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 하나님의 자기 충분성과 영광(제2장 2항)
<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교수 >
2장 2항 _ “하나님은 그 분 스스로 자신 안에 생명과 영광과 선과 복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또한 그 분만으로 스스로 완전히 충분하시며, 그가 만드신 그 어떤 피조물이라도 필요하지 않으시며, 그들에게서 어떤 영광을 이끌어 내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신의 영광을 그것들 안에, 그것들로, 그것들에게, 그것들 위에 나타내실 뿐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유일한 근원이시며, 만물은 그에게 속하여 있고, 그로 말미암아 존재하며, 그에게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것들에 의하여, 그것들을 위하여, 그것들에게로 행하시는 최고의 주권적인 권세를 그것들에게 대하여 가지시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눈 앞에서 만물은 드러나며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하나님의 지식은 무한하며, 무오하고, 피조물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하나님에게는 그 어떤 것도 우연적이거나 불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모든 계획들과 그의 모든 일들과 그의 모든 명령들에 있어서 지극히 거룩하십니다. 하나님은 천사들과 사람들과 다른 모든 피조물에게서 예배와 섬김과 복종 등 무엇이든지 받기에 합당하시며, 그것들에게 요구하시기를 기뻐하십니다.”
제2장 2항에서 신앙고백서가 고백하는 하나님과 관련한 명제들 가운데 이번에 살필 것은 이러합니다: “하나님은 그 분 스스로 자신 안에 생명과 영광과 선과 복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또한 그 분만으로 스스로 완전히 충분하시며, 그가 만드신 그 어떤 피조물이라도 필요하지 않으시며, 그들에게서 어떤 영광을 이끌어 내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신의 영광을 그것들 안에, 그것들로, 그것들에게, 그것들 위에 나타내실 뿐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유일한 근원이시며, 만물은 그에게 속하여 있고, 그로 말미암아 존재하며, 그에게로 돌아갑니다.” 이 명제에서 고백하는 중심 주제는 하나님의 자기 충분성과 영광입니다.
본 항목은 하나님의 절대성과 완전성 그리고 충분성을 더할 수 없이 명료하게 고백을 합니다. 여기서 주목을 하여야 할 첫 번째 명제는 하나님은 스스로 자신 안에 생명과 영광과 선과 복을 가지고 계시다는 신앙고백입니다. 이것은 피조물인 사람과 비교하여 생각을 해보면 그 의미를 잘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생명을 누리고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삶의 기간 동안에는 마치 자신 스스로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생명의 주인인 듯한 착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몸이 병들거나 불의의 사고로 죽음이 임박해오면 자신의 생명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여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사람은 생명을 잠시 부여받아 생명을 맛보며 살뿐이며, 스스로 그 생명의 주인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신앙고백은 하나님은 생명의 주인이시며 하나님 자신이 곧 생명이심을 고백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헛것 같고 지나가는 그림자” 같을 뿐이며(시 144:4), “아침에 꽃이 피어 자라다가 저녁에는 시들어 마르는 것”과 같지만(시 90:6), 반면에 “천지는 없어질지언정” 하나님은 “영존하시는” 분이시며(시 102:26a), “산이 생기기 전, 땅과 세계도 주께서 조성하시기 전 곧 영원부터 영원까지” 계시는 주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자기 속에 생명을 가지고 계시며” 생명을 주시는 생명의 하나님이십니다(요 5:26).
스스로 생명이시라는 사실은 하나님은 스스로 존재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에서도 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스스로 있는 자’ 곧 여호와로 알리셨습니다(출 3:14). 그 말의 의미는 몇 가지를 포함합니다.
첫째는 하나님은 그 어떤 것에도 자신의 존재를 의존하지 않으시는 절대적 의미에서 자존하시는 분이시며 스스로 영원하신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존재와 본질에 있어서도 변치 않는 영원한 분이실 뿐만 아니라, 약속하신 말씀을 변치 않고 지키시는 신실하신 분임을 뜻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사람과는 달리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고” 인생과는 달리 “후회가 없으시기” 때문에 “그 말씀하신 바를 행하지 않으시거나 하신 말씀을 실행하지 않으시는” 일이 없으십니다(민 23:19).
셋째는 하나님은 존재하며 기동하는 모든 것들의 원인이시라는 것입니다. “만물을 지으신” 여호와 하나님은 “홀로 하늘을 폈으며” 아무도 함께 한 자 없이 “땅을 펼친 분이십니다”(사 44:24b).
하나님은 실로 그 분만으로 스스로 완전히 충분하시며, 자신을 위하여 그가 만드신 어떤 피조물의 존재나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으십니다. 따라서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그것들의 유일한 근원으로서 하나님에게 속하여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존재하며, 그에게로 돌아갑니다.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그에게 영광이 세세에 있을지어다 아멘”(롬 11:36).
스스로 존재하시므로 생명의 주인이실 뿐만 아니라 그 분 스스로가 생명이신 하나님은 또한 스스로 영광이 충만하십니다. “온 땅에 충만한”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천사들은 서로를 불러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사 6:3) 찬양을 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피조물이 누리는 영광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창조주로서의 영광이며, 또한 구속주로서의 영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피조물이 누리는 영광의 근원이시기 때문입니다.
피조물이 누리는 영광은 모세의 얼굴에 나타난 영광과 같이 없어질 영광이며, 솔로몬의 영광이라도 들의 꽃보다 아름답지 못한 영광일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광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며 길이 있을 영원한 영광이며, 그 자체로 다른 것에 비교될 수가 없으며 절대적인 영광입니다.
그러므로 요한 계시록에서 보듯이 보좌와 생물들과 장로들을 비롯한 모든 만물들은 수 많은 천사들과 함께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능력을 세세토록 돌릴찌어다” 찬양을 하는 것이며(계 5:13), 이는 모든 만물이 “아멘” 하듯이, 마땅한 바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시며 스스로 충분하시며 영광이 충만하시기 때문에 오직 하나님에게만 선과 복이 있습니다. 이것은 기독교 신앙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교훈입니다.
하나님은 선하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절대적 존재이시며 스스로 모든 것이 충분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은 스스로 선하십니다. 즉 하나님은 하나님 자신 이외에 다른 어떤 기준이나 권위에 의하여 선하거나 또는 악하다는 판단을 받으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어떠한 기준이나 권위에도 종속이 되지를 않으십니다.
만일 하나님을 판단할 어떤 존재가 있다면 그는 하나님 밖에 존재하는 자가 됩니다. 하나님 이외의 모든 존재는 피조물이므로 그 어떤 자도 하나님을 밖에 존재하여 하나님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피조물이 창조주를 향하여 선과 악을 판단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하나님에 대한 판단의 유일한 기준일 뿐입니다.
일찍이 에덴동산에서 마귀가 하와를 미혹할 때 하와로 하여금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심케 하였습니다. 마귀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처럼 될까봐 그런 것이라고 거짓을 하와의 귀에 넣어주었습니다. 하와로 하여금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심하고 하나님을 악하다고 판단토록 부추긴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선이나 악으로 판단할 하나님 이외의 어떤 권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님만이 모든 존재의 근원이시므로 시작이요 마지막이시기 때문에, 하나님 스스로가 모든 가치와 윤리의 기준이며 척도이며 근거입니다.
스스로 판단하시는 하나님은 계획하시거나 행하시는 모든 것에 있어서 선합니다. 그 일을 계획하고 행하신 분이 바로 스스로 선하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마귀의 미혹에 속아 하나님의 존엄과 영광을 거슬리는 죄를 범한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권위로 하나님을 선 또는 악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하나님의 선하심을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하나님께서는 스스로 사람과 언약을 맺으시며 사람들에게 선이 무엇인가를 교훈하신 율법을 통하여 압니다. “주는 선하사 선을 행하시오니 주의 율례로 나를 가르치소서”(시 119:68) 약속하신 바를 신실히 지키시며 사람이 순종하여 살아야 할 법도와 규례를 반포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선하심을 나타내셨으며 모든 사람들로 인하여 하나님의 선하심을 찬양토록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또한 스스로 복이십니다. 이것은 하나님 이외에 복이라는 그 어떤 것이 있는데, 하나님이 그와 같은 복을 가지고 계심을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 스스로 자신 안에 복을 가지고 계시다는 말은 하나님 자신이 완전한 분으로서 복 자체이심을 뜻합니다.
피조물인 사람은 자신에게 유익되는 것을 복이라고 여깁니다. 타락한 사람은 부패한 자신의 성품에 따라서 하나님과는 상관이 없는 육체의 욕심의 만족만을 구하며 그것을 복이라고 합니다. 타락으로 인해 심령이 어둡고 부패해 있기 때문에, 오직 하나님만이 피조물인 사람에게 있어서 최고의 최상의 기쁨이며 행복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지극한 선하심은 스스로가 복이시며 또한 사람에게 복을 베푸시는 복의 근원이신 하나님께서 사람과 함께 하시는 바로 임마누엘의 복을 베푸신다는 사실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곧 하나님께서 택한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임재를 누리며 그와 교통하는 복을 누리도록 만유의 주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신 것입니다.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라는 하나님의 말씀(마 2:23)은 마지막 날에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시고 새 예루살렘에서 베푸실 영원한 생명의 복락에서 완성케 될 것이며 복의 극치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계 21:1-4). 이것을 바라보는 소망 가운데 믿음의 좁은 길을 성령님의 도우심을 입어 견고하게 걸어가는 성도가 누릴 상급이며 기업이며 자랑입니다.
과연 우리의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바대로, 우리의 ‘방패’요 ‘지극히 큰 상급’이신 진정한 복이며, 복 중의 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