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24>
교회가 능욕(凌辱)을 받지 않는다면
이윤호 장로_’선교와비평’ 발행인
39문>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은 달리 돌아가신 것보다 특별
한 의미가 있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십자가에 달린 자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은 자이므로 그가
십자가에 달리심은 내게 임한 저주를 대신 받은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게 됩
니다.
종교마다 그것을 상징하는 표시가 있습니다. 예컨대 이슬람교의 표시는 초승
달입니다. 모슬렘들이 예배하는 장소인 모스크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양
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모양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면
모스크 지붕의 맨 끝에 초승달이 얹혀 있다는 것입니다.
종교를 상징하는 상징물 있어
이 초승달 모양은 비단 모스크 뿐 아니라 여러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에도 새
겨져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그 나라 국민의 종교성을 짐작케 합니다. 그들의
선지자 마호메트가 계시를 받을 때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었
다고 전해오
고 있습니다. 이제 막 차 오르려 하는 상태의 초승달은 마호메트의 계시를
통하여 그들의 종교가 동텄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시는 무엇일까요? 아마 십자가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교회 지붕에는 한결같이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
회에서 사용하는 강대상이나 연보함과 같은 각종 물건에도 십자가가 그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성도들은 십자가 모양을 본뜬 물건을 몸에 지니
고 다니면서 그것을 위안으로 삼기도 합니다. 많은 성도들이 십자가를 이야
기하고 그것을 가까이 두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십자가는 교회 밖의 사람에게도 사랑의 상징이 되어
큰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많은 박애주의적 봉사단체의 깃발에 십자가가 그
려져 있는 것이 그것을 보여줍니다. 극심한 가난이나 분쟁이 있는 곳에서 봉
사하는 사람들의 옷에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워 보입니
다.
십자가가 고통 받는 사람을 향한 사랑의 표시로 인식되어 세상 사람들도 십
자가를 매우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교회와 세상
모두에
게 기쁨과 평화의 원천이 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성경은 십자가를 통한 갈등적 요소
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히브리서 기자는 그리스도께서 성
문 밖에서(십자가의) 고난을 받으셨으므로 우리 역시 ‘능욕’을 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히 13:13).
사랑의 가장 큰 표현인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을 받은 우리는 그저 기쁨을
누리면서 그 사랑을 세상 가운데 이야기하고 베풀면 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능욕을 지고 성문 밖으로 그를 따라가야 하는 것일까요?
십자가는 사랑을 뜻하고 있지만 세상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상주의적 사
랑은 아니라는 사실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십자가는 본
질상 다른 두 부류의 사람들 사이에 굵은 획을 그어 그들을 뚜렷이 구분하
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저주로부터 벗어나 구
원에 참여한 교회이며,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여 무서운 저주아
래 있음이 십자가를 통해 훤히 드러난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세상과 빛을 잃은 교회는 십자가
때문에 참 교회를 미워할 것입니
다. 세상의 어떠한 선한 행동도 십자가는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
가운데 도덕적으로 고결한 인격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웃
을 배려하는 사랑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십자가가 선언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자들이 아무리 고상
한 가치를 추구한다 해도 영원한 저주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입니
다. 예수 그리스도를 올바로 알지 못하는 그 자체가 가장 큰 죄이기 때문입
니다. 이러한 배타적 메시지를 선포하는 교회를 세상은 미워하지 않을 수 없
을 것입니다.
세상과 빛을 잃은 거짓 교회는 십자가 때문에 참 교회를 멸시할 것입니다.
세상이 보기에 미련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금의 아름답고 견고해
보이는 도성에서 행복을 찾으며 만족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도
성은 꿈과 희망을 주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받으신 영문 밖으로 능욕을 지고 나아
가려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멸시하고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 곳으로 교회는
향하고 있습
니다. 세상이 그러한 교회를 손가락질하며 멸시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향한 능욕의 길에서 발견하는 성도의 참 기쁨
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소유한 십자가는 이슬람의 초승달과 같은 식의 상징이 아닙니다. 또
한 이 건물의 용도가 교회라든지, 이 물건들은 교회에서 쓰이는 것들임을 알
려주는 표시는 더더욱 아닙니다. 십자가의 메시지는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
는 세상 사람들에 대한 저주와, 구원받은 참 성도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과
구별된 길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구원과 저주의 상징
만약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받
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올바른 십자가를 선포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