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없이 근절하기 힘든 죄
이윤호_선교 지평 발행인
“도둑질에 대해서 엄히 경고하면서 외면할 수 없어”
110문> 제8계명에서 하나님께서 금하신 것은 무엇입니까?
답> 하나님께서는 국가가 법으로 처벌하는 도둑질과 강도질만을 금하신 것
이 아니고, 이웃의 소유를 자기의 것으로 삼으려고 시도하는 모든 속임수와
간계를 도둑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것들은 폭력으로 혹은 합법성을 가
장하고서 일어날 수 있는데 곧 거짓 저울이나 자나 되, 부정품, 위조 화폐
와 고리대금과 같은 일, 기타 하나님께서 금하신 일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또한 모든 탐욕을 금하시고, 그의 선물들이 조금이라도 잘못 사용되거나 낭
비되는 것을 금하십니다.
111문> 이 계명에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내가 할 수 있고 해도 좋을 경우에는 나의 이웃의 유익을 증진시키며,
내가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은 대로 이웃에게 행하고, 더 나아가 어려운 가
운데 있는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성실하게 일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도둑질하지 말라는 8번째 계명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셨습니다.
그들은 이 계명을 잘 지켜야 했습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가축과 관련된 기준 더 분명해
율법은 계명을 범한 자들의 배상 방법에 대해서 가축, 밭의 소산, 그리고 물
품 등의 예를 통해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명확하게 기준을 정해
놓은 것은 가축에 대한 것입니다. 만약 소를 도둑질하여 잡거나 팔면 소 한
마리에 소 다섯으로, 양의 경우에는 한 마리에 넷으로 갚아야 했습니다.
도둑질에 대한 배상 규정을 언급할 때 가축을 가장 선명한 기준으로 삼은 이
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다른 것에 비해 계수하기 쉬워서일
수도 있고, 가축과 관련한 절도 사건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
다. 어쨌든 가축은 이스라엘 백성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
니다.
예컨대 야곱이 가축을 친 것과 관련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
다. 그가 나이 들어 애굽으로 내려 갈 때도 그의 자손들과 함께 가축들을 데
리고 갔
습니다. 낮선 곳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고센 땅에 거하
게 했던 바로가 그들에게 베푼 일자리도 그의 가축을 돌보게 하는 것이었습
니다.
이스라엘이 애굽을 떠나기로 작정했을 때 바로에게 했던 요구 중에는 가축
에 관한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즉, 가축들 중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두 데려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밝힌 이유는 그것들 중에 어떤 것
을 취하여 하나님 여호와를 섬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광야생활을 거쳐
약속의 땅에 거하게 되었을 때도 소와 양은 음식이나 재산적 가치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하나님께 제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이스라엘 백성의 중요
한 소유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소유한 가축의 마리 수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
습니다. 그들 중에는 이웃의 가축을 도둑질하는 자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들의 눈에 풍족한 가축은 곧 안정된 삶을 의미했을지 모릅니다. 외양간에 가
축이 가득하다면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별 문제 없을 것입니다. 가축을 팔아
서 비용을 충당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가축을 많이 소유하게 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큰 복을 받은 사
람으로 비쳐
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호와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기 위해서라
면 부득불 다른 사람의 가축을 가져오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
니다. 마치 오늘의 어떤 교회가 세상 사람들이 하는 방식으로 평안을 구하
고 하나님의 복을 운운하며, 하나님의 일이라면 어느 정도의 부정행위는 용
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것과는 상반되는 고백이 성경말씀 한편에서 일어나 이스라엘 백
성 가운데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
라도 즐거워하며 기뻐할 것이라는 고백적 찬양입니다. 하박국 선지자의 이
고백은 탐욕을 애써 억누름으로써 생겨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
의 원대한 구원섭리와 구약교회의 정체성을 온전히 깨달음에서 비롯된 고백
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에 양이 없어도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하늘의 양식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외양간에 소가 없어도 하나님의 복을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택받은 이
스라엘 백성은 전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를 배태하고 있는 참
으로 복된 민족
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교회는 외양간을 가득 채울 때의 기쁨에 보다 익숙한 것이 사
실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교회는 이웃의 소유를 도둑질하지 말도록 가르치
고 있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려 하지 않습니다. 물질적 풍요를 통해 하나님
의 은혜와 복을 가늠하는 교회는, 합법성을 가장하여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
는 성도를 자연스럽게 용납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방법을 통해 교회를 부흥시키려는 교회
는, 온당치 못한 근거를 내세워 이웃의 희생을 강요하는 직분자가 때때로 필
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가법으로 처벌하는 도둑질에 대해서 엄히 경고하는 교회가, 오히
려 제8계명을 통한 주님의 명령을 성도들이 범하도록 방치하기 십상입니다.
빠뜨린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8계명, 교회가 외면하기 쉬워
가축 한 마리 없는 텅 빈 외양간에서 오직 하나님의 구원섭리로 인하여 기뻐
하고 즐거워했던 선지자의 찬양이 우리 교회의 고백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
다. 이러한 고백 없는 노력이라면, 우리는 도둑질하는 죄에서 결코 멀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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