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마꼬” _김영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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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포에서 온 편지

“내 친구 마꼬”

김영자 사모_채석포교회

많이 나누어 주는 마음이 진정한 부자

은행나무의 노란 잎이 우수수 떨어지며 강한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마치 바
닷물에 앉아 무리지어 비상하는 기러기 떼를 연상케 하지만 회색 빛 하늘에
서는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습니다. 자연환경은 사계절을 통해 항상 새
롭게 태어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으며 하나님의 오묘하고 위대한 솜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 변화 속에서 하나님 솜씨 느껴

겨울의 차가운 공기만큼이나 마음이 차가울 때는 따뜻한 한 잔의 차와 오래 
된 친구가 생각납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전학을 많이 다닌 탓에 변변한 친
구가 없습니다. 나이 들어 친구를 사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내 
기억의 바다에서 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오르지만 마꼬가 가장 가
깝게 다가옵니다. 마꼬는 내 친구 이경희 집사의 애칭입니다.
마꼬 친구와 만난 지는 30년쯤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마꼬 아줌마’, ‘마꼬 아줌마’ 하고 쫓아다니며 불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큰 아이가 “엄마, 마꼬가 아줌마 이름이에요?” 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큰 아이의 물음에 답하기 전에 눈물이 날 정도로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꼬는…….” 하고서 “앞 뒤 바꾸어서 읽어 봐” 했더니 “꼬-마-” 
하고서 우리들은 같이 웃었습니다. 그 때부터 우리 가족에게 마꼬 아줌마는 
너무나 사랑스런 사람이었습니다. 14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키를 가진 친구
에게 그녀의 남편이 붙여준 애칭입니다.
나와 친구가 만난 것은 내가 서울 생활을 처음 했던 동네에서 이웃이었습니
다. 나는 그 때 집 앞의 상가 2층에서 개척을 시작한 교회에 출석했습니다.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고 그것보다도 더 아픈 기억
들로 기억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
님께 내 삶을 내어놓고 부르짖으며 기도했고 내 인생의 여정에서 가장 힘들
고 눈물을 가장 많이 흘렸던 때였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과 불안감,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어머니와 형제들까지
도 내게서 멀게 하시
고 오직 하나님께 내 모든 것을 맡기게 하셨던 시간들이
었습니다. 그 때, 마꼬는 내 전도 대상자였습니다. 그도 나만큼 절박한 상황
이었습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하여 집과 사업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잃고 두 아이들과 반 지하에 월세방 한 칸을 얻어 생활할 때였습니다. 하얀 
얼굴에 인형처럼 겁먹은 커다란 눈을 가진 키가 작은 소녀 같은 여인이었습
니다.
처음 이웃으로 인사를 나누고 조금 말문이 열렸을 즈음에 교회에 출석하자
고 했을 때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리 저리 핑계를 대
며 얄미울 정도로 잘 빠져나갔습니다. 사는 모습이 너무나 비참하고 희망이 
없는 듯 했습니다. 말로 교회 가자고 하지 않고 생활 속에 접근했습니다. 
그 때 내 형편도 참담했지만 우리 가족들이 먹는 반찬이나 과일, 그리고 쌀
까지도 무조건 절반씩 그 집에 주었습니다. 콩나물 한 접시, 사과 한 봉지 
등등.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자신에 대해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주일학교에 나간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닫힌 마음이 열리
기 시작하면서 교회 출석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새
벽 기도회 시간에 출석했습니다. 30년 전 그 때부터 지금
까지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꼬는 
내가 성공했을 때 진정 축하해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했습니다. 변함
없이 지금도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안부 전화가 옵니다. 채석포 소식도 묻고 
서울 소식도 전해줍니다. 마꼬와 내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합니다. 친구의 말인 즉 고목나무에 매미가 붙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큰 키의 나에게 바짝 붙어 성큼성큼 걷는 모습을 생각하니 우리도 즐겁습니
다. 키 차이만큼이나 마꼬와 나는 정반대인 것이 많습니다. 급한 성격의 소
유자인 나와 느린 행동과 느린 말씨는 나를 답답하게 하고 화나게 할 때도 
있지만 잘 참아 주고, 전혀 웃길 것 같지 않게 생겼는데 가끔 나를 즐겁게 
해 줍니다. 
남편이 늦은 나이에 신학을 했을 당시 몹시 생활이 어려웠을 때, 내 손에 
몇 개의 버스표를 쥐어 주기도 하고, 아이들 도시락 반찬을 해주라며 계란 
한 줄을 손에 들려주며 사랑을 나누어주기도 하였습니다. 친구가 미안해 할
까봐 눈을 내려 깔아 눈물이 글썽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
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 가졌던 미와 지식, 그리고 경제력까지도 자랑할 것
이 없고 평준화된다고 했습니다. 나에게 마꼬와 같은 친구가 있는 것은 하나
님의 복입니다. 사모들은 친구 갖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나
와 같이 사회생활을 하다가 늦깎이 사모가 된 사람들에게는 속내를 들어 내
놓고 말할 대상이 흔하지 않습니다. 
선교 헌금을 하고 싶고 봉사를 하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내 친
구 마꼬는 식당의 주방에서 그릇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러한 돈으
로 오래 만에 만나는 나에게 몇 권의 책을 사주기도 하고 목사님을 대접한다
며 맛있는 음식도 사줍니다. 갖고 있는 자가 부자가 아니라 많이 주는 자가 
부자인 것처럼 내 친구 마꼬는 마음이 부자이며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에 전화선을 타고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는 내 삶에 생
기를 불어넣어 주고 내 자신을 맑고 투명하게 일깨워주는 기도의 동역자이
며 수호천사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 조금 더 서로가 자유로워졌을 때 어울리
지 않을 것 같은 내 친구 마꼬와 손을 잡고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볼 것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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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역자이며 수호천사인 ‘마꼬’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마꼬와 나의 우정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더
욱 향기롭게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가꾸어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