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하게 산 지 얼마나 되었지요?_이강숙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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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하게 산 지 얼마나 되었지요?

이강숙 집사_순천제일교회

6월이 되자 석류꽃이 피고 바다로 향하는 길목마다 접시꽃들이 목을 길게 빼
고 나를 반긴다. 낮 기온은 30도를 치솟고 사람들마다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
고 멋쟁이 여자들은 양산을 들고 다니는 계절이 되었다. 멋진 모자도 한 몫
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면 자주 하게 되는 것이 목욕이
다. 

더위 씻어내는 데는 목욕이 으뜸

땀을 조금만 흘려도 샤워 한번하고 나면 시원하니 자주 드나드는 곳이 목욕
탕인데 어린 시절을 기억 해 보면 등목 한번 하려해도 어두워지거나 아니면 
하수시설이 되어있는 곳을 찾아야 했고 그도 여의치 않으면 좁은 뒤뜰에 가
리개를 세워두고 하곤 했다. 그리고는 이내 방으로 도망가기 바빴다. 그 뿐
인가? 명절을 맞아 때 빼고 광내는 일은 일년 행사에 해당되기도 하고 일부 
부지런한 어머니들은 목욕 비 아끼느라 큰솥에 물을 데워 부엌에서 연중행사
를 치러내곤 하였다. 

지금도 나는 세면대에 치약을 항상 두개를 놓고 쓰게 된다. 하나는 나를 제
외한 식구들이 쓰는 치약이고 또 하나는 계속 눌러서 짜고 또 짜서 써야하
는 자투리 치약이다. 남자들의 손끝은 여자들과 달라 힘은 있으나 손끝이 매
끄럽지 못해 얼마 남지 않은 치약을 꼼꼼히 짜내어 쓰질 못하고 그만 새것
을 꺼내서 쓴다! 그러다 보니 자투리 치약은 일년 내내 내 차지가 되고 만
다. 자투리 비누가 남아도 양파주머니나 빨래판에 붙여서 쓰곤 하는 것은 친
정엄마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배운 행동이다. 

절약이 생활이 되었던 부모 세대들

6~70년대는 절약도 잘하고 저축도 잘하는 시대였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소리
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의 부모들은 알뜰한 생활로 지금의 부와 행복을 물려
주셨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쌀 씻은 물로는 국도 끓이고 소여물 쑬 때 물대
신 쓰기도 하고 걸레를 빨았던 물은 화단에 뿌려주기도 하고 먼지 날까 마당
에 뿌리기도 했다. 요즘처럼 환경오염이 심각하지 않았으므로 비가 내리면 
추녀 밑에 항아리 하나씩 놓아두고 낙숫물을 받아 집안일 할 때 쓰기도 하였
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당
연히 사용하고 있는 싱크대나 가스 렌지 등이 
우리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나를 되짚어 보게 된다. 
나 역시 신혼시절엔 가스 렌지로 시작하질 않았다. 한쪽에는 연탄보일러에 
온수 통이 있었고 조리용으론 석유 곤로를 사용했다. 집안에 행사가 있거나 
며칠을 집을 비울 때면 한 겨울에 외벽에 달려 있던 물통이 꽁꽁 얼어 그걸 
녹이느라 추운 날씨에도 떨면서 밤을 보낸 시절도 있었고 연탄을 갈지 못했
으니 냉방에서 자거나 불타는 연탄을 사러 가야하는 일도 있었다. 

연탄불 꺼뜨리기는 예사였던 시절 

자다 말고 시간 맞추어 연탄 갈러 일어나야 하고 온수 통에 물을 담아두지 
않으면 세수도 찬물로 해야 했다. 그보다 더 오래 전에는 연탄아궁이 옆에 
물독을 하나 묻어두고 더운물을 쓰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 우리 
애들은 아궁이 정도만 민속촌에서 본 것으로 기억하겠지만 방 구들이 어떻
게 생겼는지 장작 때는 아궁이가 어떤 원리로 방을 따듯하게 하는지조차 옛
날이야기처럼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추억 같은 풍경을 그리며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을 이제껏 그렇게 살아온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식부엌으로 바뀌고 가스 렌지를 사용하고 가전제품을 골고루 갖추고 산 세
월을 따져보면 한 20년 안팎의 시간 일 뿐이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다 잊
고 더 많은 편리함만을 찾아 불평과 함께 힘들다는 생각에 더 편안함을 찾는
다. 

지금은 더 편리함만 추구하고 있어

다시 뒤돌아보며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을 생각하고 지금의 현실을 한
번쯤 생각한다면 차로 갈 길을 운동 삼아 걷게 되고 쌀을 씻고 난 뜨물도 활
용해서 쓰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점점 더 더워질 여름, 에어컨 한대가 선풍기 30대를 틀어대는 에너지가 사용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100년만의 여름이라고 가전사 마다 광고에 대대적인 
영업을 벌인 결과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이번 
여름은 냉수샤워로 체온을 내리고 선풍기로 이겨볼 생각이다. 이번 여름을 
선인들의 지혜로 문화혜택을 덜 받고 지내보는 것도 중학생인 두 아들들에
게 극기 훈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꼭 한번 실천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