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콩나물국_추둘란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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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콩나물국
추둘란 집사, 홍동밀알교회 

“발걸음 옮겨 사랑 전해준 분들에게 감사해”

지난 수요일 아침, 옷깃으로 파고드는 기운이 더없이 차게 느껴지는가 싶더
니 오후쯤 되어 신호가 왔습니다. 목이 잠기고 코가 콱 막히는 것이 예사롭
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감기 기운 느껴져

여느 때에도 골골하는 체질이라 일찌감치 한의원으로 가서 약을 받아 왔습니
다. 다행히 중간고사 기간이라 오전만 일하고 일찍 퇴근하여 쉴 수 있었습니
다. 약을 먹고 오후 2시쯤 누웠는데 어둑어둑해지도록 이불 속에서 꼼짝 할 
수 없었습니다. 스르르 잠이 들었나 싶더니 깨어나면 땀으로 온 몸이 젖어 
있었고 그러다 이내 다시 잠들기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예배드리러 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시간 맞
춰 교회 버스 운행을 해야 하는 남편은 아이들을 씻기고 밥을 먹이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도무지 도와줄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교회로 가고 나니 집안은 더없이 조용하고 휑하였습니다. 
어느새 또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집사님!’ 하고 누가 부르는 소리에 잠
을 깼습니다. 집안에 불을 다 끄고 있었는데 누군가 스위치를 찾아 켰습니
다. 명 목자였습니다.
“목사님도 오셨어요.”
겨우 5분 정도 잠이 든 것 같은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났는지 예배를 마치고 
목사님과 사모님, 목자 몇 분이 심방을 온 것입니다. 방안에 빨랫감도 개켜
두지 않았고, 머리칼은 땀에 젖어 흐트러져 있고, 목소리는 코맹맹이가 되
어 있는 몰골이었지만 그 심방이 반갑고 기쁘고 고마워서 헤헤 웃으며 앉았
습니다.
“독한 감기에요. 옮으면 어찌하려고 오셨어요? 멀찍이 떨어져 앉으셔야 해
요.” 목사님에게 감기가 옮기면 어쩌나 싶어 한 마디 하였습니다.
“예수님이 병자를 고치러 가실 적에도 병이 옮은 적은 없고 고치기만 하셨
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심방 걸음을 내디딘 목사님의 사랑 가득한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다 같이 찬송을 부르고 또 부르고, 내 머리와 어
깨와 손을 붙들고 목자들이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그 기도를 받으니 예수님
이 나를 
찾아 오셔서 얼른 나으라고 기도해 주신 듯 기쁘고 힘이 났습니다. 
다음날 아침 여전히 몸이 무거워 출근을 하지 못했습니다. 직장에는 점심때
쯤에는 나가겠노라고 기별을 넣었지만 몸 상태로 봐서는 그마저도 못할 듯싶
었습니다. 그런데 10시쯤 되었을까요? 트럭 소리가 대문간에서 들려왔습니
다.
“이게 웬일이여? 평소에는 가만히 누워 있질 못하는 사람이. 하나님이 이참
에 푹 쉬라고 하시는 게지.” 쾌활한 웃음으로 목장을 화목하게 만드는 영
숙 씨였습니다. 그이는 오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가 무엇을 끓이는지 달그락달
그락 소리를 내었습니다.
“먹어봐. 이거면 감기는 아주 똑 떨어지지.” 그이는 따뜻하게 데운 석류즙
에 가루로 된 한방감기약 녹인 것을 건네면서 말했습니다. 그 감기약이야 나
도 한의원에서 받아왔지만 왠지 석류즙까지 곁들인 그이의 약이 더 좋아 보
였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한 컵을 다 비우니 몸이 훈훈해지면서 약 기운이 스폰지처
럼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습니다. 다 마시기를 기다리던 영숙 씨는 주전
자에 남아 있던 것을 마저 더 따라주었습니다. 
“우리집에 와서 밥 먹구 출근혀. 어제 저녁밥
도 오늘 아침밥도 안 먹었다
며? 점심이라도 든든히 먹구 가야지.” 오후에는 출근을 해야겠다고 말하였
더니 혼자서 뭘 차려 먹겠느냐고 그이 집에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감기 옮으면 어쩌려고?”
“걱정 말어. 나는 이미 왔다가 벌써 지나갔은께.”
그러마고, 보건소에 가서 주사 한 대 맞고 점심 때 맞춰 가겠노라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영숙 씨가 가고 나니 어디선가 힘이 막 솟구치는 듯하였습니
다. 씻고 옷을 차려입을 때에도 힘든 기색 없이 즐겁고 평안했습니다. 
영숙 씨가 차려준 식탁에는 따끈한 콩나물국과 여린 갓으로 무친 겉절이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밥은 조금 남겼지만 시원한 콩나물국을 두 그릇이나 뚝
딱 해치우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언제 쑤시고 열이 났나 할 정도로 몸이 가
뿐하였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깜깜한 가을밤에, 솔숲에 달빛 걸려 있는 그런 밤에 작은 
시골집 단칸방에 몇 사람이 모여 찬송하고 주의 이름으로 아픈 사람을 위하
여 기도하는 모습을…. 아픈 사람 집에 석류즙을 들고 찾아와 따뜻하게 데
워 먹이고, 콩나물국을 끓여 식탁을 차려주는 모습을…. 몇 백만원짜리 선물
을 받은 것도 아닌데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생각하면 할수록 감동이 되어
서 코끝이 찡했습니다.
일부러 한 병자를 찾아가 고쳐주는 일은 예수님에게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
는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일로 예수님에게 이득 될 것이 얼마나 있었을까
요? 그런데도 예수님은 수가성의 여인을 찾아가고 베데스다 연못가의 병자
를 찾아가셨습니다.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있는 그 자리에서 기도만 해 주어도 감사하건만 
발걸음을 옮겨 직접 찾아와 사랑을 전해준 그이들을 생각합니다. 그이들도 
무슨 이득을 바라고 나를 찾아와 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본을 보여주신 예
수님의 사랑과 본질적으로 닮은 그 사랑이 그이들의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
에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랑의 실천에는 망설임이 없어야

사랑 그 자체이신 하나님이 이렇게 아름다운 성도들의 모습을 내려다보시며 
어찌 긍휼을 베풀지 않으시겠는지요? 저는 감기가 다 나았습니다. 그리고 마
음에는 감사함이 더욱 넘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