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의 모퉁이에 서서
최은양_교회문화공동체 매니저
하나님,
소슬한 바람에 어디론가 날아가는 낙엽을 볼 때마다 인생이란 것을 느끼게 되
고 낙엽이 한가득 떨어져 내리는 길 위에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
다. 지난 날 그 푸르름과 풍성함을 과시했던 나뭇잎들은 황색으로 변모해 가
고 있고 조금씩 여운을 남기며 아스팔트 위를 뒹굴고 있는 낙엽들의 숨소리
가 들려오는 이 계절이 점점 깊어져 가고 있어요.
그리운 것은 그리운 채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 채로 시간은 뒤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내일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찬 내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
력 없이는 그 내일이라는 문을 노크할 수 없기에 지금 주어진 작은 일에도 주
저하지 말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삶이 되어야겠습니다. 삶에 대한 진리를 터
득하기에는 아직은 미약한 우리네들이지만 조그마한 씨앗이 자라 작은 묘목
이 되고 커다
란 거목으로 커가듯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나님,
때로는 제 몸에 칼날이 그어지는 것도, 그로 인해 생기는 상처도 겁을 내었어
요. 그러면서도 열매를 얻기를 원했고요. 참 욕심이 많죠? 다른 이들은 모두
힘들게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아가고 있는데 저는 그들보다도 훨씬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한 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답니다. 항상 후회를 하고 반성을 하면서도 새
로운 다짐을 하는 제 자신을 용서해주세요.
사람의 인연은 만나서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도 하지만 사람이 떠나가더라도
추억은 남습니다. 떠나는 사람은 떠나가면서 추억을 그리워할 테고, 또 남아
있는 사람은 남은 대로 추억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자연이란 계절은 다시 돌아와 만나지만 사람은 다시 만나기 힘든 경우가 더
많기에 주어진 순간, 순간의 인연을 소중하게 가꾸며 언제나 조금은 제 자신
에게 손해가 된다 하더라도 조금씩만 양보하고 나눠준다면 마음속에는 여유로
움과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며 “나”라는 제 자신의 존재를 더욱더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
오늘이 가고 내일이 찾아와도 태양은 동쪽에서 뜨고,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항상 제자리를 지킬 것이며 이 지구는 돌 것입니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위
해 항상 높은 이상을 위하여 날았던 `갈매기 조나단’과 언제나 예쁜 꿈만을
생각했던 `어린 왕자’처럼 따스한 맘을 간직하며 삶을 아름답게 살아야겠지
요? 쉼 없이 나아가며 노력하는 종착역에서는 기쁨을 안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