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자 교수의 원천골 편지<35> 이 고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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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자 교수의 원천골 편지<35>

이 고운 가을에…

그렇게 짙푸르던 지난 여름의 녹음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산천이 온통 단풍으
로 곱게 물들어지고 있다. 매스컴이 연일 쏟아내는 전국의 단풍 소식이 아니
더라도 캠퍼스 안 눈길이 머무는 곳이면 그 어디든 곱고 화려한 단풍의 계절
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있다.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 잎새 사이, 사이로 형형 색색 고운 빛깔의 단풍들
이 제마다 한껏 치장을 하고 이 가을을 온통 오색 찬란한 아름다음으로 수놓
는 연유는 무엇일까?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학교 길 가로수 단풍
의 곱고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어 일상의 손길을 잠시 놓고 그 찬란한 가을 축
제에 마냥 묻혀 들고 싶어진다. 

한 땀, 한 땀 고운 수를 놓는 여인네의 정성들인 손길에서 이루어진 정교한 
수예작품인들, 화가의 붓길에서 채색되어지는 한 폭의 그 어떤 명화인들, 우
리 하나님의 손길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장엄하고 찬란한 가을 산천의 화폭
을 흉내 낼 수 있을까? 

연구실 화분 속에 담긴 가을 국화에서부터 합신의 캠퍼스에 그려지고 있는 하
나님의 아름다운 가을 화폭, 아니 한국 강산을 온통 휘덮고 있는 하나님의 가
을 화필이 어찌 그리도 장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날마다 더해 가고 있는
가!! 이 가을 유난히도 높고 푸른 하늘과 가이없이 맑고 투명한 가을 공기와 
햇살에 눈이 시리고 가슴이 저려온다. 

푸른 녹색의 식물들이 가을을 맞아 그렇게 곱게 단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
까? 가을의 고운 단풍 속에는 하나님의 창조의 섭리와 생명의 숨결이 살아 생
동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식물의 푸른 잎새들은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
이 되면 녹색인 엽록소의 생성이 멎으면서 강한 자외선에 의해 합성된 엽록소
가 분해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 때 식물의 세포 안에는 추운 겨울 준비를 
위한 당이 증가되며, 이 당이 안토시아닌이란 성분을 합성하여 잎새들을 갖가
지 고운 단풍으로 물들인다고 한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단풍 빛깔이 그렇게도 다르고 고운 이유는 또 무엇일까? 
그것은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과 황색의 카로틴, 크산토필, 갈색의 타닌이 
일부 남아 있는 녹색의 엽록소
의 색소 성분들과 서로 다른 성분 비율로 조화
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합성이 식물 잎새들의 수분과 기
온, 자외선 등 여러 자연 조건들과 연합을 이루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가을 나무가 갖가지 고운 빛깔의 단풍 옷으로 갈아입는 이유로 알려지고 있
다. 

단풍의 또 다른 기능은 1년 동안 축적된 식물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이라
고 한다. 동물과 같은 배설 기관이 없는 식물이 낙엽을 통하여 노폐물을 배출
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 일인가? 단풍의 배설 기능에 관한 자세한 
과정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아마 그 오묘한 식물의 신비는 하
나님의 영원한 생명의 신비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여름철 식물들은 충분한 영양 섭취를 위하여 광합성 작용에 많은 잎새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뜨거운 여름에 모든 식물들에게 녹음의 짙푸
른 잎새 옷을 입히시고 그 잎새들이 생산한 영양분을 식물에게 공급하게 하신
다. 여름의 울창한 녹음의 이유는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자연 세계는 만물
의 성장과 성숙을 위하여 뜨거운 여름 햇살을 필요로 하며, 그 더위 후에 다
가올 풍
요한 결실의 계절 가을을 하나님께서 예비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찬탄을 금치 못하는 고운 단풍의 역할은 식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단풍은 낙엽이 지기 전 일어나는 짧은 기간의 현상으로 
나무의 잎새들은 가을이면 잎 속의 양분을 식물의 겨울 준비를 위하여 줄기
와 뿌리로 보내게 된다. 잎새들은 추운 겨울 식물의 생존을 위하여 자신들이 
가진 영양소를 줄기와 뿌리로 다 보내고 난 후, 정작 자신들은 영양 부족이라
는 희생의 대가(代價)를 치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녹색의 잎새들이 갖가지 
빛깔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변화하며 잎새로서의 수명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식물의 줄기와 뿌리를 살리기 위한 잎새들의 그 희생과 헌신이 얼마나 숭고하
고 아름다운가! 그 잎새들의 희생적 삶이 너무 숭고해서 하나님은 잎새들이 
생명을 마치고 떠나는 마지막 길에 그렇게도 곱고 아름다운 낙엽의 수의(壽
衣)를 지어 입히시는 것일까! 

매년 가을이면 단풍의 아름다움에 취한 사람들이 산천을 누비며 단풍놀이를 
즐기는 동안, 정작 한 생애를 마치는 단풍들은 추운 겨울 식물의 생존을 위
한 처절한 희
생과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 겨울 모진 추위 속에 
의연히 서서 비바람과 차가운 눈보라를 견뎌내야 할 나무와 가지들도 잎새들
과의 서러운 이별에 눈물 어린 결별의 아픔을 치르고 있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1년도 다 못 채운 짧은 생애를 살다 가는 잎새들이 생애 마
지막을 저리도 고운 단풍으로 이 가을을 물들이고 있는데,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지음 받은 사람들은 수십 년의 긴 생애를 살면서 단풍처럼 곱고 아
름답게 삶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한 생애를 마치고 그 생애 마지막
에 입어야 할 우리의 영적 수의(spiritual shroud)도 이 가을의 단풍처럼 그
렇게 곱고 숭고할 수 있을지 깊어 가는 이 가을에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