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삶
| 조석민 목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교수 |
“위장된 거짓된 삶으론 행복 맛볼 수 없어”
예수께서 당시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가면을 쓰고 거짓으로 행하고 말하
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향하여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
들이여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되 그 안에는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하게
하는도다. 눈 먼 바리새인이여 너는 먼저 안을 깨끗이 하라 그리하면 겉도
깨끗하리라”(마 23:25-26)고 꾸짖으셨다.
탐욕은 부패한 지도자의 척도
오늘날도 세상의 정치 경제 지도자들과 종교, 특히 교회의 지도자들이 세상
적인 특권에 너무 젖어 살면서 자신을 망각하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듯하
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경건을 가르치며 자신은 이미 경건한 사람이 된 것으
로 착각하며, 자신이 생각하고 계획한 것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라
고 확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세상 지도자들도 자신이 지도자의 위치
에
있을 때 큰 업적을 자기의 이름으로 남기려고 발버둥치며 사람들을 향하
여 진실을 감추며 위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통계 숫자를 제시하며 국민들로 하여금 무지갯
빛 소망을 꿈꾸게 하는 책임자들은 그 숫자를 진실로 믿고 있는 것일까? 최
근에 부도 위기를 맞이한 성원건설은 법정관리, 즉 기업회생절차를 공식적으
로 신청했다. 이로 인하여 중소형 건설업체의 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걱정하던 한국 경제의 실상이 수면 위에 떠오른 것
같아서 불안한 상황이다.
이미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대략 12만여 가구라는 통계 수치가 발표되며 이
런 상황은 올해 들어 계속 증가 추세에 있어서 건설 업체들을 더욱 압박하
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가격과 땅 값의 하락만 막으면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빗나가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하락을 막
기 위한 정부의 막대한 금융방출 정책은 물가의 불안 요인을 키우기에 통화
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금리 인상의 필요를 암시했던 한국은행 총재
는 결국 자신의 판단을 의지적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게 되었
다. 우리 경제 상황에서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일자리 창출을 슬로건처럼 내놓은 정부의 계획과 통계청의 발표는 숫자상으
로 실업률(失業率)이 점차 감소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통계청의 실업률
통계가 실제 고용 상태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 온 단
체들은 이에 대한 보완으로 실질실업률을 계산하여 발표하고 있다. 실업자
가 계속 증가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실질실업자의 경우 이미 4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소식이다.
4대강 사업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특히 일자리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아직도 일자리가 없어서 헤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不知其數)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된 진실은 무엇일까? 지금 4대강
은 공사판으로 모든 물과 자연이 죽어 가고 있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
가?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3월 12일
밝혔다. 진실을 잠시 숨길 수 있지만 그것은 정말 시간 문제일 뿐이
다. 시간
이 지나면 거짓된 일들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거짓으로 인한 대가는 오랜
기간 동안 눈물을 삼키며 어렵사리 되갚아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의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이 진실 공방에서 어떻게
끝날지 아직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3월 11일 한명숙 전 총리의 2차 공판
법정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 이유는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보거나 그것을 챙기는 것을 직접 목격하
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겠지만 그 결
과가 매우 궁금하다. 과연 누가 거짓의 가면을 쓰고 말하고 있는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분명히 밝혀 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진실 공방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요즈음에 우리와 종교가 다르지만 맑
고 깨끗한 삶을 살아온 법정 스님이 지난 3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법정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며 일체의 장례의식
을 거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법정의 대표 산문집 <무소유>는 179쇄
를 거듭한 우리 시대 최고의 스테디셀러(steady seller)가 되었지만, 이 책
뿐 아니라 자신의 모
든 책을 절판하라고 유언했다는 것이다. 무소유의 유산
을 남기길 소원한 것이리라.
우리와 종교가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거나 불필요한 비판을 해서
는 안 될 것이다. 우리에게 거짓 없는 진실한 삶은 이 세상에서 불가능한 것
일까?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 수 없다는 논리로 만족해야하는 것일까? 털어
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적당히 살면 되는 것일까? 우리의 삶
을 돌아보며 하나님 앞에서 참된 모습으로 꾸밈없이 매일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거짓의 껍질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것은 그렇게 쉬
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진실로 위장된 거짓된 삶이 행복을 맛볼 수 없
게 한다면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마땅할 것이
다. 참된 기쁨은 진실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지도자가 되어서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을 들먹거리고 자신의 의도를
숨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며 반대하는 일을 추진하는 어리석음은 버려
야 할 것이다. 예수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향하여 꾸짖으신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되 그 안에는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하다.
너는 먼저
안을 깨끗이 하라 그리하면 겉도 깨끗하리라”는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보
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참된 기쁨은 참된 진실의 열매
하나님의 말씀을 진리로 믿고 따라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거짓의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맑고 깨끗한 삶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