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입_조병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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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의 목회편지(99)_딤전 5:18

소의 입

조병수 교수_합신 신약신학

터부(taboo)는 교회에도 있다. 요즘 들어 교회에는 말해서 안될 금기사항들
이 더 많이 늘어나는 듯이 보인다. 어떤 교인에게 그의 자녀들이 학교생활이
나 결혼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은 일종의 금기이다. 어떤 여신자
에게 그녀의 남편이 사회생활에서 성도로서 품위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지 물어보는 것은 더욱 큰 실례이다. 
금기사항들 늘어나는 추세

심지어 교회의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에게 규칙적으로 성경을 읽는지, 기
도생활을 잘하는지, 신자의 이런 가장 기초적인 삶에 관해서 물어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신자들의 세계에 숨기고 감추는 것이 더 많아지고, 그러
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나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점점 더 부담스럽
게 여겨진다.
교회에서 말해서는 안될 금기사항 가운데 가장 큰 것 하나는 목회자의 생활
비에 관한 것이리라. 사실 이것은 터부 중의 터부이다. 목회자의 생활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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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되는지 아는 신자는 흔하지 않다. 게다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
는 신자는 겨우 손꼽을 정도이다. 목회자의 경제생활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때때로 성도들은 목회자가 알아서 잘 살겠거니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께서 목회자의 먹고 마시는 것을 어련히 책임져주시지 
않겠냐는 막연한 확신이 신자들을 붙잡고 있다. 그리고는 애써 이런 문제를 
자신의 관심 밖으로 내몰아버린다. 놀랍게도 신자들 가운데는 목회자의 경제
적인 삶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마치 무슨 불경죄라도 짓는 것으로 여
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목회자의 생활비는 반드시 꺼내놔야 할 화제이다. 이 문제를 다루기
에 앞서 먼저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목회자가 물질에 대한 자세를 분명
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들이 목회자의 생활비에 너무 무심한 것도 문제
이지만 목회자가 자신의 생활비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이
다.
목회자는 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많은 경우에 이것이 목회자
의 품위를 결정한다. 우리는 많은 목회자들이 물질적인 분수를 넘어섬으로
써 그 동안 쌓아온 인격과 권
위와 존경을 한꺼번에 허물어버리는 것을 자주 
본다. 그래서 물질에 대한 욕심은 목회자가 일생동안 싸워야 할 최대의 적이
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목회자의 생활비는 누구나 말하기 싫어하지만 누군가가 끄집어내야 
할 주제이다. 경제적인 결핍상태 때문에 제대로 목회하기 어려운 목회자로부
터 심지어는 삶을 영위하기조차 힘든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 담임목회자에
서 부교역자로 눈을 돌리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사실 이것은 교회
의 규모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성도의 의식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이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데는 목회자의 생활비에 대한 
신자들의 무관심이 큰 몫을 차지한다. 게다가 요즘 신자들은 너무나도 이기
적이고 비희생적이어서 목회자로부터 영적인 유익을 챙기려고 할 뿐 물질로 
참여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목회자가 좀더 적은 생활비로 살
면 살수록 더욱 경건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성도들이 있다는 사실에 실소
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것은 신자들의 신앙성숙도 문
제인 것 같다. 
사도 바울은 이 문제를 쉬쉬
하며 감추기보다는 솔직하게 양성화시켰다. 사
도 바울에 의하면 목회자를 존경한다면 물질로 그 존경심을 표시하라는 것이
다. 곡식을 밟아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면 안되듯이, 일꾼이 그 삯을 받
는 것이 마땅한 것처럼, 목회자가 목회하기에 충분한 생활비를 받는 것은 당
연한 일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도 바울은 물질에 마음을 뺏긴 염치없는 사람이었는가? 
그러면 똑같은 말을 하시며(마 10:10), 더 분명하게 “복음 전하는 자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고전 9:14)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목회자 생활 지지는 교회의 몫

자기를 위해 물질에 욕심을 내는 목회자도 문제이거니와 목회자에 대하여 
물질에 야박한 교회도 문제이다. 목회자만 먹여 살리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목회자도 먹여 살리지 못하는 교회가 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요즘 세대에는 목회자의 입이 소의 입보다도 못한 것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