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자교수의 원천골 편지| 인생의 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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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자교수의 원천골 편지

인생의 건망증 

유화자(합신 기독교교육학 교수) 

서울의 어느 대학교에서 일생 교수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어느 노교수님의 노
년의 삶을 보고 들으면서 많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이 교수님은 재직 시절 실력과 신실한 인품을 겸비한 분으로 학생들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그의 삶과 가르침 속에서 많은 학생들과 젊은
이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였던 분이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퇴임 후 부인을 잃
고 오랫동안 혼자 살면서 인생 마지막 무렵에 건망증, 곧 오늘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극심한 노인성 치매를 앓게 되었는데 그 정도가 아주 심각하였다. 

다행히 경제적으로는 노후 대책이 되어 있어서 간병인을 둘 수 있었지만, 그
러나 문제는 이 교수님이 겪는 치매 과정 속에서 재직 시절 그가 보여주었던 
인격이나 품위를 잃고 본능적이며 원초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인간상을 적나라
하게 드러내게 된 것이다. 

재직 시절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많
은 제자들이 이 노 스승님을 자주 방문하
게 되었는데, 그들은 이 교수님의 망가지고 일그러진 삶의 모습과 간병인에게
까지 무시와 천대를 받는 삶을 지켜보면서 많이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하였
다. 

유능한 학자와 훌륭한 인격으로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었던 젊은 시절의 그 
교수님의 모습을 이 노년의 교수님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는데, 무엇
이 이 교수님을 그렇게도 초라하고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주위 사람들을 몹시 
안타깝고 슬프게 하였다. 

물론 그 직접적인 이유는 기억력 상실로 자신을 통제하고 절제할 수 있는 능
력을 상실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건망증, 곧 심각한 치매 현상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이런 노인성 건망증과 치매 현상은 비단 이 노교수님에게만 해당
되는 상황이 아니라, 오늘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만큼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이슈(issue)로 부각되고 있다. 

건망증이나 치매가 아니어도 노년기에 접어들면 신체적 쇠진과 여러 질병으
로 고통스러운 인생 말기를 보내게 되는데 치매까지 인생 노년기에 앓아야 한
다는 것은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까지 심한 고통과 
아픔을 겪게 하는 
질병이다. 

왜 누구도 원치 않는 건망증과 치매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건망증과 치매 현상은 노인들에게만 오는 것일까? 젊은이들과는 무관한 것일
까?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중요한 어떤 인생 치매에 걸
려 있지는 않는가? 등 건망증과 치매에 관련된 여러 질문들이 이 노교수님의 
불행한 노년기를 보면서 가슴속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의 인생 교과서(The Textbook of Life)이며 인생 대백과사전(The 
Encyclopedia of Life)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은 지구 위의 모든 사람들이 기
억해야 할 인생의 대 명제 곧, 절대로 인생치매에 걸리지 말아야 할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제시하시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신
이 누구인지 자신의 신분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존재하는 자존적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분의 뜻과 영
광을 위하여 이 땅위에 보내신 존재라는 자신의 존재 목적과 신분에 대한 분
명한 인식 속에서 인생을 살아야 한다. 세상에서도 신분을 모르고 덤비는 사
람을 주제파악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
다. 자신 인생의 주제파악을 바르게 하
고 사는 삶은 자신과 이웃, 하나님께 기쁨과 영광을 드리는 축복의 삶이 된
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남녀 노소 인종에 구별 없이 누구나 사소한 일이나 중
요한 일들을 잊어버리고 살아갈 때가 있다. 때로는 그 망각이나 치매의 대상
이 너무 중요하여 큰 낭패를 겪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생 여정에서 그런 
일시적인 망각과 치매는 우리 인생의 성패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건망증에 대하여는 대단한 관심과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정작 인생 최대의 중요한 사실은 잊어버린 채 기억
하지도 못하고 또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인생치매상태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과 사명을 부여받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신들
의 영적 건망증이나 치매 상태를 때때로 점검하면서 살아야 함은 물론, 깊은 
인생의 치매 속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인생의 방향도 모른 채 살아
가고 있는 이 시대 사람들의 인생 건망증과 치매를 하나님의 능력으로 치유
해 주어야 할 대행자의 책임
을 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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