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제복_유화자 교수

0
10

화려한 제복

유화자 교수/ 합신 기독교교육학

제1차 세계 대전 초기에 영국과 불란서의 연합군이 적국인 독일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어느 진영도 전세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공방전을 
한창 벌이던 최전선에서 무슨 연유인지 어느 시점에 영불 연합군이 전투에 밀
리기 시작하면서 연합군에게 패배의 전운이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전투에
서 영불 연합군은 많은 영관급 장교들을 잃게 되었으며, 전세는 돌이킬 수 없
는 사태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결국 제1차 세계 대전 초기에 영불 연합군은 
처절한 패배의 쓴맛을 체험하게 되었다. 

독일군과 팽팽한 막상 막하(neck and neck)의 전투를 벌이며 승리의 가능성
도 기대할 수 있었던 영불 연합군에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하는 주요 원인이었을까? 일단 패배를 인정하며 후퇴할 수밖에 없었
던 연합군은 지휘관들과 군 수뇌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서 패배의 원인을 철
저히 규명하는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군 수뇌들이 
패배의 전세를 돌이켜보
면서 여러 면으로 그 원인을 진단 분석한 결과 그들은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
고 놀라움에 아연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발견한 연합군의 패배 이유는 어떤 군사 전략적 차원의 큰 실수나 요
인이 아니라, 사병들과 현저하게 구별되는 장교들의 ꡐ화려한 제복ꡑ 때문이
었다. 일반 사병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선명하고 화려한 연합군 장교들의 제복
이 적국 독일군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자연히 독일군은 이 전투에서 영
불 연합군의 장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게 되었다. 그 결과 연합군은 이 초
기의 전투에서 군 지휘관들인 많은 유능한 장교들을 일시에 잃게 되는 불행
을 겪으면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사병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장교들의 화려한 제복이 소중한 많은 군지휘관들
을 일시에 잃게 한 치명적 요인임을 뒤늦게 발견한 연합군 지휘부에서는 장교
들의 제복을 사병들과 비슷한 복장으로 바꾸어 쉽게 사병들과 구별되지 않도
록 하는 군 지위 체제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이미 유능하고 소중한 많은 장교
들을 일시에 잃어버린 연합군이 군 지휘관들의 심각한 부족으로 전투와 군 지

휘 체계에 한 동안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일이다. 

적군과 대진하는 치열한 전투에 임하는 장교들이 군 지휘관의 신분을 스스
로 밝히는 그런 화려하고 현란한 제복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과시할 필요가 있
었을까? 물론 장교들 자신이 스스로의 의사와 결정으로 그런 튀는 제복을 입
고 전투에 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엄격한 명령 체제와 규율 속에서 상명하복
의 절대성이 요구되는 군 체제상 장교들의 제복은 상부의 결정에 의한 선택
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화려하게 튀는 제복 때문에 전쟁터에서 제대
로 전투 수행도 못한 채 소중한 생명을 잃어야 했던 많은 장교들의 개인적 불
행과 비극은 누가 책임져야 하며, 그들을 잃은 연합군의 막대한 손실은 어떻
게 만회할 수 있을까?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인간에게 육신의 필요에 의
한 의복의 절대적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죄의 결과로 옷을 입지 않고는 사람
들 앞에 나설 수 없는 수치심이 인간 감성에 깊이 자리하게 되었으며, 또 건
강과 체온 조절을 위해서도 옷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 요소가 되었다. 의복 없
이도 살 수 
있었던 최적의 환경이었던 에덴동산과는 달리 거칠고 황폐한 저주
받은 환경으로 내몰리면서 의복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
다.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는 달리 의복은 이렇게 인간의 범죄에 그 기원
이 있으며, 따라서 의복은 죄의 산물(the product of sin)이라고 할 수 있
다. 

특히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인간의 수치를 가리고 건강 유지에 필요한 의복의 
기본적 존재 목적이 크게 변질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비싼 옷감과 화려한 빛깔, 다양한 디자인 등으로 외양을 치장하면
서 자신의 신분이나 위치, 경제력 등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또 그런 노력 속
에서 자신의 실체(substance)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과대평가 받기를 기대하
고 있다. 이런 인간의 욕구에 상업성(commercialization)과 예술성(artistry)
이라는 요소들이 가세되면서 의복은 그 본래의 존재 의미와 목적에서 멀리 이
탈되어 가고 있다. 

옷은 문자 그대로 의복일 뿐이며, 인간이 입는 의복에 불필요한 많은 의미
를 부여하는 것은 결코 성경적이 아니다. 화려한 의상이나 고가의 의복이 한 
사람의 고매한 인품이나 
교양, 인격을 산출해 내는 자동기계나 요술 상자가 
아니다. 분수에 넘치는 의복으로 자신을 포장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과대평가
를 기대하는 것, 또 그런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옷으로 인생 장난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옷에 대한 이중적 죄를 하나님 앞에서 범하는 행위
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하고 고급스런 제복과 의상으로 굳이 외모를 치장하지 않아도 우리 안
에 하나님이 계시고, 그 하나님의 뜻과 말씀대로 인생을 살려는 겸허하고 진
실한 삶의 자세가 우리에게 있다면 그 내면에서 솟아나는 성실하고 단아한 삶
의 모습이 외형적 복식과는 무관하게 한 사람의 인품과 인격을 아름답게 빛나
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