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돌아가는 힘_데이지 성

0
21

꽃잎에 쓴 편지(35)

세상이 돌아가는 힘

Mrs. Daisy Sung_미국 포틀랜드 한인문화방송실 

어느 곳을 가나 큰 도시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몰려 어울리는 지역(skid 
row)이 있다. 그들은 주택가가 아닌 분주히 움직이는 시내, 사람들의 발걸음
이 잦은 곳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구걸도 하며 공짜 밥도 얻어먹고 가진 
것도 없다. 그렇게 욕심 없이 남루하게 입고 오고가는 사람들이나 쳐다보며 
끝나지 않을 인생을 사는 사람들처럼 자유로워 보인다. 

끝나지 않을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여

메릴랜드주에서 제일 큰 도시인 볼티모어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곳은 
워싱턴 D. C.까지 기차로 한 시간 남짓 7달러를 주면 갈 수 있는 통근도 가
능한 거리에 있다. 시내 중심가는 대서양의 깊숙이 들어앉은 작은 만을 끼
고 있어 여행객들과 도시인들의 여가 공간으로 좋은 곳이다. 
얼마 되지 않아 서성거리는 우리 가족들의 한국말 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위
에는 헝클어진 티셔츠 한 장 걸친 한 20
대 중반 나이의 청년이 자기는 한국 
사람이라며 말을 건네 왔다. 지금 여행 중인데 D. C.에 있는 친구 집에 가야
되는데 지갑을 잃어버렸으니 교통비 10달러만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말없
이 달라는 대로 돈을 꺼내 주었다. 
하지만 대개 그런 이들이 무엇을 하며 사는 지도 알기 때문에 “혹시 마약하
시는 것은 아니지요? 절대 그런 것 하시면 안돼요”라고 강조해가며 몇마디 
말을 해 주었다. 매우 낮은 자세로 다가왔던 그 청년을 멋쩍은 모습으로 웃
음을 애써 지어 보이며 “그런 것 안 해요” 하고는 뒤돌아서 사람들 속으
로 사라졌다. 
우리는 붉은 블록으로 덮여있는 작은 광장에 여러 층의 둥근 계단으로 둘려
있는 저만치에 어떤 젊은이가 군중들을 불러모으며 요술과 재주를 부리는 곳
으로 향해 갔다. 불막대기를 돌리고 두 손으로 5개의 공을 공중에 던져 받
기 등 시시한 재밋거리로 바쁘게 움직이며 ‘뉘집 아들이 이런 일을 하며 사
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요’라고 말하는 듯 둘러선 사람들을 웃기
려 애쓰는 듯 보였다. 
한 막을 끝내려면 얼마나 걸리려는지 배도 고파지고 해서 슬그머니 일어나 
주변에 가까이 
있는 낮은 건물들의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어느 도시를 가
나 미국 음식은 종류도 적고 다양성 없어 매번 고정된 지루한 똑같은 음식밖
에 없다. 다른 나라들처럼 지역적인 특별 재료와 전통음식이 거의 없는 편이
다. 
관광객이 많아서 여러 유럽나라의 이름이 선전되어 있는 식당들이 눈에 띄
어 우리는 생선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 들어갔더니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
다. 드디어 자리에 앉혀주나 했더니 무슨 전자비퍼 같은 것을 주며 얼마 거
리 이상 멀리 떠나지 말고 약 40분 기다리면 연락이 갈테니까 식당으로 오라
는 것이었다. 주변 구경도 좀 더 할 겸 시키는 대로 하기로 하고 밖으로 다
시 나왔다. 
멀리 호수같이 잔잔한 작은 만 건너편 수중 수족관도 보이고 연푸른 연두, 
초록의 유리나 건물 색깔은 눈과 마음을 이완하게 만들어 안전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미 대학들의 졸업과 3개월의 방학이 시작되는 5월 여름 
관광 계절이어서 출렁이는 모습은 젊은이들의 열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세상
에 사람 사는 모양은 여러 가지다. 그러나 마지막 갈 곳은 피할 길 없는 똑
같은 한곳으로 가면서 말이다.
개발도상 국가나 아직 
미개의 나라에서는 먹고 입고 자고 할 돈이 없어서 하
류층 거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별빛 하늘아래에서 아이를 키우
며 살림도 한다. 그러나 이 미국의 사정은 그와는 다르다. 판에 박힌 절제하
는 작은 공간에서의 생활을 싫어하는 이들이 있다. 
남 밑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며 스트레스 받는 조직 생활을 못 참는 것이다. 
그래서 적응도 어려워 가족까지도 피해 자유분방할 수 있는 길거리 생활을 
선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고도로 성장된 사회 속에 그들에게는 해낼 수 
있는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문명의 혜택을 인류가 누리고 살지만 농경 시대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많
은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때는 일하기 싫어도 움직이기만 하면 농사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간단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그
리 간단하지 않다. 때문에 과학문명에 잘 맞추어 따라가며 살고 있는 사람들
이라면 아직도 적응을 못해 뒤쳐져 적응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
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대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도 자기가 잘 살아가기에 
바빠서 이웃들을 방관하는 현
실은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단일 민족이라며 자
존심 높아하는 한국 사람이 남의 나라 땅에 와 구걸하던 그 청년도 누구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많아

빨리 정신 차리고 인생의 깊이가 재기불능이 되기 전에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그 청년에게 주어졌으면 하는 씁쓸한 안타까움이 지금까지 남아 있
다.

이전 기사하나님의 배려하심_민 진 사모
다음 기사주님만 필요해?
기독교개혁신보
기독교개혁신보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의 기관지로서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이란 3대 개혁이념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본사는 한국 교회의 개혁을 주도하는 신문이 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