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정원_김영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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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정원

김영자 사모_채석포교회

“어머니에게 나는 사랑이 인색한 딸이었습니다”

계절의 여왕답게 아카시아 꽃향기와 연두 빛의 초목들이 우리의 오감을 즐겁
고 행복하게 해주는 축복의 5월입니다. 기름유출의 피해로부터 조금씩 회복
되어 가는 바다에서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모내기 준비와 밭에 씨
앗을 심는 성도들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서 바쁜 계절이 왔음을 알 수 있습
니다. 

오랜만에 ‘어머니’ 생각하게 돼

비가 온 다음 날, 남편과 나는 교회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남편은 잎이 무성
해진 벚나무의 가지를 쳐주고 교회 주변의 잡초를 뽑고 풀을 베어 깨끗하게 
새 모습으로 단장했습니다. 마당 한쪽의 내 작은 텃밭에는 상추씨를 뿌리고 
고추와 가지, 오이와 피망 여러 가지 모종을 심었습니다. 
텃밭 일이 끝나고 베란다에서 가꾸는 화분 손질을 하면서 어머니를 생각했습
니다. 
어머니는 90세이며 노회 목사님께서 운영하고 있는 실버 쉼터(홍광교회 : 홍
세기 
목사님)에 입주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아이들과 유난히 꽃을 좋아합
니다. 이번 어버이날에 내가 뿌리 내려 기른 문주란과 연분홍 꽃을 피운 제
라늄 화분을 햇볕이 잘 드는 어머니 방의 창가에 두었습니다.
어머니를 텃밭에 먹을거리의 씨를 뿌리며 모종을 하는 것처럼 어린 우리들
을 가꾸고 돌보았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고 아픕니다. 저는 어머
니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지 못했던 나쁜 딸이었습니다. 사랑받는 데만 익
숙해서 사랑을 나누어주는데 인색한 딸이었습니다. 
30세에 남편을 여의고 오빠들과 유복자인 나를 키우신 어머니… 눈물이 앞
을 가리고 목이 메입니다. 얼마 전 수근근종이라는 병명으로 손가락을 자유
롭게 올릴 수 없어 수술을 했습니다.
항상 바쁘다며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었는데 오랜만에 어머니와 단 둘이 
있으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부잣집으로 시집와서 남편과 아이들이 오래 살게 해 달라고 집에
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첫 새벽에 용수(솟아나는 물)를 떠와 제단 위에 
놓고 빌었답니다. 그처럼 빌었던 남편을 6.25 때 잃었고, 아들들도 죽었으
며 남
겨진 것은 기어 다니기 시작하는 아들과 뱃속에 있는 아기였습니다. 그
렇게 태어난 유복녀가 나였습니다.
남편 잃고 난 후 하나님을 영접한 어머니는 용수를 떠 날랐던 그 열심과 정
성으로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성경을 읽기 위해 글을 배웠고 남편과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남아 있는 자녀들에게 성경말씀으로 본인이 아는 식대로 하나
님을 알게 했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 대신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자연스럽
게 부르게 했으며, 나의 생활은 교회 다니는 것이 전부가 되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자존심과 주관적인 생활이 나에게는 많은 부담을 안겨주었습
니다. 그러나 제도 밖의 것에 관심이 많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나는 주일
날 야외로 스케치 여행을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주일날은 
오직 교회이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배시간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도 없었고 그때는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사랑을 나에게 주었지만 그 사랑이 너무나 부담스러워 도망치
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나는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
게 하는 못된 딸이 되었습니다. 애증의 골이 너무 깊어 나를 괴롭힐 
때가 많
았습니다. 
연세가 들어 눈이 잘 보이지 않으신 어머니는 성경을 더 열심히 읽고 싶어 
연세가 많다고 의사 선생님도 만류하신 양 쪽 눈의 백내장 수술을 하셨습니
다. 어머니는 당신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을 가장 훌륭하다고 자랑하는 분
이십니다. 자식들이 사 주는 옷과 선물에서도 십일조를 떼시며, 나이 들어 
잘 걸을 수 없어 전도를 할 수 없으니 본인이 죽으면 신체를 기증하라고 하
셨습니다. 
사랑은 표현을 원하고 주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쑥스럽지만 마음속
에 있는 사랑을 어머니에게 말하려고 합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한 번도 불
러보지 못했지만 하나님을 내게 알게 해 주셔서 그 사랑과 은혜를 알게 하시
고 사모의 길을 걷게 한 것은 어머니의 눈물어린 기도 때문입니다. 
만날 때마다 사위가 목사인 것과 딸이 사모인 것을 아시면서도 성경말씀으
로 훈계하실 때는 조금 서운할 때도 있지만 항상 자식들과 손자들을 사랑하
는 어머니의 마음을 사랑합니다.
어머니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하나님을 모르는 집안으로 시집와서 많은 것
을 잃었지만 복음의 씨를 뿌려 많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원에 기도와 말씀을 심어 아름답게 꽃을 피어나게 했듯이 하늘 정원에서는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하늘 정원 아름답기를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게 해 주신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
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정원에서 가장 아름답고 향기 나
는 꽃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