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그늘 아래서
변 목사의 목회 참회록
변세권 목사
·강원노회장
·온유한교회
세상을 돌아보니 유명 인사들의 허위 학력 파문이 날마다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학력 사회의 교육병리인 졸업장 열병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결과요,
학연과 지연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졸업장 열병에 빠진 한국사회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은 소위 치맛바람으로 표현되듯 유별나며 대학입시
경쟁은 입시전쟁으로 비유될 정도로 치열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교육에
한 맺힌 사람처럼 자기 자녀들을 대학 또는 더 높은 수준까지 교육시키려 한
다. 이토록 뜨거운 교육열과 치열한 교육 경쟁은 무엇 때문일까?
그 해답은 한국 사회에서 사람행세 제대로 하려면 대학 간판이 필요하기 때
문이다. 성경에서도 어리석게나마 학력 자랑을 한 사람이 있다. 바울이다.
사실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거룩하고 신령한 것을 전하는 것으로 고
린도교인들이 알아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자기가 세상에서 어느 학교를 나왔다, 어떠한 가문이다’라는 이야
기를 해서 자기가 진짜 하나님의 종임을 증명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어리석
은 자랑이다. 하지만 바울이 그렇게라도 자기를 증명해야만 했던 것은 자기
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인들을 위해서였다.
사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종을 들어 쓰실 때 문벌 좋은 자, 학식이 있는
자, 지혜로운 자를 잘 들어 쓰시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종이 가서
해야 되는 것은 하나님이 맡긴 일을 전달하는 일이지 그의 사상과 경험을 쏟
아놓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씀을 듣는 입장에서는 그 말씀이 사람의 지혜나 사람의 말로서가
아니라, 즉 전달하는 자의 수준이나 학력에 기인한 어떤 내용이 아니라 그에
게 생명과 구원과 사랑과 긍휼을 실어 보내신 하나님을 보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위해서 때로 하나님은 하나님의 종들에게 많은 고생을 하게도 하신
다. 하나님이 그 종을 통해서 하나님의 거룩과 원하시는 영광된 신앙의 생
명, 그 고귀함 등을 알게 하기 위하여 그를 더 많이 배우게 할 수 있다. 그
래서 학문적으로 뛰어나고 신학을
깊이 알고 모르는 것이 없는 박사가 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것도 아니면서 지난 날을 돌아보니 학문의 깊이와 인격적
으로 훌륭한 스승아래서 배웠다는 자부심으로 인해 누가 알아주기도 전에 내
가 먼저 합신! 합신! 을 자랑했던 시간이 부끄럽다. 무슨 모임에만 가면 말
욕심을 절제하지 못해 꼭 나서려고 했던 것도 부끄럽다. 상대방을 배려한다
는 동기로 그랬지만 필요이상의 저자세를 보이는 것도 내가 가진 또 다른 열
등감의 하나였다. 무슨 책을 낸 것도 아닌데 전도와 교회를 홍보한다고 주
보 칼럼란 아래에 학력과 경력을 적어놓은 것도 괜스레 부끄럽기는 마찬가지
다.
신학교시절 시험지가 오는 데도 메모 카드를 얼른 치우지 못해 동료들을 잠
시라도 시험에 들게 했던 일들도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왜 그
랬을까? 그밖에도 기억나지 않는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후회하며 여
러 잘못들을 고백해본다.
이런 일들을 생각해 볼 때 허위 학력 파문의 당사자들을 비판하기 이전에 나
도 그들과 별반 다름이 없는 똑같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박영선
목사님의 말씀대로 혹 목사에 대해서 존
경과 신뢰를 보낸다 할지라도 그 존
경과 신뢰는 목사가 가진 무슨 학력이나 성품 이런 것들이 아니라 ‘저 사람
은 과연 하나님의 사람, 하나님의 입술을 가진 사람이구나’하는 신뢰와 존
경이 있어야 한다.
목사는 하나님의 사람다워야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펼치며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영혼들을 하나님 앞으로
진솔하게 인도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어리석고 허탄한 자랑을 버리고 다
시 시작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