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에게 물 한 그릇 떠주자_민 진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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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과 걷는 울타리길

소자에게 물 한 그릇 떠주자

민 진 사모_늘푸른교회

어제 아침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전화가 한 통 왔다. “여보세요”하니 
“엄마, 저 예슬인데요. 혹시 도서관 도우미를 해주실 수 있어요?”한다. 
“엄마가 계획한 일이 있어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도 아무 일 못한다고 했
는데”하니, “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는다. 
학교 마치고 집에 온 딸에게 “왜, 도우미 할 분이 그렇게 없어?”하자 “엄
마 일주일에 한번만 해 주세요. 다른 분이 오시면 책 꽂는 것과, 이것저것 
가르쳐 드려야 하는데 엄마는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한다. 그래도 안 된다
는 이유를 들어 찬찬히 설명했다. 아마도 예전 같으면 ‘그래 알았어 엄마
가 하지 뭐!’ 했을 것이다. 

도서관 도우미 찾는 전화와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도서관 도우미로, 급식소 위원회로, 학교 운영위원으
로 학교 일을 열심히 했다. 물론 내 아이들이야 평범한 아이들이었기에 불이
익을 당하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많
은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는 사명감까
지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다. 
A형이라 소극적이면서도 ‘아니다’ 싶으면 무모하게 덤비는 성격도 학교 일
을 하는데 한 몫 한 것 같다. 거기에는 학교 아이들과 가까이 하고 싶은 마
음과, 다른 학부모들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요새는 아는 
사이가 되어야지만 복음을 얘기 할 수 있으니 그렇게라도 사람들에게 다가가
고 싶었고, 한편으론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어른들에 의해 침해
당하는 것도 싫었다. 
도서예산이 기준치 이하로 책정된 것도 못마땅한데 이름도 모를 출판사의 책
들이 책장에 버젓이 꽂히고, 책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은 새 책이 많이 들어 
왔다고 무턱대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무척 속상했다. 요즘같이 시간이 별로 
없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책을 먼저 읽히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사람들은 좀처럼 자신의 손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맞는 이야기인줄 뻔
히 알면서도 맞장구도 쳐주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다. 학교 운영위
원하면서 마음에 괴로움이 많았다. 좋은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렇지만 좋
은 책을 선정하려는 학교의 노력과 
합당한 예산이 세워지는 것을 보며 보람
도 느꼈다. 
그런데 거기는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내 마음에
서 주님은 ‘너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내려놓는 것이 어쩌겠니?’ 물으
시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하나님의 시간표에는 내가 학교일 하
는 것이 빠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 주님 무슨 일을 하면 될
까요?’ 하고 묻게 되었다. ‘소자에게 물 한 그릇 떠주면 안 되겠니?’하시
는 듯했다. 
작년에 방과후 반 아이들 몇을 보았다. 그런데 방학에는 우리 아이들 핑계되
고 안 봐 주었는데 그 일이 마음에 걸렸다. 주님이 원하는 시간을 드린 것
이 아니라 내가 드리고 싶은 시간을 골라서 드린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이제는 주님이 원하시는 시간을 드려야겠다는 생각할 하게 되었는데 
당장에 저녁 시간에 할 일이 생겼다. 

사랑하는 자녀 찾으시는 하나님

교회 나오는 아이 중에 중3인데도 한글을 다 모르며, 작은 아이들이 하는 색
칠놀이를 하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 그 아이
는 어쩌면 엄마가 돌보아주지 못해 빠진 부분을 채워가고 
있는 것은 아닐
까? 그래서 학교 마치면 교회로 오라고 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나님의 눈에는 우리 기준으로 부족한 것도, 뚱뚱한 것도, 덜 떨어진 것도 
보이지 않고 사랑하는 자녀만이 보이신다는 것이 깨달아졌다. 얼마만큼의 시
원한 물을 그 아이에게 마시게 할 지는 내 능력 밖이다. 내가 부족하여 미지
근한 물을 마시게 할지라도 주님이 시원한 물로 바꾸시고 그 아이를 변화시
키기를 기대해본다.
너나 나나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 작은 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부족함을 보시지 않고, 오직 당신 자식이라는 그 사실이 중요해서 그윽이 보
시고, 다독이신다.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맞이할, 부활의 시간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주님
이 부탁하신 일들을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어떤 모양의 물일지라도 
소자에게 떠 주기를 기뻐하며, 영원한 시간표에 맞춰 살아가도록 애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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