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制度)속에 갇혀있는 사람들
송영찬 국장 dan7777@dreamwiz.com
바울에게 있어 가장 경이로운 사건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다메섹에서 만난
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바울은 자신의 의를 추구함에 있어 자신의 신뢰
의 근거를 모세의 율법과 성전 의식에 대한 순종하는 것에 두었다. 그러나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은 이후에야 비로소 율법과 성전 의식은 그리
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완성되었으며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대신되었다는
복음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바울에게 있어 십자가 사건은 다메섹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생생한 역사였다. 심지어 바울은 이 십자가 사건에 대하여 더 많은 정
보를 얻기 위해 예루살렘에 가서 베드로와 야고보를 찾아갈 정도였다(갈
1:18-19). 그만큼 바울에게 있어서 십자가 사건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계
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
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
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
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는 바울의 고백에서 이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고백이야말로 바울이 갈라디아 교회에 전파한 복음
의 핵심이었다.
때문에 바울은 그리스도를 가리켜 ‘하나님 곧 우리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
악한 세대에서 우리를 건지시려고 우리 죄를 위하여 자기 몸을 (십자가에)
드리신 분’(갈 1:4)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바울이 전한 복음의 본질이었
다. 그러므로 이 복음 외에 다른 어떤 것도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한다.
심지어 율법까지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대신되었기 때문에 십자가가 아니고
서는 ‘하나님의 의’를 구현할 수 없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제도 속에 갇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신자들에게
형식적 신앙 생활을 강요하고 있으며 십자가의 복음 외에 다른 길이 있는 것
처럼 주장하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무엇이 진정한 복음의 길이며 신앙의 자
태인가에 대해서는 비겁하게도 입을 다물고 있다.
신자들에게 있어서는 ‘나를 사
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
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다. 신자들에
게 이 믿음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하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