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함께 가고 싶은 길 _민경희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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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함께 가고 싶은 길

민경희 사모/ 평안교회

“엄마, 오랜만에 영화 한편 보실래요?” 
막내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후로는 같이 TV를 볼 시간도 없어서 “영화는 어
떻게 보는 거니? 엄마는 다 잊어버렸다”고 웃기는 하지만 괜히 심술 할머니
처럼 슬쩍 눈을 흘기기도 했는데, 막내가 ‘노트북’이라는 영화 비디오테이
프를 빌려왔다. 양로원에서 치매 할머니에게 할아버지가 자신의 노트를 꺼내
들고 책을 읽듯 옛날 얘기를 들려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17살 부유한 집안의 딸과,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가난한 집 아들이 여름 휴
가지에서 사랑이 싹이 튼다. 그러나 여자의 부모가 심하게 반대하고, 여자
는 도시의 대학으로 떠난다. 남자는 일년 365통의 편지를 보내지만 여자는 
받지 못한다. 여자는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약혼을 하고… 그저 그런, 게다
가 내가 아는 유명한 배우 한 사람도 나오지 않는 그런 영화다.

“뭐, 좀, 모처럼 보는 영화가 그러네.” 

n괜히 차도 한잔 끓여 오고 물도 마시고 있는데 영화는 흘러, 약혼식을 끝낸 
여자가 신문에서 헤어진 남자 사진을 본다.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새로 
짓다시피 한 집 앞에서 찍은 남자의 사진이었다.

아들이랑 영화를 적당히 보고 앉았다가 “아니? 저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부
부인가보다” 하면서 우린 자세를 조금 고쳐 앉았다. 치매에 걸리고 머리가 
은발이 된 아내가 잠시라도 기억이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수십 번을 되풀이해
서 자신들의 젊은 시절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자녀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인사하듯 하는 엄마 앞에서 자녀들이 말한다. 

“아버지, 이제 포기하세요. 이젠 엄마를 포기하고 저희들에게 오셔요.”

그러나 심장발작을 일으킨 남편이 아내의 병실을 찾고, 침상에 누운 아내가 
남편을 알아보고 함께 눕는다. 둘이 두 손을 마주 잡고 그렇게 잠이 들었
다. 그렇게 둘이 함께 죽음을 맞았다. 영화가 끝났다.

“어~ ! 뭔가 찡~ 한데요?” 
아들이 말했다. 나 역시 오래 전 일이 기억났다. 언니의 친구 할아버지와 할
머니가 그렇게 가셨던 거다. 두 분이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셔서 옷 갈

입고 침대에 누워 주님 안에서 잠이 드셨고 그대로 주님 품으로 돌아가셨
다. 두 분이 자녀 손들을 위해 축복한 모든 기도가 이루어졌으니 이젠 두 사
람을 함께 부르시기를 기도하신다며 놀라지 말고 오히려 기뻐하라고 당부하
셨던 분들이셨다고 한다.

우리 교회는 지난 봄방학에 주일학교 아이들은 교회에서 1박 2일 수련회 때 
MMTIC 청소년 심리검사를 했고, 성도들에게도 MBTI 성격유형심리검사를 모
두 실시했다. 자신의 성격유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부모의 성격
유형에 따라서 자녀양육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다른 성격유형의 자녀들을 어
떻게 이해할 것인지, 다른 성격유형을 가진 부부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방
법을 효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사모님 저희 집 식탁에는 깍두기가 없어요. 동치미가 없어진 지도 오래 됐
고요.”
“왜요? 식구들이 무김치를 싫어해요?” 
운전하던 분과 뒷자리에 앉았던 분이 동시에 깔깔 소리를 내서 웃었다. 나
는 외계인처럼 무슨 말인지 의미를 몰랐고 두 사람은 서로 “아이구 사모
님!” 더 소리를 높여 웃으면서 “우리 집도 그래요”라면서 맞
장구를 쳤
다. 남편이 식사할 때 아작아작 무 씹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란다. 

그때 안타깝던 그 부부들과 영화 마지막 장면의 감동에 대해서, 그리고 심리
검사를 마치고 부부가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교회 게시판에 
광고를 붙였다. 

‘숙제: 영화 <노트북>(비디오)을 보고 감상문을 쓰시오. 구역에서 부부가 
모여서 함께 보세요.’

내가 듣고 싶은 것은 이미 5년 넘게 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기도처럼 “하나
님 아버지. 어떻게 이 사람을 혼자 두고 가지요?” “하나님 아버지. 저 사
람 없이 어떻게 제가 하루라도 혼자 남아 있지요?” 그런 감동적인 말이다.

여행 계획을 세워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
리 나그네 길, 긴 인생 여정을 사랑하는 사람과 의지해서 걸으며 ‘소풍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도 함께 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렇게 기도하는 부부이기를 바라기엔 아직 우리 성도들이 꽤 젊은 모양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