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도 다르다(8)
유화자 교수/ 합신 기독교교육학
사람들이 하루의 피곤을 접고 휴식의 단 잠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새벽 2시
경 갑자기 누군가가 어느 목사님 댁의 대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목사- – 나
와라. 할말이 있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었다. 요란하게 흔들
어대는 대문 소리와 고함 소리에 새벽 정적에 묻혀 곤히 잠들어 있던 동네 사
람들까지 단 잠을 깨웠다.
목사님은 힘센 발길질에 덜커덩거리는 대문 소리와 취객인 듯한 탁한 음성
의 고함소리를 듣고 있다가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가족들을 안심시킨 뒤 대문
을 향하였다. “이 밤중에 누구일까? 무슨 일 때문일까?”라는 궁금증과 함
께 인간적인 두려움이 몰려오는 것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마음속으로 하나님
께 짧은 기도를 드렸다.
목사님이 대문을 열고 보니 거기에는 만취상태인 건장한 체구의 한 남자가
무너지듯이 대문 옆에 쓰러지는 것이었다. 목사님이 몸을 흔들어 대면서 일어
나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
도 만취상태인 이 남자는 지독한 술 냄새를 풍기면
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짐승 울음소리 같은 신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가족들
을 불러서 거구의 무거운 취객을 안방으로 데려간 이 목사님은 꿀물을 타서
그에게 먹이고 편안히 눕게 한 후 얼마동안의 안정 시간을 갖도록 하였다.
“맞습니다. 제가 목사인데 잘 오셨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말씀
을 하시지요.” 긴 침묵이 흐른 뒤 눈물과 콧물을 함께 쏟으며 반 울음 섞인
소리로 절규하듯 쏟아 놓은 이 남자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이 사람은 남자 형제만 둘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바로 아래의 동생과
는 어린 시절 한동안 잘 지냈는데 이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문제
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큰 아들인 이 형도 공부를 잘하였는데 동생이 초등
학교에 입학하면서 형보다 학업 성적이 더 우수하였다. 그 때부터 부모님은
이 큰 아들을 동생과 비교하면서 “형이 왜 동생보다 공부를 못하느냐?”는
질책이 시작되었고, 이 형은 매사에 동생과 비교를 당하면서 계속 꾸지람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장남이 동생들보다 더 명석
하고 동생들에 대하여 주도
권을 가지기 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마음이겠지만 형이라고 누구나 모든 일에
동생들보다 월등해야 한다는 인생의 철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현실적으
로 그렇게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 사람은 부모의 질책과 동생의 우월성에 밀리면서도 잘 하려고 긴장하며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그럴수록 불안감과 초조감이 앞서고 기대만큼의 효과
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부모님은 이런 큰 아들에게 실망하여 점점 두 아들
을 차별하게 되었다. 동생은 부모의 격려와 사랑, 또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
다는 자신감 속에서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으며 혼인하여
부모가 자랑할 만한 위치에 있다고 하였다.
부모의 충분한 사랑과 격려, 인정을 받지 못한 이 사람은 외롭고 힘겨운 사
춘기를 보내게 되었으며, 그 후 삶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잃고 절망의 늪
에 빠지게 되었다. 자신에 대한 부모들의 부정적인 언행과 자신 안에 깊이 새
겨진 부정적인 자아상(The Negative Self-Image)을 씻고 인생을 새롭게 출발
하려는 시도를 무수히 하였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살아갈 의욕과 용기
를 상
실한 이 사람은 여러 번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였으며 그런 속에서 목사
님을 한번 뵙고 싶은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게 되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술에 취하여 밤중에 큰 무례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목사님은 이 남자 분이 먼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푹
쉰 후 밝은 아침에 다시 이야 하자는 위로의 말을 남기고 조용히 방문을 나셨
다. 그러나 그 후 이 남자를 다시 볼 수 없었으며, 얼마 후 자살한 한 남자
의 호주머니에서 이 교회의 주보가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말
았다.
무엇이 건강하고 성실하게 인생을 살 수 있었던 한 남자의 일생을 이렇게 비
참하게 마감하게 하였는가?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는 비교교육의 독성(The
Poison of Comparative Education)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인간은 절대로 비교의 대상이 아니며 자녀는 결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린 아기로 이 땅위에 태어난 자녀가 성장하여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한시
적인 양육의 책임을 하나님께로부터 위임받은 사람이 부모일 뿐이다.
사람마다 그 개인 특유의 고유성(Uniqueness)이 있으며 일란성
쌍생아도 결
코 동일하지 않다. 인간의 이 고유성은 하나님의 전능하심(The Omnipotence
of God)과 절대성(The Absoluteness of God)을 나타내는 하나님의 속성의 일
부분이다. 하나님께서 외모, 성격, 능력, 지능지수, 감성, 취향, 장단점 등
모두를 다양하게 만드신 사람을 인간이 왜, 무슨 권리로 서로를 비교하면서
우열을 가려야 한다는 말인가?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 교육에 전념하는 교사들, 사람을 대상으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인간 영혼 구원을 위하여 사역하는 크리스천 리더들은 이런 슬
프고 안타까운 사람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고유성(The Uniqueness of Human Being)과 다양성(Variety)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깊이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