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정치적, 이념적 사랑 초월해야_송영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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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정치적, 이념적 사랑 초월해야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우리나라에 체류중인 조선족 동포들이 갑자기 살아오던 삶의 터전들로부터 불
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추방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들은 1-2년 아니면 
수년을 우리가 외면해 왔던 힘들고 어려운 직종에서 대부분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해 왔었다. 하루아침에 삶터를 포기하고 되돌아가야 할 그들의 처지도 
그렇거니와 오랫동안 그들의 노동력에 의존해 왔던 생산 현장에서도 노동력 
공백화로 사업체들 역시 차질을 빗게 되었다.

어찌 보면 법의 규정에 따라 불법 체류자들을 강제 송환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수긍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수년동안 우리 사회는 그
들로부터 값싼 노동력을 제공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지
금까지는 이러한 이유로 불법 체류 사실을 묵인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강제
로 추방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코 우리 동포들에 대한 바른 자세가 아니라 여
겨진다.

더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조선족 동포들말고도 유럽, 미주, 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들어 온 불법 체류자들과 취업자들도 적지 않은데 유독 조선족 동포
들에 대해서만 강제 추방하겠다고 한다는 점이다. 영어권 출신의 불법 체류
자들이 버젓이 학원 강사로 취업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
다. 그런데도 이번 조치는 유독 조선족 동포들에게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는 것이다. 

조선족 동포들은 바로 우리와 같은 한민족의 후예들이다. 그들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후손들인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탈북 동포와 같은 지
위는 받을 수 없지만 그들 역시 조국을 찾아 온 우리의 혈육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국적을 상실한 2중 국적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나 정치권은 이들의 신분 보장을 위해 너무도 냉
담하기만 하다. 

교회마저 이들에게 등을 돌린다면 교회 역시 이권을 앞세우는 세속 사회와 다
를 바 없다. 그나마 몇몇 교회들이 나서 이들을 보호하고 신분 보장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잘하는 일이다. 조선족 동포
들에 대한 교회의 관
심과 사랑은 정치적인 혹은 이데올로기의 이념적 이권 관
계를 초월한 그리스도의 숭고한 희생 정신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세
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임을 잊지 말아야 한
다.

머지 않아 시내 곳곳에서 성탄절을 축하하는 캐럴들이 울려 퍼지고 교회의 예
배당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화려하게 장식될 것이다. 우리들이 잘 꾸며진 
예배당에서 성탄절을 축하하며 축제의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아기 예수께서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마구간에서 탄생하셨던 것처럼 조선족 동포들 역시 
우리들의 사랑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