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와 노출이 심한 옷_조석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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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와 노출이 심한 옷

 

< 조석민 목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교수 >

 

 

“신자들은 몸으로 드러내는 일상의 삶에서 거룩함 지켜야”

 

 

무더운 여름철이 되어 여성이나 남성이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것이 자연스러운 계절이다. 그런데 요즘 전 세계 여성들의 ‘슬럿 워크’(Slut Walk) 열풍이 언론에서 화제다.

 

‘슬럿 워크’는 여성들이 몸에 꼭 끼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행진하는 시위다. 이런 시위는 지난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 경찰관이 대학 강연 도중 “여성이 성범죄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헤픈 계집(Slut) 처럼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후 세계 곳곳으로 ‘슬럿 워크’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생의 성추행 사건을 시작으로 ‘슬럿 워크’ 시위의 불길이 서울 도심에 옮겨졌다. 성추행 사건을 두고 여성이 성추행 당할 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인터넷상에 떠돌자 이에 대한 항의로 ‘슬럿 워크’ 1인 시위가 진행된 것이다.

 

결국 트위터와 인터넷을 통해 젊은 여성들이 ‘슬럿 워크’라는 시위를 주도했다. 이 시위는 어떤 여성단체가 기획하고 앞장선 행사가 아니라 익명의 젊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은 행사이기에 그 의미가 범상치 않다.

 

시위 참가자들이 항의하는 것은 “도대체 남자들이 생각하는 헤픈 여자란 무엇이며, 야하게 옷을 입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이다. 여성들은 “내가 무슨 옷을 입든, 어떤 행동을 하든,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허락한 적이 없다. 성추행이나 성폭력의 탓을 피해자인 여성에게 돌리지 말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위를 통해 여성들은 몸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까지 여성들의 몸이 남성들의 시선과 잣대에서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그것이 여성들에게는 참혹한 고통이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것은 성범죄를 부채질하는 것일까?”라는 질문 자체가 남성 편향적 시각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질문이기에 부적절하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연령별로 또는 신체부위별로 남자들의 시각에서 아가씨, 처녀, 아줌마, 정절녀, 헤픈 여자, 멋진 여자, 쭉쭉빵빵, 꿀벅지 등등으로 표현되어졌다. 이와 관련하여 여성들은 거의 항상 성행위와 연결되는 존재로 시시비비의 대상이 되곤 했다. 심지어 성추행이나 성폭력조차 여자의 칠칠치 못한 행실 때문에 또는 여자가 유혹해서 생긴 범죄로 인식되어졌던 것이다.

 

우리나라 식자층 남성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떠벌리는 여성에 대한 말실수와 반성 없는 태도를 보면 이들은 여성들에 대해서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성범죄와 관련된 윤리도덕의 부재 및 남성들의 그릇된 선입관이 우리나라를 성범죄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성에 대한 잘못된 문화와 사회 통념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신약성서에 의하면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편지를 보냈을 때 그 당시 그리스 철학은 사람들에게 정신 혹은 영(spirit)은 순결하고 거룩하며 영원불멸한 것이지만, 육체(flesh) 또는 몸은 더럽고 불결하며 썩어 없어질 것이라고 가르쳤다.

 

당시 철학 사조(思潮)에 따라 사람들은 육체의 정욕을 따라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몸으로 행하는 일상적인 일은 현재의 일로 영원한 미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사상은 사람들에게 육체를 소홀히 여기며 자유가 아닌 방종의 삶으로 쾌락을 따라 살아가게 하였다. 이런 상황을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고린도 교회 성도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성(sex)에 대하여 영적인 일과 관계가 없는 것이기에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고린도 교회의 성도들 가운데 몸으로 짓는 죄, 특별히 음행의 문제를 가볍고 여겼고, 자유롭게 처리한 것이다. 고린도 교회 안에서 발견되는 이런 윤리도덕의 부재(不在) 현상에 대한 바울의 진단은 그들이 갖고 있었던 “모든 것이 가하다”라는 생각은 잘못된 사상이라고 진단한다(고전 6:12-13).

 

바울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의 몸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몸은 음란을 위하여 있지 않고 오직 주를 위하여 있으며 주는 몸을 위하여 계시느니라”(고전 6:13)며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바울이 가르친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권리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행하는 것이었다.

 

이어 바울은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몸으로 행한 불의한 일에 대하여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미혹을 받지 말라 음행하는 자나 우상 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 남색하는 자나 도적이나 탐욕을 부리는 자나 술 취하는 자나 모욕하는 자나 속여 빼앗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리라”(고전 6:9-10)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삶은 종교적 행위보다 몸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남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몸으로 드러내는 일상의 삶에서 거룩함을 지켜야 하며,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을지라도 그것을 탓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