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띠 두르면 달라지나요? _송영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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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띠 두르면 달라지나요?

송영찬 국장 dan7777@dreamwiz.com

하나님의 말씀이 온 유대와 갈릴리와 사마리아를 거쳐 이방 여러 곳에 전파
되고 있을 무렵 예루살렘 교회는 박해를 받게 되었다. 이 박해는 예전에 유
대인들에 의해 주도된 종교적인 박해가 아닌 정치적인 박해였다. 당시 유대
를 관장했던 헤롯왕이 교회를 핍박하여 요한의 형제 야고보를 칼로 죽이는 
한편 베드로를 옥에 가두고 때를 보아 죽이려고 하는 위협이 교회에 임하게 
되었던 것이다(행 12:1).

여기에 등장하고 있는 헤롯왕(Herod the king)은 간사하고 잔인한 헤롯 아그
립바 1세(Herod Agrippa I, AD 37-44년)였다. 그는 로마의 갈리우스 황제로
부터 유대와 사마리아의 왕으로 임명되어 부임해 왔었다. 비열한 헤롯 아그
립바는 자기의 정치적인 생명을 연장하고 유대 백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하
여 유대인들의 미움을 사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았
다.

처음에는 기독교가 유대교와 달리 사회적으로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헤롯
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기독교가 유대교와는 구별되었고 사회적으로
도 그들의 존재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에 헤롯이 자기의 정치적
인 희생양으로 기독교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그럴듯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
다. 

마침 이때가 무교절이기 때문에 많은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 모일 것을 알
고 효과를 최대로 나타내기 위하여 기독교의 총수라고 할만한 베드로를 처
형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결론이었다. 그리고 유월절 후에 백성들 앞에
서 베드로를 처형한다면 유대인들로부터 크게 환심을 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행 12:3-4).

반면에 교회는 심히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교회의 기둥이 되는 야고보
가 처형당했고 베드로가 옥에 갇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의 힘과 지혜로
는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없음을 직감하고 큰 위기 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교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하나님께 이러한 어려움 속에
서 교회를 보전해 주실 것을 탄원할 수밖에 없었다(행 12:5).

누가 보더라도 희망은 사라지고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처럼 짙게 드리
울 때 기도나 
하는 일은 시간을 낭비하거나 무력한 일이라고 자조할 수 있
다. 대신에 가능한 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베드로를 구출해 내
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더욱이 요즘같이 사회 참여 문제가 극단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때에는 교회가 사회 정의를 위해 무언가 힘을 과시해야 한다
는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나 예루살렘 교회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을 택했다. 가장 무력한 방법 
같이 보이지만 사람의 생명을 보존하시는 하나님께 의탁하는 것이 가장 확실
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교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기
도라고 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길거
리로 뛰쳐나간다면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