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71)
성속(聖俗)
조병수 교수|합신 구약신학
성속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적인 것이다. 본래부터 속된 것은 없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모두 선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하
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다”(딤전 4:4). 하나님이 창조하셨기 때문에
빛도 선하며 어둠도 선하다.
“나는 빛도 짓고 어둠도 창조하며 나는 평안도 짓고 환난도 창조하나니 나
는 여호와라 이 모든 일을 행하는 자니라”(사 45:7). 빛과 어둠이 선하냐
그렇지 않느냐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 하나님의 은총 아래
있으면 빛이 선한 것처럼 어둠도 선하지만, 하나님을 떠나면 어둠뿐 아니라
빛도 악한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성속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적인
것이다.
거룩과 속됨의 기준은 하나님
성속은 관계적인 것이라고 할 때,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의
지이다. 하나님께서 성과 속을 나누셨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가리켜 거룩하
다고 하시면 거룩한 것이며, 속되다고 하시면 속된 것이다 (레 11장). 성속
은 하나님에 의하여 결정된다. 성속에 대한 하나님의 결정은 사람에게 단지
순종을 요구한다.
사람은 성속에 대한 하나님의 결정 앞에서 오직 순종해야 한다. 사람은 하나
님의 뜻에 순종하기 때문에 비록 어떤 것이 본질적으로는 속된 것이 아니더
라도 하나님께서 속되다고 하시면 속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은 사물의 본질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런 것
이다. 사람에게 속된 것으로 여겨지던 것이라도 하나님께서 다시 거룩하다
하시면 거룩한 것으로 여겨진다.
성스러움은 하나님께서 인정하신 것
예를 들어 사도 베드로가 고넬료의 초청을 받기 전에 본 환상은 이 사실을
분명하게 일러준다. 사도 베드로는 하늘에서 내려온 보자기 같은 그릇에 각
색 네 발 가진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들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는
속되고 깨끗지 아니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사도 베드로에게 임한
소리는 간단하였다.
“하나님께서 깨끗케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행 10:15). 성속
을 결정하는
것은 하나님이시다. 성속은 사물의 본질에서가 아니라 하나님과
의 관계에서 이해된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하나님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뜻을 잘 이해한다. 그는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서 온 것임을 믿는
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사
람은 모든 것을 거룩하게 여긴다. 이것은 사도 바울이 음식물과 관련하여 앞
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식물은 깨끗하다”(막
7:19)고 가르치신 교훈을 명확하게 재현하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하나님을
가까이 하는 자에게는 모든 음식이 거룩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선이어야
사도 바울은 하나님과 가까이 있는 삶의 표식을 말씀과 기도라고 생각하였
다.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니라.” 말씀과 기도는 하나님
과 사람의 친밀한 관계와 밀접한 연결을 의미한다. 물론 이 둘은 방향이 서
로 다르다. 말씀이란 하나님이 사람에게 오시는 것이며, 기도란 사람이 하나
님께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씀은 사람에게 하나님의 생각을 표현하며, 기도는 하나님께 사람
의 생각
을 표현한다. 말씀으로 사람은 하나님을 받아들이며, 기도로 하나님은 사람
을 받아들인다. 비록 말씀과 기도가 서로 방향이 다르다 할지라도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와 연결을 의미한다는 사실에서는 공통된다.
이렇게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께 연결된 사람은 하나님의 의지를 분명하게 파
악한다. 하나님께서 만물을 선하게 창조하신 뜻을, 하나님께서 성속을 구별
하신 뜻을, 하나님께서 속되다 하신 것을 다시 거룩하다 하시는 뜻을 깨닫는
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행하시는 바탕에는 순종에 대한 요구가 있다.
하나님의 결정 순종해야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기에 밝음(평안)에도 어둠(환난)에도 순종할 수 있는
지, 하나님께서 구별하셨기에 거룩하다 하신 것과 속되다 하신 것에 순종할
수 있는지, 하나님께서 변경하셨기에 속된 것을 다시 거룩한 것으로 받을
수 있는지. 말씀과 기도로 사는 사람은 하나님의 뜻을 파악하기 때문에 하나
님께 철저하게 순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