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64)-경건의 비밀(딤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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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전 3:16) 경건의 비밀

조병수 교수/ 합신 신약신학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국가의 수반이 권위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아
버지가 권위를 상실한 것처럼 위험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권위는 모든 권
위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친구로서의 아버지 모습이 크게 부각되어 
자녀들이 별 무리 없이 아버지와 좋은 사이를 이룬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녀에게 친근하게 적응하려는 긍정적인 노력의 반대쪽에
서는 자녀가 아버지에게 아무런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그래서 결국은 아버지
의 권위가 실추되는 흉측한 현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버지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희롱의 대상
일 뿐이다. 

오늘날 하나님에 대한 성도들의 태도도 이런 현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다. 하나님을 복의 근원으로 믿고 있는 동안 하나님이 벌을 내릴 수도 있는 
분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혀지고 만다. 그래서 성도들은 하나님께 복을 따내
기 위해서 온갖 
투정과 때로는 사탕발린 말을 늘어놓다가 경건한 삶이 부족하
여 하나님으로부터 작은 책망이라도 받으면 금새 신앙의 길에서 이탈해버린
다.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으면 진정한 경건이란 성립될 수가 없다. 했던 말
을 또 하는 것 같지만, 진정한 경건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에서부터 시작
한다. 하나님은 분명히 우리에게 친근하신 분이시다. 그러나 하나님의 친하심
은 언제나 두려움을 전제로 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건은 두려운 하나님 앞에 서있다는 경외심의 구체적인 표
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이 “경건의 비밀”이라고 말했을 때 아마도 이
런 생각을 품고 있지 않았을까. 그가 바로 앞 절에서 교회에 관하여 설명하면
서 “살아 계신 하나님”이라는 말을 쓴 것을 볼 때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실
제로 사도 바울은 살아 계신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의식을 단 한번
도 잃어버린 적이 없다. 

바울은 살아 계신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으로부터 경건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건이 언제나 비밀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의 입에서 “경건의 
비밀이 크다”는 말이 흘러나온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도 바울은 경건
의 비밀을 알고 있었으므로 항상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이런 경건의 비밀이 신앙고백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
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경건이 천국의 비밀처럼 진하게 농축되고 고도
로 심화되는 것은 깊고 진한 신앙고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
은 본문에서 구조적으로 볼 때 여섯 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진 정말로 정교한 
신앙고백을 진술하고 있다.

육체로 나타나심, 영으로 의롭다 받으심, 천사들에게 보이심, 민족들 가운
데 전파되심, 세상에서 믿어짐, 영광으로 올려지심. 이 항목들 가운데 어떤 
것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분명한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별 
말을 다 동원해도 선명하게 깨달아지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런 항목은 하나님
의 세계에 대한 사도 바울의 이해가 얼마나 오묘한 것인지 알려준다. 

어쨌든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도 바울에 의하면 경건의 비밀과 신앙
고백 사이에 끊을 수 없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정
교하고 선명한 신앙고백은 깊고 진한 경건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후에 사
도 
바울이 경건은 모양이 아니라 능력이라고 말할 때 (딤후 3:5) 신앙고백에 바
탕을 둔 경건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신앙고백이 있고야 비로소 경
건의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정확한 신앙고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신앙
고백을 따라 활력 있게 살지 않으면서 경건과 경건의 비밀을 운운하는 것은 
얼마나 허탄한 일인가. 

참으로 두려운 것은 경건과 경건의 비밀이 상실된 것이며, 더욱더 두려운 
것은 신앙고백이 부재하고 신앙고백을 따르는 삶이 실천되지 않는 것이다. 오
늘날 우리가 살아 계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경외심을 가지고 회복하기 위해
서 몸부림쳐야 할 것은 경건과 경건의 비밀이며, 신앙고백과 신앙고백을 따르
는 삶이다. 지금 우리가 입을 열어 경건의 비밀이 크다고 말할 수 없다면 우
리는 이 길에서 모든 것을 잃은 것이며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