이며, 또한 하나님께서 감추신 일을 알아내려 하는 것은 무모하며 교만의 죄를 범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성도는 성경의 교훈을 겸손히 받음으로 합당한 믿음을 나타내어야 합니다. “감추어진 일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속하였거니와 나타난 일은 영원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하였나니 이는 우리에게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행하게 하심이니라”(신 29:29).

 

이 예정 교리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한다면 복음에 담긴 은혜의 교리를 훼손하는 일이 되며 그 결과 교회와 성도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모든 교회와 성도들은 유념하여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정 교리를 배울 때마다 모든 성도는 하나님께 오직 감사를 드리게 되며, 겸비한 심령을 더욱 더 갖게 되고, 어떤 시련과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더라도 확신과 신뢰의 닻을 그리스도에게 든든히 내려놓을 수가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정 교리는 모든 성도에게 위로의 근거가 되며 또한 경건을 통해 거룩함을 이루어 가는 진정한 영적인 동력을 제공합니다. 예정 교리가 교회에서 바르게 가르쳐짐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귀한 은혜가 풍성하게 나타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