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_유화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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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유화자 교수/ 합신 기독교교육학

며칠 전 학교식당에서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게 되었다. 식당에서 수고하시
는 권사님들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삼계탕은 여느 때라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터인데 그 날은 그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서 식사를 하다 그
만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 날 따라 이른 아침부터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였
고 생전의 불효 때문에 가슴이 아팠었는데 학교식당에서 삼계탕이 점심으로 
제공되었던 것이다. 

자녀들은 여러 면에서 부모를 닮는다고 한다. 필자의 어머니는 생전에 거의 
육식을 안 하신 분으로 삼계탕이나 백숙을 잡수시는 것이 유일한 육식이었
다. 이런 생전의 어머님의 식성을 필자는 완벽할 만큼 닮았었다. 

방학이라 텅 빈 교수식당에서 혼자 점심식사를 하려다 맛있는 삼계탕 때문
에 어머니 생각과 생전의 불효에 목이 메어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음식에 거의 손을 못 댄 채 식당을 나오면서 젊어서부터 우리 형제들을 기르
시느라 한평생 고생
하신 어머님에 대한 많은 기억들이 회상되었다. 

왜 자신은 부모님이 생존해 계실 때 그분들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돌아
가신 다음 뒤늦게 이렇게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가?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을 
왜 적절한 때에 알지 못하고 그분들의 마음을 괴롭게 하면서 큰 아픔을 부모
님 가슴에 안겨 드렸을까? 가슴을 에이는 것 같은 후회와 회한으로 그 날 필
자는 오후 내내 연구실에서 눈물을 쏟아야 했다. 

자신과 생전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돌이켜 보면, 어머니는 필자의 어머니라
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일평생 나에게 베푸시는 삶만을 사셨고, 필자는 그 분
의 딸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어머니의 끝이 없는 사랑과 헌신 등 모든 것을 받
는 삶만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자신도 남들처럼 어머님께 잘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과 죄책감에 효도의 결심을 해 보기도 하였지만 오랜 세
월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공부하는 학생으로 살아 왔고, 10년이 훨씬 넘는 
긴 유학시절은 가난의 극치였던 시간들이어서 어머님께 오히려 부담만 안겨드
렸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면 여러 면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보았지만 유학
시절이나 귀국 후의 상황이 현실적으로 별로 달라 진 것이 
없어서 필자의 불효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계속되었다. 

이런 어머니에 대한 불효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사는 필자는 어머니와 같은 
식성 때문에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대할 때면 편안하고 쉽게 먹을 수 없는 
아픔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이런 불효의 아픔은 그 날 필자에게 여러 가지를 생
각하게 하였다. 자신은 과연 돌아가신 육신의 부모에게만 불효를 한 것일까? 
지금 내 인생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 아버지께는 제대로 효도의 삶을 살아가
고 있는가? 하나님께 향하는 자신의 효도에 생각이 미치자 몇 주 전 청년부 
예배시간에 전한 이사야서 1장 2-5절 말씀이 떠올랐다.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자식
을 양육하였거늘 그들이 나를 거역하였도다.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주
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 도
다. 슬프다 범죄한 나라요 허물진 백성이요 행악의 종자요 행위가 부패한 자
식이로다. 그들이 여호와를 버리며 이스라
엘의 거룩한 자를 만홀히 여겨 멀리
하고 물러갔도다.” 

하나님을 향한 이스라엘의 불효가 얼마나 극심하였으면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향하여 통곡이라도 하시듯 이렇게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하고 계시는 것
일까? 우리는 이사야서의 이 말씀을 수 천 년 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신 
하나님의 역사적 말씀으로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하나님은 나의 삶과 인
생, 아니 우리 모두의 인생과 삶을 지켜보시면서 동일한 아픔과 안타까움을 
지금 이 시간 우리에게 호소하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 

물론 성경말씀의 역사적 실존성을 우리는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성경은 단
순히 과거의 역사적 실존만을 우리에게 알려 주시기 위한 책이 아니라 그 역
사적 사실 속에 담긴 중요한 현재적 교훈을 우리에게 제시하시고 있다. 그래
서 성경은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영원한 우리의 인생 교과서라 하지 않
는가. 

육신의 부모에 대한 불효도 막급한데, 인생의 주인이시요 우주와 역사의 주
관자이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 향하는 내 자신의 불효는 어떠하며 또 그 불
효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어머님과 연관된 식사로 야기된 인간
적 아픔과 회한
이 자신의 영적 삶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돌이켜 보고 점검해 보는 중요한 계
기를 마련해 주었다. 

육신에 몸담고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육신의 부모를 주안에서 
순종하고 섬기는 일과, 우리의 영적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효도하는 삶으로 
그 분을 기쁘시고 영화롭게 하여 드려야 할 인생의 소중한 책임과 의무를 지
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가 이 의무와 책임에 충실하면서 그 분이 예비하
신 영육의 복된 삶을 이 땅 위에서 누리기를 지금도 간절히 소원하고 계실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