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벽두에 생각하는 소망
< 최에스더 사모, 남서울평촌교회 >
“하나님의 손 잡는 것이 그토록 원하는 빛보다 낫고 가장 안전해”
年의 門(Gate of the Year)
-Minnie L. Haskins-
나는 연의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말했네.
빛을 주시오.
그래야 내가 미지의 세계로 안전히 걸어 들어갈 수 있소.
그는 대답했네.
어둠에 들어가시오. 그리고 하나님의 손을 잡으시오.
그러는 것이 빛보다 나으면 안전할 것이오.
이 시를 쓴 미니 해스킨즈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이 영국사람인지, 미국사람인지 혹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인데 이 시를 영어로 번역한 것인지 전혀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이 시인이 굉장히 옛날 사람이라는 것뿐이다.
망해가는 나라인 조선을 사랑했던, 복음을 위해 그들의 삶과 죽음을 바쳤던 한 선교사 가족과 이들과 함께 했던 선교사들의 이야기가 가슴 벅차게 펼쳐지는 <닥터 홀의 조선회상>이라는 책에 나오는 시로서, 1940년 일제의 탄압으로 이 땅에서 추방되던 선교사 가족이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불안한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온 가족이 함께 기도처럼 낭송했던 시였다.
그 때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2011년 지난 해 말, 생명의 말씀사에서 출간된 선교책무라는 책의 한글판 서문에서 이런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1907년 최초의 독노회에서 이기풍 선교사를 제주에 파송하기로 결정한 후 한국 교회를 일제의 참혹한 식민통치하에서도 선교적 사명을 중단하지 않고 충실히 감당했다. 복음을 전해 받은 지 130년도 채 되지 않는 한국교회가 2010년을 기준으로 2만 명에 가까운 선교사들을 해외에 파송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한국은 명실공히 세계에서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한 두 번 째 국가가 되었고, 한국인 선교 지도자들이 세계 여러 선교지, 선교 기관, 선교 훈련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세계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여호와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함께 하심이 아니었다면 우리 민족에게 이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도저히 자신은 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던 모세에게, 여호수아에게, 기드온에게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는 약속을 주신 하나님.
그 하나님께서 사람의 모색과 궁리 저 너머의 방법으로 이들을 도우시고 큰일을 행하셨던 것처럼 독립은 멀고 먼 것 같았고, 독립을 했어도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가적 역량을 갖추고 발전시켜나갈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우리 민족에게 복음이라는 문을 열어주시고 그 문을 통하여 세계인이 놀라는 큰 복을 허락해주셨다. 그리고 지금은 복음을 들고 산을 넘겠다는 자들이 이 민족에게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이 차세대 선교를 책임질 민족으로 떠오르면서 그들을 준비시키고 훈련시킬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 교회와 이 일을 감당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볼 때마다 역사를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시계와 지도의 움직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문득문득 지금 이 순간을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원수 마귀도 오래 전부터 교회 안팎으로, 나라 안팎으로, 사람들의 마음 안팎으로 수많은 가라지를 뿌려 놓았나보다. 곡식과 가라지가 섞여있더니 급기야는 가라지가 곡식보다 더 크고 튼튼하고 풍성하여 그것을 곡식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가 돼버렸다.
무엇이 선인지, 진리인지, 정의인지, 복음인지 거울로 보는 것처럼 희미한 이 때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시계 역시 마지막 때를 향하여 기다려주지 않고 정확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복음은 빠르게 전파되고 세상은 더욱 빠르게 죄악의 소용돌이 속으로 분쇄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선회상」의 마지막 장면이다.
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상념에서 깨어나 아이들을 불렀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아름답게 수놓은 조선 국기를 꺼냈다. 해주에서의 환송연 때 조선 친구들이 기념품으로 우리에게 준 것이다. 나는 태극기를 펼친 다음 나뭇가지에 걸었다. 우리 가족은 태극기 주위에 모여 섰다. 조선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복을 기원할 때 ‘만세!’를 부른다. 이 말은 ‘1만 년을 사십시오!’라는 뜻이다. 우리 가족 다섯 중 네 명은 모두 조선에서 태어났다. 메리안(아내 선교사)도 생애의 전성기를 조선에 바쳤다. 나는 가족에게 조선의 국기인 태극기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자고 했다. 우리 가족은 목소리를 높여 ‘만세!’를 외쳤다. 조선의 진정한 국기에게 ‘만세!’를.
그리고 이들은 위의 시를 다함께 낭송하고 이 땅을 떠난다.
이들이 진심으로 외쳐준 만세. 이들이 우리의 같은 마음으로 외쳐준 만세. 이들이 우리가 되어 외쳐준 만세. 이들이 우리를 위해 하나님께 아뢰는 기도로 외쳐준 만세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온 민족이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감격으로 외쳤던 ‘대한독립만세’라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이제 우리 기독교인들은 우리 민족과 조국 교회와 세계 선교를 위하여 기도해야한다. 그리고 외쳐야한다. 우리의 기도와 우리의 선포를 저들은 비웃겠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이 결코 헛되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해라는 아무 의미도 없고 근거도 없는 것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사는 이 목자 잃은 양과 같이 불쌍한 이 민족을 위해 기도하며 외치자. 어둠 속에 있는 하나님의 손을 잡는 것이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빛보다 낫고 가장 안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