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말씀 암송으로 얻은 평화
<최에스더 사모, 남서울평촌교회>
“말씀 암송의 힘 앞에서 예상 밖의 평화 찾아”
베란다 밖으로 멀리 내다보면 벌써 나무들이 붉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게
보인다.
가을만 되면 오히려 나태해져
가을이 책을 읽고 공부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무더운
여름을 날씨탓하면서 의미없이 보내게 될까봐 오히려 발을 동동 구르며 열심
을 내는 경향이 있는 나는 가을이 오면 그만 나가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봄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사람을 좀 쓸쓸하게 만드는 가을의 아름다움
에 빠져서 일을 하다가도, 아이들을 돌보다가도 문득문득 가을 풍경에 시선
이 빼앗기고 생각도 빼앗긴다. 이런 계절에는 생각까지 쓸쓸해지는 것들이
줄을 선다.
‘내가 그 때 그러길 참 잘했지, 내가 생각해도 그 때 나 참 멋있어’ 이런 생
각들보다는 ‘내가 그 때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아, 정말 그 때
n로 돌아가서 그 사람들 붙잡고 해명하고 싶다, 다시 한 번 기회는 오지 않았
고 나는 영영 바보가 되는구나’ 뭐 이런 생각들만 든다.
그런데 나는 늘 그래왔다. 계절의 탓인양 지금 이 가을에 유독 반성의 시간
을 갖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예수님을 믿는 가정에서 태
어나 학교 외에는 교회밖에 모르기를 예수님 믿는 가정에 시집갈 때까지였
고, 신혼을 벗어나면서 사모가 되어 지금에 이르렀으니 나는 사십 평생을 예
수님 그늘 아래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늘 후회하는 사람이었다. 아이스크림을 고
르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전공을 선택하는 조금 중요한 일까지. 그 가운
데에서 언제나 나를 괴롭히는 후회는 늘 사람과의 관계에서 왔다.
아이스크림이야 다음에 또 기회가 있고, 전공이야 지금에 와서 보면 내가
뭘 전공했든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면서 내가 했
던 말과 행동들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후회막급인 일일수록 기억에서도 너무나 선명하여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
도 흐려지지도 않는다. 떠오를 때마다 어디론가 숨고 싶고, 그 때로 달
려들
어가 모든 것을 지우개로 빡빡 지우고싶다. 나 혼자지만 너무나 부끄러워서
변명의 말이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십 년 넘게 지난 나의 옛날 사진을 보는 건 이 민망함에 갖다댈 것도 아니
다. 예수님 그늘 아래에 산다고 하면서 진리의 말씀과 인생의 비밀들을 많이
도 들었을 터인데, 그리고 내 인생에도 신앙이 고비고비를 넘기고 성장하던
순간들이 없지않았는데, 그래서 나도 좀 지혜를 발견했다고, 사람사이에서
사람 노릇하면서 사는 것 좀 알겠다고 생각했었지만 돌아서고나면 정말 후회
가 낙엽처럼 쌓였었다.
사모가 되고나서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후회만 쌓여가는 스스로를 보면
서 모든 것에 자신이 없었다. 교회에서 사모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
되어 있는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늘 후회만 하는 나는 고민이 참 컸다. 나의 최선
이, 그것이 사랑이든, 지혜이든, 동감이든, 긍휼이든, 언제나 후회가 남는
일로 끝이났다.
나의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예수님을 믿는 인생은 후회없는 인생이어야할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모
든 것이 후회로 끝이 날까, 나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고민 많은 내게 하나님께서 말씀 암송이라는 길을 하
나 보여주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암송한다는 것은 이런 종류의 문제 해결과 별로 상관이 없
어보인다. 나의 언행과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을 다만 하나님의 말씀을 외우
는 것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말씀의 능력을 믿는 우리에게도 억지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 후회막급한 인생
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후회예방 가능한 인생으로 돌아선 지점을 말씀암송
의 때라고 나는 말해야겠다.
내 인생에 회개도 있었고, 성령님의 임재하심도 있었고, 말씀의 충만함도 있
었고, 찬양의 기쁨도 있었지만 이런 놀라운 은혜의 능력이 증발되지않고 압
축시키고 응축시켜 내 안에 깊이 박혀있는 쓰디쓴 죄성의 뿌리를 뒤흔들어
놓고 뽑아내기 시작한 파워는 말씀암송에 있었다.
사람과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더 이상의 무엇은 불가능할 것처럼 살았었지
만, 얼마 지나지않아 돌아보면 그 때의 나는 숨겨놓은 욕심도 많고, 나만 아
는 교만도 많고, 내 마음대로이고, 지극히 이기적이며 개인주의
적이고, 도무
지 희생하려 들지 않는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지극히 소량
의 지혜를 가지고 얼마나 큰 만용을 부렸는지, 마치 모든 대답을 쥐고 있는
사람처럼 굴었고, 지혜를 찾지못한 사람들이 보이면 아주 마음껏 비웃어주
던 내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는 좀 더 고상하지 못하고 좀 더 침착하지 못하고 흥분하지 않고 냉정
을 유지하지 못한 내 모습에 대한, 어쩔 수 없이 드러나기 마련인 내 이기적
인 모습이 탄로나버린 것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후회였지
만, 이제는 말씀 앞에서 다 보아버린, 완전한 죄인인 나를 인정하는 반추이
다.
내가 아무리 고상하려해도, 침착하려해도, 냉정을 유지하며 지혜롭게 행동하
려 해도 죄인인 내 안에서는 그런 것들이 나올 수 없고, 당황하면 실수하
고, 흥분하며 거칠어져서 화부터 치미는 야수와도 같은 것이 나라는 것을 말
씀암송의 힘 앞에서 나는 철저히 인정하였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니 예상 밖
의 평화가 찾아왔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 서면 먼저 뛰기 시작해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던
그 열등감의 심장도 좀 잦아들어가고, 다른 방법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
들을 보면 순식간에 불이 붙던 쌍심지도 시들시들해지고, 잘난 사람을 도저
히 인정 못하던 내 교만의 렌즈도 자꾸 불편해졌다.
내가 찾은 평화가 너무가 귀해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열심히 암송을 시킨
다. 살면서 후회만하는 인생되지 말라고. 엄마인 나보다는 훨씬 일찍부터 말
씀 앞에서 자신을 비춰보면서 늘 통제받고 살라고. 그래서 후회없는 인생을
살다가 하나님을 뵈오라고 암송을 시킨다.
말씀 암송 통해 평화 누리게 돼
독한 엄마 만나서 매일 암송한다고 후회막심한 얼굴일 때가 많다. 하지만
500절이 넘는 자신만의 말씀의 샘에서 갈한 심령을 넉넉히 축이며 은혜와 감
사로 인생을 채우는 내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